정부가 애먼 기업 잡을 뻔한 사연

2007-10-25     김병조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 맞아 죽는다’고 했다. 지난 22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식약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질 뻔했다.

대통합민주신당 김춘진 의원은 이날 모 대기업이 HACCP 기준이 아닌 김치를 학교에 속여서 납품해 처벌을 받았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당연히 큰 이슈가 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바로 확인 절차에 들어갔다. 우선 모 기업 측에 연락을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그 자료가 잘못된 내용이라고 해명을 했다. 다시 식약청과 의원실에 확인을 했다. 역시 자료의 내용이 잘못돼서 정정자료를 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식약청과 의원실에 재차 확인을 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이 자료가 감사원에서 지난해 식재료업소를 대상으로 감사를 한 것인데 자료를 감사팀이 가지고 있다가 국감 자료로 제출했다”며 “우리도 국감 자료를 보고 확인해 보니 감사원 자료가 잘못된 것이어서 바로 의원실에 정정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의원실에서는 “식약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꼼꼼히 읽어보고 찾아낸 것”이라며 “잘못된 자료이면 제출할 때 미리 코멘트를 하든지 의원들이 인지하도록 했어야 했는데 이제 와서 잘못됐다고 하니 우리도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양측의 말을 들어보니 전말은 이랬다. 감사원에서 지난해 식재료업소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고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여기에 감사원 직원들이 HACCP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잘못된 내용을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관할 관청인 식약청에 전달됐고 식약청 감사팀이 이를 보관하고 있다가 국감 자료로 통합신당에 전달했다. 김춘진 의원실에서는 국감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다가 이같은 내용을 발견해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했고 자료를 받은 식약청 담당팀에서는 그제야 그 내용을 인지하고 해당 기업에 잘못된 내용인 것을 확인한 후 의원실에 정정을 요구했다.

식품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면서 식재료업소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감사원이나, 내부에서 이 자료에 대해 내부적으로 공유하지 않고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국회에 제출한 식약청이나, 국감 자료에 대해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보도자료를 배포한 의원실이나 모두 이번 사건의 책임자다. 뒤늦게 라도 수습을 했기에 망정이지 잘못하면 이들 때문에 애먼 기업만 잡을 뻔 했다.

이승현 기자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