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식품산업 발전 몸소 실천하는 ‘선구자’
농업-식품산업 발전 몸소 실천하는 ‘선구자’
  • 관리자
  • 승인 2008.02.29 03: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수채소·새싹채소 국내 도입…국민 식생활 개선·농민 소득증대 이뤄
대농바이오영농조합법인 황성헌 대표
최근 식품산업과 관련해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은 농림부가 식품산업 육성을 담당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농업과 식품산업의 연계를 강화해 두 산업 모두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당선인이 되자 농림부의 명칭을 농수산식품부로 바꾸며 그 의지를 현실로 나타냈다. 특히 초대 농수산식품부 장관으로 농업CEO 출신인 정운천 참다래유통사업단 회장을 내정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이제 농업과 식품산업의 연계는 선택이 아닌 필수과제가 됐다는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새싹채소 전문기업 대농바이오영농조합법인의 황성헌 대표는 이 시대에 꼭 맞는 식품기업인이다.


“우리도 다양한 채소 먹어보자”

전남 여수 출신인 황성헌 대표는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중도매인 생활을 하면서 농산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매일 전국에서 올라오는 농산물을 접하면서 우리 농업의 낙후성에 대해 절감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4년 정도 괌에서 살게 됐고, 그곳에서 다양한 농산물, 특히 여러 가지 채소를 접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다양한 채소를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야채라고 해봐야 상추, 쑥갓, 시금치 등 20여종이 다였다. 하지만 괌에서는 50여종이 넘는 채소를 먹고 있었다고 하니 사업가의 눈이 지나칠 리 없었다.

1993년 우리나라에 들어온 황 대표는 바로 이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우선 특수채소(그땐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시장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고 호텔 등에서 일부 사용되는 것이 있는데 아시아종묘란 회사에서 유통을 시킨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부터 아시아종묘와 연을 맺고 함께 특수채소를 국내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아시아종묘를 통해 특수채소의 종자를 수입해서 국내 원예농가를 통해 재배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 종자로 들여온 50종 중 우리나라 기후에 맞고 상품성이 있는 것으로 30여종을 골라서 본격적으로 재배에 들어갔다. 원예농가들에게 기존 채소보다 1.5~2배가량 값을 더 쳐주니 농가도 쌍수를 들고 반겼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특수채소가 워낙 생소한 것이다 보니 판매할 곳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쌈밥집이다. 고기를 쌈에 싸먹는 것이 일반적인 우리 식문화에 특수채소를 접목한 것이다. 덕분에 1995년 국내 외식업계에는 쌈밥집 열풍이 불었다. 쌈밥집을 통해 특수채소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자 이를 쌈 외에 샐러드나 음식의 데코레이션으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즙용으로까지 용도가 다양화됐다.

옛말에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특수채소 시장이 커지자 재배농가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공급이 과잉되면서 가격이 폭락했다. 특수채소만으로 사업을 영위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새로운 돌파구, 새싹채소

위기 상황에 황 대표의 저력이 나타났다. 황 대표는 특수채소 시장의 하락세를 보면서 바로 새로운 아이템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2000년부터 일본과 미국 시장을 둘러보던 중 새싹채소를 발견했고, 상품성이 있다고 판단, 국내에 도입을 준비했다.

새싹채소는 종자에서 싹을 틔워 4일 정도 기른 후 수확을 한 말 그대로 새싹채소다. 종자에 물만 주면 되기 때문에 오염될 염려도 없고 재배도 비교적 쉽다. 당연히 친환경 농산물일 수밖에 없고 안전성은 확실하게 담보될 수 있다. 특히 새싹에는 강한 면역물질과 많은 영양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에 영양적으로도 우수한 식품이다.

그렇게 준비기간을 거쳐 2003년 새싹채소용으로 재배되는 채소의 종자와 재배기를 국내에 들여와서 새싹채소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역시 문제는 판로였다. 특수채소 때와 마찬가지로 새싹채소 역시 생소한 것이다 보니 판로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새싹비빔밥, 샐러드 등 다양한 메뉴를 미리 개발해 호텔과 외식업체 등을 상대로 홍보를 시작했지만 반응이 영 신통치 않았다.

그런데 큰 사건과 함께 기회가 찾아왔다. 2003년 말 광우병과 AI 파동으로 쇠고기와 닭고기의 소비가 급감하면서 외식업계가 대체 메뉴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 것. 새싹비빔밥이 이때 부각되기 시작했다. 새로운 데다 웰빙지향적이기 까지 하니 이보다 더 좋은 메뉴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새싹채소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고 2005년에는 전국 대형마트에 입점할 정도로 일반 소비자들에게 까지 인식이 됐다.

새싹채소의 수요가 늘어나자 황 대표는 종자의 국산화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물량이 적어 수입산을 사용했지만 물량이 많아 규모화가 되면 국내 농가에서도 생산할 수 있고 농가에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05년부터 종자 국산화를 시도, 시행착오를 거쳐 2006년 성공을 거뒀다. 전남 나주시 신곡면의 농가들과 계약을 맺고 종자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모작을 하던 농가들에게 보리 대신 새싹채소 종자를 재배하도록 유도하면서 보리보다 1.5배 이상 값을 쳐줬다고 한다. 그 결과 대농바이오가 사용하는 150여t의 종자 중 국내에서 재배가 어려운 2~3품목을 제외하고 90% 이상 국산을 사용하고 있다. 또 나주시와 채종사업을 하면서 종자 밭의 다양한 꽃을 활용한 경관사업까지 함께 진행해 종자 국산화, 농가 소득 증대, 지역 관광 수익원 개발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황 대표는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농림부로부터 ‘농산물유통 시책 유공 표창’(농림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나의 경영철학은 ‘순수성’

황 대표는 요즘 새싹채소를 이을 새로운 아이템을 구상 중이다. 웰빙 트렌드에 맞게 친환경 자연원료만을 사용한 자연조미료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채소와 허브에 대해 연구를 하다보니 다양한 맛과 향을 가진 것들이 있고 이것을 적절히 활용하면 자연조미료로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 대표의 새로운 발상은 끝이 없다.

황 대표는 “사업을 하다보면 실패를 할 때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실패 자체를 두려워하는데 더 중요한 것은 이를 극복하는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없고 그러면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런 황 대표에게 경영철학을 물으니 “순수성”이라고 답한다. 참 사업가로서 적절치 않은 대답이다. 풀이는 이랬다. “저는 평생 농업과 식품을 해 온 사람입니다.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일한 만큼 땀을 흘린 만큼 열매를 줍니다. 따라서 농산물을 취급하는 사람은 순수해야 합니다. 또 다른 이유는 식품은 사람들이 먹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안전한 것은 곧 순수한 것입니다. 제가 친환경 농산물만 취급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래서 순수성이 제 경영철학입니다.” 한 분야에서 뭔가를 이룬 사람에게는 다 남다른 면이 있다고들 한다. 황성헌 대표 역시 남다르다.


농업과 식품산업의 연계가 해법

황 대표는 “요즘 기대 속에 살고 있다”고 한다. 농업과 식품산업의 연계가 강화되고 이를 현장에서 실천해온 사람이 장관으로 내정됐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우리 농촌을 보면서 답답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먹고 살 것이 부족하니까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지상과제였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 아닌데 아직도 과거의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잘못된 농정으로 인해 어마어마한 예산이 불필요한 곳에서 낭비가 됐고 농민들은 자구 노력보다는 정부의 지원만을 바라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점점 시장이 개방되면서 수입 농산물이 파도처럼 밀려들어 오고 있어 국내 농업은 그야말로 위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황 대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농업과 식품사업이 손잡고 함께 가야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또 이를 몸소 실천해 오고 있다. 이제는 생산만 잘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소비할 것이지 까지 생각해야 하는데 가장 좋은 해법이 식품산업과의 연계라는 것이다.

황 대표는 “이제 농업 정책은 농업전문가가 아니라 경제전문가가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업에 생산 전문가만 육성할 것이 아니라 유통 전문가를 육성해서 시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현장 농업 전문가가 장관으로 내정이 됐고 새로운 정부가 이 일에 역점을 두겠다고 했으니 앞으로가 너무 기대 된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몇 가지 사항을 정부에 주문했다. 첫번째는 특용작물의 기능성을 홍보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황 대표는 “우리의 전통적인 특용작물 중에는 우수한 기능을 가진 것이 많은데 이것을 법적으로 막아 놓으니 산업적으로 활성화 시킬 방법이 없다. 그러니까 농민들이 평범한 쌀 농사나 짓는 것”이라며 “이런 규제를 풀어야 농민들이 다양한 특용작물을 키우게 되고 농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국산 농산물이 수입 농산물과 경쟁해 이길 수 있는 무기는 안전성과 기능성 밖에 없는데 우리의 제도가 이를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번째는 유통시장 정비다.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대형마트들의 횡포를 막고 재래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대형마트들이 납품업체에 과도한 할인이나 1+1 행사 등을 강요하는 것을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다른 공산품은 몰라도 농산물이나 신선편이식품에 대해 이런 행사를 강요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황 대표의 현장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또한 재래시장들이 활성화돼야 다양한 농산물이 판매될 수 있고, 지역 상권이 살아나면서 농촌이 동반 성장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세번째는 유통·보관시설에 대한 지원이다. 농산물은 제철이 있고 기후 등 여러 조건에 따라 매번 수확량이 달라진다. 공산품처럼 사시사철 수급 조절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 탓에 수급 상태에 따라 가격이 널뛰기를 하고 그 손해는 농민에게, 이익은 유통업자에게 돌아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농민들에게 농산물을 장기간 저장할 수 있는 보관 창고와 안전하게 수송할 수 있는 냉장차량 등을 지원하면 공급량을 조절할 수 있고 가격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황성헌 대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선구자다. 특수채소와 새싹채소라는 새로운 농산물을 국내에 도입해 국민의 식생활 개선은 물론, 농민들의 소득 증대에도 기여를 했다. 또 최근에 와서야 각계에서 강조되고 있는 농업과 식품산업과의 연계의 필요성을 먼저 깨닫고 몸소 실천해 오고 있다. 게다가 우리 농업과 농촌이 지금의 어려움을 타개하고 밝은 앞날을 열어갈 수 있는 방안까지 미리 고민하고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단지 돈을 잘 버는 사업가는 많다. 하지만 시대를 이끌어 가고 세상을 바꿔나가는 사업가는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대농바이오영농조합법인의 황성헌 대표야 말로 진정한 우리시대 앞서가는 CEO다.

이승현 기자 drea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