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빵의 ‘추억’
건빵의 ‘추억’
  • 관리자
  • 승인 2005.12.29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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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온 ‘무농약 쌀로 만든 건빵’ 시리즈
이제 '눈물 젖은 건빵'은 잊어라

군대에서나 먹는 것이다. 별 맛이 없다. 싸다. 별사탕하고 같이 먹으면 그나마 먹을 만하다. 아주 가끔 군대의 추억을 떠올리며 먹어보지만 역시 맛이 없다. 튀겨서 설탕을 뿌려먹으면 별미가 된다.

이런 말을 들으면 당연스레 떠오르는 것이 있다. 바로 건빵이다. 건빵하면 이런 정도의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과자의 원조 격이지만 별로 대접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건빵이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친환경 유기농 전문점 유기농하우스로 유명한 해가온(대표 한재욱)에서 ‘무농약 쌀로 만든 건빵’ 시리즈로 제과업체에 조용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무농약 쌀로 만든 크래커’ 시리즈에는 현미건빵, 흑미건빵, 건빵(백미) 등 3종류가 있다.

일반적으로 제과업계에서는 제품의 맛과 품질도 중요하지만 브랜드 네임파워가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 해태, 오리온, 크라운 등 주요 대기업들이 제과 시장을 거의 석권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 이런 제과 시장에 소규모 신생기업의 제품이 자리를 잡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웬만한 품질과 맛이 아니라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해가온의 무농약쌀 건빵이 주목을 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신제품이 나오면 기업에서 매스컴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서 찾게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무농약쌀 건빵은 오히려 소비자들이 찾으면서 매스컴에 알려지게 됐다.

최초의 쌀가루로 만든 과자

‘무농약 쌀로 만든 건빵’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최초로 쌀가루로 과자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쌀과자는 이미 있지 않느냐고 의아해 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시중에서 팔리는 쌀과자들은 쌀을 떡 형태로 만들어 썰어서 튀긴 것이다. 하지만 무농약쌀 건빵은 쌀을 미분 형태로 갈아서 과자를 만들었다. 쌀은 일반적으로 튀기지 않고 오븐에 굽게 되면 떡처럼 되는데 해가온은 이같은 현상을 없애기 위해 쌀 7t을 실험용으로 썼다고 한다.

고생 끝에 만든 쌀 건빵은 기대 이상의 맛과 식감을 나타냈다.

해가온 측은 “우리 농업과 웰빙이라는 두 마리를 토끼를 한번에 잡기 위해 쌀 과자를 생각했다”며 “국내산 무농약 쌀만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고, 앞으로의 제품들도 국산 쌀을 기반으로 한 것들이 출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농약쌀 건빵을 접한 소비자들이 나타내는 반응은 “달지 않다”, “기름에 튀기지 않아 담백하다”, “아무리 먹어도 입에 붙지 않는다”, “건빵인데도 바싹바싹한 게 씹히는 맛이 다르다” 등이다. 기존의 밀가루를 원료로 한 것이나 기름에 튀긴 것과는 다른 맛과 느낌이라는 것이다.

이런 특징들은 과자를 즐겨먹지 않는 중년층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이들을 충성고객으로 확보하게 했다. 해가온은 무농약쌀 건빵을 한번 접한 소비자들이 재구매하는 것이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한 충성고객들의 입소문으로 인해 고객층이 더욱 넓어지고 있다. 특별하게 광고를 하거나 큰 돈이 드는 마케팅을 할 수 없는 중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무농약쌀 건빵이 이 정도의 실적을 올린 것도 다 충성고객들의 입소문 마케팅 덕분이라고 해가온 관계자는 언급했다.

우리 농촌 생각에 ‘무농약’ 표시

‘무농약 쌀로 만든 건빵’ 시리즈는 제품명을 정하는 것부터가 관심의 대상이었다. 무농약쌀 건빵의 주원료인 무농약 쌀은 경북 예천의 유천오리맥반석쌀, 강원 화천의 신읍리친환경벼단지, 강원 양구의 대암쌀겨농법단지, 경북 울진의 삼근2리 쌀작목반․매화2리 쌀작목반, 충남 논산의 황산들영농회 등 국내 주요 친환경 쌀 생산 단지에서 생산된 무농약 인증을 받은 백미와 현미만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식품위생법에서는 식품의 원료 중 95% 이상을 유기농 원료로 사용했을 때만 ‘유기농’ 제품으로 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친환경농산물육성법에서는 친환경 농산물을 유기농, 전환기, 무농약, 저농약 등 4단계로 나눠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무농약쌀 건빵은 전체 원료 중 무농약쌀을 50~60%만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원래는 ‘무농약’ 표시를 할 수 없는 제품이다. 한 대표는 이런 규정에 모순이 있다고 생각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청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 문제가 제기된 것은 지난 10월 라이신 함량이 높은 새로운 무농약쌀 과자 제품을 내놓으면서 이런 내용을 겉포장에 크게 표기하면서부터 였다. 백화점 측이 이같은 표시가 식품위생법의 표시규정을 지킨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바로 관할기관인 식약청이 이같은 내용에 대해 문의를 했고 식약청은 당연히 규정에 위반된다는 답변을 해 왔다. 한 대표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식약청 담당자를 찾아가 무농약 쌀을 원료로 사용해서 제품을 만들었고, 무농약이 아닌 원료도 함께 들어갔기 때문에 ‘무농약 건빵’이 아닌 ‘무농약 쌀로 만든 건빵’이라고 표시했다는 것을 거듭 설득했고 결국 이에 대해 식약청이 수긍을 얻어냈다.

한 대표는 “식약청과 접촉하면서 ‘그냥 일반 쌀을 사용해서 제품을 만들어서 편하게 하자’란 생각을 수도 없이 했지만, 수매 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을 생각하면서 ‘포기하지 말고 다시 한번 접촉해 보자’고 결심하곤 했다”고 털어놨다.

‘무농약’이란 표현을 하지 못한다면 비싼 무농약 쌀을 이용해서 제품을 만들 사람이 없어질 것이고, 그러면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려는 농민이 점차 줄어들 것이며, 우리 농업이 발전할 기회를 영영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한 대표의 이같은 노력 덕분에 원료 중 일부만을 친환경 원료를 사용했을 경우에도 표시할 수 있게 됐다.


대통령 간식에서 백화점 1등 상품으로

지난 4월부터 본격 판매된 ‘무농약 쌀로 만든 건빵’ 시리즈는 출시 초기부터 잔잔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제과 대기업들처럼 판매되는 곳이 많은 것도 아니고, 뛰어난 영업력을 갖춘 것도 아니었지만 한재욱 대표부터 영업사원이 되어 열심히 발로 뛴 결과, 입소문이 펴지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6월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미국 방문 시 전용기에 간식으로 채택되는 기회를 잡아 유명세를 탈 수 있었다

덕분에 현대백화점, 신세계, 롯데백화점에서 과자류 판매 1위를 차지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보통 과자류의 경우 백화점에서는 매점당 단일 품목으로 일일 판매액이 10만원을 넘으면 판매가 괜찮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무농약쌀 건빵은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까지 매출을 올리고 있어 백화점의 효자 상품으로 등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농약쌀 건빵은 출시된 4월부터 11월까지 3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35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가온은 주요 백화점과 이마트에 무농약쌀 건빵을 입점 시키고 있으며 앞으로 할인점과 편의점, 슈퍼마켓 등에 입점이 될 예정이어서 판매는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11월부터는 미국에도 수출을 개시하는 등 해외진출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한 대표는 “내년 매출 목표로 70억원을 잡고 있는데 아주 현실적인 목표여서 달성이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초과될 것이냐가 관심”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식품업계 놀라게 할 유능한 돈키호테

‘무농약 쌀로 만든 건빵’ 시리즈를 만들어낸 한재욱 대표. 한 대표는 식품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치고는 특이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98년부터 2002년까지 국내에서 알아주는 헤드헌터였다. 특히 기업 컨설팅 분야에서는 꽤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었다.

이런 한 대표가 2003년 ‘유기농하우스’란 친환경 식품 사업에 뛰어든 것은 농업에 대한 관심 때문.

한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우리 농촌과 농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는데 그때 쌀이 중요한 작물이고, 친환경 농산물이 우리 농업의 대안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한다.

이런 취지로 시작한 사업이기 때문에 유기농 전문매장을 시작했고, 우리 쌀을 이용한 식품들을 차례로 개발하고 있다.

한 대표가 처음으로 개발해 출시한 제품이 바로 ‘무농약 쌀로 만든 건빵’ 시리즈다. 금방 봐서는 별로 특이한 게 없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이 제품은 황당한 것이다. 그 어려운 쌀을 원료로 장사 안 되는 건빵을 만들다니.

한 대표는 “무농약쌀 건빵이 처음 나왔을 때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내가 식품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발상을 했고, 이런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들 했다. 나 역시 이 말에 동의한다. 식품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은 창조적 발상이 가능했다”고 털어놨다.

무농약쌀 건빵에 대한 반응 좋은 것을 보면서 한 대표는 “가장 낮은 질의 과자를 가장 높은 질의 제품으로 만들었다는 것에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식품사업을 시작하고부터 한 대표의 머리 속에는 오로지 한 생각뿐이 없는 듯하다. ‘쌀로 무슨 식품을 만들 수 있을까.’ 이런 고민에서 무농약쌀 건빵의 후속 제품으로 쌀계란과자 ‘미키키’를 출시했다. 미키키는 일명 ‘키크는 쌀’로 알려진 기능성 쌀과 살균처리 계란으로 만든 어린이들을 위한 영양간식으로 그만이다.

또한 내년에도 쌀을 이용한 획기적인 식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한 대표는 “구멍난 떡볶이 떡을 출시할 것인데 건빵에 이어 식품업계에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호언했다. 구멍난 떡볶이 떡은 떡볶이 떡 중앙에 구멍을 뚫어 양념이 잘 배도록 한 제품이다. 이미 있던 아이디어였지만 실제 제품으로 만들기가 어려워 아직 제품화된 것은 없다고.

탁월한 사업능력과 열정, 우리 농업에 대한 신념까지 겸비한 한재욱 대표가 앞으로 어떤 사고(?)로 식품업계를 놀라게 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이승현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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