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를 발굴해내는 사업가
기회를 발굴해내는 사업가
  • 관리자
  • 승인 2008.10.3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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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토외식산업 이효복 대표이사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컵이 없으면 못 마십니다’라는 만담이 있다.

어떤 일을 성취하려고 해도 그 일과 관련된 준비가 없으면 안된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사업에서 부와 명예를 안겨다줄 일명 ‘대박 아이템’이 있다고 해도 돈이나 체계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창업을 하려면 아이템도 구상해야 하고, 자금도 마련해야 하고, 매장 입지나 인력도 알아봐야 한다. 일반 직장인이 기계의 부속품같은 역할을 한다면, 창업자는 기계의 부품을 일일이 작동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성취감도 크지만 그만큼 어려움도 많다.

고통은 나눌수록 작아진다고 했던가. 혼자서 창업하는 것이 어렵고 막막하다면 여럿이 나눠서 하는 것은 어떨까. 누군가는 자금을 대고, 누군가는 아이템을 구상하고, 누군가는 운영을 맡아서 효율적으로 일을 성사시키는 구조 말이다.

게다가 외식업소는 우선 사람이 많은 곳에 위치하는 게 유리한데 그만큼 좋은 상권은 임대료가 높아 문제다. 따라서 여럿이 돈을 모아 서울 종로, 강남 등 주요 상권으로 진입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그리고 투자하는 사람이 모두 매장에 달려들어 일할 필요없이 전문인력을 고용해 그가 최고의 매출을 내도록 지원하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을 배분한다.

투자자는 매달 수익의 얼마를 통장으로 송금받고 미리 창업 연습도 할 수 있으며, 매장 인력은 자기가 하는 만큼 인센티브를 받아가도록 해 이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사업이다. 이런 사업 구조를 ‘공동투자형 창업’이라고 한다.

요즘같이 주가가 폭락하고 새로운 창업을 하기가 어려운 분위기에 이런 똑똑한 사업 전략을 제시한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세계맥주전문점이라는 콘셉트로 ‘와바’를 운영하고 있는 인토외식산업의 이효복 대표다. 그는 ‘인천 앞바다’에 뜬 사이다를 어떤 컵에 따라 마셨을까.
●굽이굽이 넘어온 20代

이효복 대표는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하기 전에 6개월의 시간이 남았다. 뭐할까 생각하다가 군대 고참이 생각났다. 그 고참은 남대문에서 일했던 사람인데 항상 남대문 시장의 활기, 열기에 대해 말해주며 놀러오라고 했다.

“남대문에 놀러갔더니 정말 별천지였어요. 해는 떨어졌어도 사람은 거리에 바글바글한게 어찌나 활기차 보이던지. 예전에는 시장 상가마다 손님을 끌려고 DJ가 있었는데 이들이 틀여주는 흥겨운 음악때문인지 사람들 표정도 밝았고요.”

이거다 싶어서 시장 상가에서 매점 배달원으로 일했다. 상가 사람들이 인터폰으로 주문하면 음료수를 배달하는 일이었다.

이 대표는 틈새를 놓치지 않았다. 기존 음료수 판매 말고도 다른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상가에는 먼지가 많아서 오래 있으면 목이 칼칼해질 정도였는데 당시 매점에서 파는 것은 쌕쌕오렌지 등 달짝지근한 음료였다. 마실 때만 좋지 갈증이 풀리지는 않았다. 그는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줄 수 있는 얼음물을 팔아야겠다고 생각했다. 3개월 뒤 매점일을 관뒀다. 같이 일하던 친구 4명이서 얼린물을 매점에 납품했고, 이것이 그의 첫 사업이었다.

이후 그는 서울 정릉에 ‘동아리’라는 책 대여점 사업을 시작했다. 평소 책을 좋아했기 때문에 흥미를 느꼈다. 당시 책대여점이 프랜차이즈점으로 인기를 끌기 바로 전단계였고, 이때 사업이 잘 돼 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

이어 다양한 일을 했다. 소주방, 노래방, 비디오방, 포켓볼장, 웨스턴 바, 콜라텍까지 웬만한 사업은 다 해봤다. 이렇게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사업수단이 좋았기 때문이다. 작은 사업으로 시작해 잘 되면 권리금 받고 팔고 또 다른 아이템을 시작했다. 사업을 키우는데 재미를 붙인 것이다.

“20대여서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 100원이 있으면 50~70원이 드는 사업을 했을 텐데, 그때는 손에 100원이 있어도 150원짜리를 하고 싶더라고요.”

다양한 사업을 하면서 그는 꾸미는 재주를 얻었다. 본인 손으로 매장마다 인테리어를 꾸몄다. 이를 바탕으로 훗날 인테리어 사업과 인연이 됐다.

이후 사업이 망한 적도 있다. 서울 돈암동에 락앤롤이라는 웨스턴 바를 운영했다. 당시 웨스턴 바가 유행하면서 칵테일을 제조할 수 있는 바텐더의 몸값이 뛰었다. 바텐더들은 스카웃되는 일이 쉬웠기 때문에 연봉을 올리며 이직하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새로 온 바텐더들이 “바 주방이 불편해서 일을 못하겠다”며 “내가 아는 주방설비하는 사람이 있다”고 수작을 부렸다. 바 장비를 1500만원 정도 들여 교체하고 나면 그 바텐더는 또 다른 곳으로 스카웃돼 떠나가 버리는 구조였다. 결국 운영자에게만 출혈이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그는 큰 아픔을 겪었다. 그리고 IMF라는 겨울을 보냈다.

●진득해야 돈 번다, 30代 날개를 펴다

풍파를 겪은 후 어느날 이 대표에게 깨달음의 시간이 찾아왔다.

서울 정릉을 지나다가 우연히 예전에 운영하다 넘긴 책방을 보게 됐다. 유리벽 하나를 두고 그는 평화롭게 책을 읽고 있는 주인을 봤다.

“그렇게 평화롭게 보일 수가 없더라고요. 그리고 옆에는 한 중학생이 책을 고르고 있었는데 제가 16번 회원카드를 만들어 줬던 그 학생이었어요. 참 부러웠지요. 그때를 계기로 제가 팔았던 다른 매장을 둘러봤습니다. 다 괜찮더군요. 이때 한자리에서 돈 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후 이 대표는 인테리어 사업을 하던 중 적은 비용으로 인테리어를 원하는 가게 주인들에게 메뉴 결정 등 조언을 해준 것을 계기로 와바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웨스턴 바의 설계부터 다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기존 바는 바텐더를 중심으로 설계됐다. 손님들이 바텐더를 빙 둘러싼 구조였다. 그런데 이 대표가 볼 때 당시 칵테일의 매출은 밀러, 코로나, 하이네켄 등의 병맥주보다 적었다. 차라리 과감하게 바텐더가 없는 맥주집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 차가운 물에 담겨있는 색색깔의 병맥주를 꺼내 마시는 오늘의 세계맥주전문점 와바가 탄생한 것이다.

그는 인토외식산업이라는 법인을 설립했고, 현재 와바 매장은 250여개를 자랑하고 있다. 와바의 성공에 힘입어 제2브랜드인 ‘화로연’, ‘뚝탁’, ‘도시락’, ‘라포르게타’를 운영하고 있다.
●공동투자형 창업 도입

인토외식산업은 와바와 화로연에 공동투자형 창업을 도입했다. 공동투자형 창업은 투자자를 모집해 자본을 모아 대규모 매장을 열어 수익을 분배하는 새로운 투자, 창업 수단이다.

이 대표가 이런 형식의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것은 소자본 창업희망자들 때문이었다.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해 가맹점 개설을 하려고 방문한 사람 중에 2억~3억원대의 많은 개설 비용 때문에 뒤돌아서는 것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꼈다. 개설비용이 모자란 사람들끼리 돈을 모으면 충분히 매장을 열 수 있겠다고 생각한 그는 와바, 화로연에 공동투자형 창업을 추진했다.

와바같은 맥주전문점은 규모를 크게 해야 사람들이 몰린다. 그런데 규모를 크게 하려면 임대료가 너무 비싸다. 따라서 개인 창업자에게 임대료 문제가 절박하다. 개인이 할 수 있는 매장 규모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여러 투자자가 돈을 모아 대규모 매장을 여는 것이다. 즉 규모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한다.
공동투자형 직영매장은 현재 17개다. 올해에는 20%의 수익을 올렸다. 본사도, 투자자도 자기가 투자한 금액에 따라 이익을 배분받는다.

공동투자형 창업은 소자본 투자자에게도 안성맞춤이다. 대부분이 5천만원의 소액으로 투자하는데 요즘같이 펀드가 반토막난 상황에서는 이 돈으로는 어디다 투자할 곳도 없고, 민심이 흉흉한 시기에 누구 아는 사람에게 빌려주기도 어렵다. 하지만 몇 명이 모이면 대규모 매장을 세울 수 있고, 좋은 상권에 들어서 손님들을 끌어 모을 수 있다. 작은 눈뭉치가 모여서 눈사람이 되는 효과다.

현재 투자자는 80여명이다. 기존 와바 가맹점사업자뿐 아니라 일반 주부도 투자하고 있다. 모 지역에 투자한 주부는 “5천만원 투자해서 애들 과외비라도 버는 맛이 쏠쏠하다”고 했다.

이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당장 돈 버는 맛이 난다는 것이다. 펀드나 부동산, 예금 투자는 수치상으로 이익이 오르고 내리는 것을 볼 수 있을 뿐, 실제 돈은 해지를 해야 만질 수 있다. 반면 이 사업은 매달 이익이 나는 대로 송금이 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수익성을 체감할 수 있다.

또한 이 창업형태는 자금은 있으나 점포 운영의 기술력이 부족한 예비창업자에게 ‘학습 기회’가 된다. 와바에 투자함과 동시에 운영 상황을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직영화된 가맹점의 성공은 점장에게 달려있다. 점장에게는 연봉 외에 인센티브가 주어지기 때문에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 회사측은 내년쯤에 스타점장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인토외식산업은 20명의 주주가 모은 투자금 13억원으로 11월 구리에 200평 규모의 와바매장을 열 계획이다.

●기쁠 때 찾는 와바 이미지가 장수 요인

‘세계맥주전문점’이라는 콘셉트를 내건 와바는 2000년에 시작됐다. 유행 아이템이 반짝 떴다 지는 외식업계에서 8년동안 한길을 걸어온 와바는 어느덧 장수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주점 브랜드는 오래 유지하는 게 어려운 실정을 감안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또한 와바는 폐점률이 낮다고 인식되는데 실제로도 폐점률이 양도, 양수 포함해서 10%대다. 와바 브랜드의 사업 정책을 따르지 않는 몇몇 점포의 경우 본사측에서 간판을 내리는데 이것까지 포함한 비율이다. 실제로 영업부진으로 폐점한 곳은 창업이래 8년간 10곳 미만이라고 한다.

와바의 장수 요인은 ‘웨스턴 바’라는 콘셉트에서 시작된다. 이 대표는 웨스턴 바는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다고 했다. 웨스턴 바는 짙은 원목과 벽돌로 꾸미고 기타 장식을 배제해서 화사한 맛은 없지만 편안한 느낌을 준다. 이외에 주점 매장은 담배연기로 내부 벽면이 손상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하얀색으로 매장 벽면을 꾸민 경우 주기적으로 페인트 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웨스턴 바는 장식을 배제한 인테리어로 이런 부수적인 잡일이 필요없다는 장점이 있다.

●‘사장같지 않아 좋은 사장’

인토외식산업의 한 직원은 그를 ‘사장같지 않아서 좋다’고 했다. 바로 겸손하다는 말이다. 또한 ‘상대의 지위를 가리지 않고 얘기를 잘 들어준다’고 평가했다. 경청이야말로 그의 키워드다. 큰 키에 남자다운 얼굴 윤곽, 말총머리. 사실 그의 첫인상은 착한 인상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단점은 ‘너무 착하다’는 것이었다. 그와 몇마디 나눠보면 진지한 표정으로 들어주는 모습에 이면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기업의 대표라고 으스대지 않고 어느 누구의 말에도 귀기울여 들어주는 것. 이것이 그의 경영 노하우다.

마지막으로 밑바닥에서부터 장사를 시작해왔는데 본인은 사업가인지 장사꾼인지 물어봤다.

“사업가와 장사꾼을 분류하는 것은 주관적이지요. 고 정주영 회장도 장사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돈을 많이 벌어서 좋은데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장수 브랜드로 남는 게 목표입니다. 망하지 않고 가면 사람들이 사업가로 기억해주겠죠. 이런 맥락에서 공동투자형 창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직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또다른 사업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누구보다 빨리 파악하고 새로운 아이템을 잡아내는 이 대표. 그야말로 앞서가는 CEO다.

최밍키 기자 c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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