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패스트푸드 개발… 세계화 기대하시라”
“한식 패스트푸드 개발… 세계화 기대하시라”
  • 관리자
  • 승인 2009.03.0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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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
직장인 L씨는 점심시간에 입맛이 없으면 회사 근처에 있는 새마을식당에서 7분 돼지김치찌개를 먹는다. 7분간 보글보글 끓인 김치찌개를 가위로 잘게 잘라서 김과 함께 밥에 비벼 먹으면 밥 한공기가 금세 뚝딱이다. 가끔은 별미를 즐기기 위해 짬뽕만 파는 홍콩반점0410과 떡볶이를 업그레이드한 해물떡찜0410도 찾는다. 친구들과 만날 때는 한신포차에서 매운닭발에 소주를 기울이기도 한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우연히 이 다양한 브랜드들이 모두 한 사람에 의해 개발됐다는 놀라운 얘기를 듣게 됐다. 이 얘기의 주인공은 바로 (주)더본코리아의 백종원 대표다. 더본코리아는 본가, 원조쌈밥집, 새마을식당, 해물떡찜0410, 한신포차, 홍콩반점0410, 마카오반점0410, 행복분식, 한국본갈비를 비롯해 소위 잘나간다는 10여개 브랜드를 운영하는 외식전문기업이다. 백종원 대표는 93년 외식사업을 시작해 16년째 외식업에 종사하고 있는 ‘밥장수’다.


끊임없는 아이디어 창고

백종원 대표의 취미이자 특기는 메뉴와 브랜드 개발이다. 사업을 시작할 때야 당연히 이런 일에 매진해야겠지만 어느 정도 괘도에 오른 지금도 백 대표는 개발 업무를 쉬지 않고 있다. 더본코리아 사무실 맞은편에는 미정(未定)국수집이 있다. 이곳은 테이블이 놓여 있는 홀보다 주방 크기가 2배 이상 크다. 보통 식당에선 보기 힘든 모습이다.

이곳이 바로 백 대표의 놀이터다. 이곳에서 백 대표는 머릿속에 들어 있는 이런 저런 생각들을 꺼내 현실화시킨다. 이것저것 만들다보면 새로운 메뉴가 탄생하게 된다. 그 덕분에 개발된 메뉴가 바로 본가의 우삼겹, 해물떡찜0410의 해물떡찜, 새마을식당의 7분 돼지김치찌개, 홍콩반점의 짬뽕 등 히트 메뉴들이다. 그리고 지금도 백 대표의 머릿속에는 새로운 메뉴들이 가득 차 있다. 단지 그것을 언제 꺼내 놓느냐만 남아 있는 것이다. 백 대표는 “메뉴와 브랜드를 개발하는 재미로 이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들은 신메뉴, 신규 브랜드 하나 내놓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데 말이다. 참 타고난 재능이다.

요즘 백 대표가 만들고 있는 메뉴는 한식 모닝세트다. 최근 아침을 밖에서 먹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패스트푸드, 커피·디저트 전문점들에서 경쟁적으로 모닝세트나 브런치 세트를 내놓고 있는데 한식은 이런 것이 없다는 점을 착안해 떠올린 아이디어다. 서양사람들이 아침에 간단하게 빵과 베이컨, 계란후라이 등을 먹는 것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맞는 한식 모닝세트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 해외 시장을 겨냥한 한식 패스트푸드도 개발하고 있다. 햄버거처럼 간편하면서도 한식의 장점을 잘 살린 메뉴를 개발해 미국 등 해외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생각이다.


고객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라

백종원 대표가 메뉴와 브랜드를 개발할 때 가장 고려하는 것은 고객의 눈높이다. 외식전문가나 종사자의 입장이 아닌 철저하게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백 대표는 “새로 외식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보면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다고 하면서 실제론 자신과 종사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거의 모든 외식업 종사자들은 외식업소의 가장 큰 경쟁력을 음식 맛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백 대표는 음식 맛은 전체 경쟁력의 30% 정도만 차지한다고 주장한다. 맛 보다는 그 업소의 분위기, 가격 등 주변 요소가 70%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맛은 어느 정도 수준 이상만 되면 되고, 나머지 70%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백 대표의 지론이다. 아무리 맛있어도 너무 비싸거나, 가격이 싸도 맛이 없으면 고객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게 된다. 다시 말해 가격 대비 만족도를 높여주는 것이 성공 비결이다.

백 대표가 개발해서 최근 외식업계의 주목 브랜드인 홍콩반점0410의 경우 짬뽕 맛은 평균 이상 정도로만 맞췄다. 가맹점주들이 손쉽게 요리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요리하는 공간이 손님들에게 보이도록 주방을 오픈시켰으며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요리를 시작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홍콩반점0410에 온 손님들은 주문하자마자 요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바로 한 음식은 맛이 있다는 생각 때문에 음식을 실제보다 훨씬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된다. 여기에 가격까지 3500원으로 싸게 책정해 놓으니 식사 때가 되면 매장마다 줄을 서는 광경이 연출된다. 이것 역시 백 대표가 노린 점이다. 손님들이 ‘저 식당은 얼마나 맛있으면 줄을 서서 기다릴까’란 생각을 하게 되면 호기심에 꼭 한번 찾게 되고 웬만한 음식도 다 맛있게 느껴지게 된다는 것이다.

백 대표는 이런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새로운 브랜드가 개발되면 항상 테스트를 거친다. 지금의 미정국수 매장이 바로 이 테스트 장소다. 다시 말해 미정국수 역시 테스트를 거치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1년여간 운영하면서 고객들의 반응을 보고 메뉴와 콘셉트를 수정·보완하는 작업을 거치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때 비로소 정식 브랜드로 론칭을 하게 된다. 해물떡찜0410도 홍콩반점0410도 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지게 됐다. 또 이런 노력이 더본코리아가 특별한 홍보 활동을 하지 않고 고객들의 입소문으로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장인(匠人)에서 사업가로

지금까지 승승장구한 백 대표가 최근 들어 고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더본코리아가 어느 정도 괘도에 올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서 성공시키는 재미로 사업을 했는데 이제부터는 이런 식으로 사업을 꾸려가선 안 되겠다는 것이 백 대표의 생각이다. 체계적이고 조직화된 회사로 만들어야 지금에서 한 두단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 대표는 “지금까지는 저 혼자 힘으로 회사를 끌어오는 것이 가능했지만 이제부터는 시스템이 회사를 끌어가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장인정신에 기업가정신을 더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백 대표가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외식사업을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기 때문이다. 바로 한식 세계화다. 백 대표는 2005년 중국에 청도더본식품유한공사를 설립해 본가 등 6개 브랜드를 진출시켰고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한식 교육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2008년에는 더본아메리카를 설립, LA에 본가 매장 오픈을 목전에 두고 있다. 앞으로는 일본 시장에도 저가 야끼니꾸 콘셉트로 진출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백 대표가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에 진출한 이유는 한식을 세계에 알리고 싶어서다. 외식업에 몸담고 있으면서 꼭 이루고 싶은 꿈이다. 백 대표는 “한식 패스트푸드를 개발해서 세계화 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이게 개인이 할 수준의 일이 아니다”며 “정부나 대기업에서 정책적으로 움직여야 해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 대표의 또 다른 꿈은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것이다. 지금도 대외적으로는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더본코리아의 실상을 보면 프랜차이즈 기업이란 말이 무색하게 느껴진다. 물류도 몇 가지 품목만 하고, 인테리어업체도 가맹점이 선택하도록 하는 기이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핵심 소스와 해산물·육류 몇가지 품목만 공급할 뿐이다. 이래서 돈이 되겠냐는 질문에 백 대표는 “그래서 그런 사업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역설적으로 말한다. 기존 프랜차이즈 기업들을 보면 이런 시스템 탓에 제대로 된 외식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물류나 인테리어 사업에 혈안이 돼 있다는 것이다. 백 대표의 표현을 빌자면 “미친 소의 고삐를 쥐고 있는 꼴”이다.

백 대표는 매장수가 300~400개 정도가 돼서 바잉파워가 생겨 매장에 공급하는 식재료를 가맹점주가 직접 구입할 때에 비해 품질이 좋으면서도 최소한 비슷하거나 싸게 공급할 수 있을 때 물류사업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야 가맹점에서도 납득하고 본사의 물건을 사용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또 이를 위해 CK 공장을 건립하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특히 백 대표는 지속적인 신규 브랜드 개발로 가맹점주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와 성장 동력을 제공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른 프랜차이즈들이 신규 브랜드 개발 보다는 기존 브랜드에서 수익을 창출하려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은 좋은 모델이 아니라는 것이다. 백 대표는 궁극적으로 50개 브랜드로 1천~2천개 매장을 운영하는 다 브랜드 프랜차이즈 기업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외식경영주 위한 요리책 집필에 매진

백 대표는 요즘 주력하고 있는 일이 있다. 바로 외식업소 경영주들을 위한 요리책을 집필하는 것이다. 이 책은 기존의 가정용 요리책과는 달리 외식업소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다량의 음식을 할 때 필요한 레시피와 요령이 담겨 있다. 백 대표가 이 책을 쓰는 이유는 국내 개인업소들에게 노하우를 전해줄 뿐 아니라 해외, 특히 중국에 제대로 된 한식 만드는 기술을 전파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출판사로부터 중국 판권은 백 대표 본인이 갖는 조건으로 책을 만들었다. 백 대표는 “중국은 책이 잘 팔리는 곳이 아니다. 새로운 책이 나오면 다음 날부터 카피본이 판을 치는 곳이다. 이 요리책이 중국에서 많이 카피돼 많은 요리사들에게 읽히길 희망한다. 그래야 한식을 제대로 요리하는 요리사가 많아질 것이다”고 말한다.

요리 장인에서 기업가로 거듭나고 있는 백종원 대표는 그동안처럼 많은 히트 브랜드를 만들어낼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다른 것은 그의 활동무대가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로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머지않아 백종원 대표의 이름이 중국에서, 미국에서, 일본에서 나아가 전 세계에서 널리 퍼지는 날이 올 것이다. 그 때를 위해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해 나가는 백 대표야 말로 이 시대 앞서가는 CEO다.

이승현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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