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커리전문점 첫 선 보인 ‘장본인’
국내에 커리전문점 첫 선 보인 ‘장본인’
  • 김병조
  • 승인 2009.04.06 0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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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커리와 난·탄두리 치킨·중동식 볶음밥 필라프 소개
향신료 한국인 입맛에 맞게 개발·커리 기본 소스 연구 ‘구슬땀’
델리 최청자 대표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에 위치한 입맛 돋구는 강한 향기와 입안 가득히 퍼지는 부드러운 맛의 커리전문점 ‘델리’ 매장에 들어가보면 “안녕하세요”라며 정겹게 인사를 해주는 사람이 있다.

바로 델리 최청자 대표다.

옆집 할머니 같은 따뜻한 온기를 가진 서글서글한 최 대표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국내 외식시장에 ‘인도요리’라는 시장을 개척한 장본인이 맞을까라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1984년 국내 최초로 커리와 난, 탄두리 치킨, 중동식 볶음밥 필라프를 선보인 후 26년간 변치 않는 맛을 내고 있는 델리의 기둥, 최 대표를 만났다.


# 1984년 국내 최초 커리전문점 생기다

최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델리는 압구정점을 시작으로 총 8개의 직영점이 있다.

“국내 외식 시장에 인도요리라는 단어가 없었던 1980년대쯤 남편 출장길에 따라갔던 일본 거리에서 쉽게 찾을 수 있던 커리전문점들을 보고나서 우리나라에도 어릴 때부터 먹어 왔던 커리를 맛있게 만들어 파는 음식점이 있었으면 했어요.”

최 대표는 처음 델리를 오픈했을 당시를 회상하며 인도요리의 하나인 ‘커리’라는 것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커리’, ‘아이들 몸에 좋은 커리’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당시 일본의 경우 커리 시장은 80~90여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성숙기에 접어들었었지만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인도요리의 황무지였다.

1호점인 압구정점 오픈 이후 몇 달간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혹은 유학생 몇몇 뿐 손님이 없어 적자의 연속이었다. 직원들의 월급을 주기 위해서 대출까지 감행한 최 대표는 인생을 달관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 후 점차 델리가 알려지면서 주한인도대사관에 다니는 직원들이 방문하기도 하고 오뚜기 연구소에서는 개발한 신제품을 델리에서 시범적으로 테스트할 정도로 소문이 자자해졌다.

“엄마 손을 잡고 오던 꼬마손님이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 되어 아이들을 데리고 올 때 델리와 함께 거닐어 온 26년의 세월을 실감케 한다”는 최 대표는 1호점 오픈했던 그 날이 아직 생생하다고 한다.


#커리는 집에서 해먹는 음식?

커리는 인스턴트 식품으로 개발돼 시중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식품이지만 ‘델리’의 커리는 그 맛과 질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는 진짜 커리다.

그러나 초기에 소비자들은 커리는 ‘집에서 해먹는 음식’이란 인식이 강해 외식메뉴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델리는 ‘공든탑이 무너지랴’라는 말처럼 40여 년간 호텔요리 경력이 있는 송장옥 조리사의 솜씨와 인도와 미국에서 직수입되는 향신료를 이용해 커리의 기본 소스를 개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향이 강한 인도요리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어 기존의 커리 향을 조합하면서도 정통의 맛을 재현하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를 했다.

최 대표는 우리나라 음식과 인도음식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향신료가 강한 인도요리 못지않게 우리나라 음식에도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고 향이 강한 음식이라 이런 음식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인도요리를 비교적 쉽게 받아들이는 편이라고 한다.

그리고 한 번 접해본 소비자들은 인도음식만의 고유한 매력에 빠져 그 맛을 다시 찾는다.

최 대표는 “퓨전화 된 커리가 국내 소비자에게 알려지면서 점점 정통의 맛을 되찾아가며 발전하는 것처럼 한식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 세계화가 되길 바란다”며 외식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의 바람을 표했다.


# 준비된 CEO가 아닌, 준비하는 CEO

2000년쯤 패밀리레스토랑, 개인 레스토랑, 카페 등 외식업종이 다양해지면서 인도요리 전문점들도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또 해외여행자들도 증가하면서 새로운 음식과 외국 음식에 대한 안목과 관심이 높아졌다.

최 대표는 ‘15년간 처음과 한결같은 맛으로 소비자에게 사랑받고 있지만 혹시나 식상함을 주지 않을까’라는 마음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1999년 델리음식문화연구소를 설립했다. 이곳에서는 델리에서 기본이 되는 커리 소스 및 기타 제품 제조 및 납품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메뉴 개발부터 전반적인 매장관리, 각종 홍보 및 대외 업무를 진행하며 현재는 가맹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즉 델리의 엔진과 같은 구실을 하는 곳이 델리음식문화연구소다.

또 한국외식정보㈜가 주최하는 외식문화연수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끊임없이 발전하고 개발하는 최 대표의 모습에는 나이를 상상할 수 없게 하는 열정이 배어 있었다.

“불황이라고 움츠러들기만 하다가는 앉아서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이럴 때일수록 배움을 가까이 하는 자 만이 살아남는다”며 “나뿐 아니라 직원들도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트렌드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CEO는 창의력과 열정, 생각의 차이 그리고 인격까지 갖춰야만 21세기를 헤쳐 나갈 수 있다”라는 최 대표의 말 속에는 가냘픈 몸에서 나오기 힘들 것 같은 결연함이 묻어난다.


# 옆집 할머니 같은 넉넉함

커리를 국내에 처음 들여온, 그것도 다른 업체보다 6년 정도 앞선 선두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최 대표는 겸손하다.

또한 인터뷰 내내 커리, 난 등을 건네며 ‘델리에선 이 메뉴가 가장 맛있다’, ‘이 메뉴는 이 맛이다’ 하나하나 설명해주시는 최 대표에게서 옆 집 할머니 같은 넉넉함을 느낄 수 있다.

최 대표는 오랜 시간동안 함께 해 온 직원들에게 델리 매장을 하나씩 열게 해주는 것이 꿈이 있다.

대부분의 사장이 ‘매출 몇 억원을 달성하겠다’며 사업에 혈안이 돼있는데 반해 최 대표는 순수한 소녀의 모습을 간직한 듯 보였다.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싶어 밥장사를 하게 됐다는 최 대표는 어린이들을 무척 사랑한다.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날에는 매장에 온 아이들에게 정성이 담긴 작은 선물을 준비해 나눠준다.

최 대표에게는 또 다른 꿈이 있다. ‘델리’가 소비자에게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휴식처 같은 고향의 느낌을 남겨주는 것이다.

델리가 인기를 끌게 된 것은 특별한 비결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렇게 사람을 사랑하는 그녀의 내면 덕분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델리의 커리 맛은 입을 행복하게 하고 최 대표의 웃음은 우리의 마음을 행복하게 한다.

그녀를 만나면서 받았던 느낌은 ‘외유내강형 덕장’이라는 것이다. 겉으로는 온화한 옆집 할머니 같이 한없이 부드러워 보이지만 일에 관한한 누구보다도 명확하고 진취적일 것 같은 사람. 부드러운 어조 속에도 강한 소신과 자신감이 한껏 묻어난다.

힘이 될 때까지 델리를 꾸려가며 수지타산보다는 좋은 음식을 만들고 싶다는 최 대표의 마음이 현재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주는 커리전문점 ‘델리’를 만드는 뿌리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최대표 같은 사람이 있기에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인터뷰였다.
길보민 기자 gbm@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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