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귀재, 피자 명가 되살린다
경영의 귀재, 피자 명가 되살린다
  • 김병조
  • 승인 2009.05.04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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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승 일 한국피자헛 대표이사
2008년 3월, 외식업계에 신선한 소식이 전해졌다.

삼성전자 전무 출신이 한국피자헛 대표로 왔다는 것이었다.

이력서를 보니 좋은 학벌에 유명한 글로벌 업체들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은 사람이었다.

이승일 대표이사다. 누가 봐도 고급 인재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그런 사람이 어떻게 외식업계에 입문했는지 궁금해 하고, 그가 국내 외식업계에서 어떤 바람을 일으킬지 주목해 왔다.

이승일 대표이사가 외식업계에 입문한지 1년이 지났다. 1년 동안 그는 ‘피자헛’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시작했다.

‘고가 피자’로 각인된 피자헛에 초저가 메뉴를 내놓고, 심지어는 피자 전문 브랜드명 ‘피자헛’에서 ‘피자’를 빼고 ‘파스타헛’으로 바꾸는 ‘도박’을 하기도 했다.

외식산업이 선진화 되려면 다른 산업분야에서 경험이 많은 능력 있는 고급 인재가 속속 들어와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승일 대표이사의 행적은 주목의 대상이다.


#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 외식업계에 발 디디다

중 2때부터 ‘다국적 기업의 CEO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꿔온 이승일 대표이사는 P&G, 씨티은행, 펩시콜라, 제약회사 BMS, 야후코리아, 삼성전자 등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분야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자타가 공인하는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인 이 대표가 피자헛에 매력을 느꼈던 점은 ‘고객중심’ 경영정신과 더불어 ‘즐거움과 문화적인 경험’을 중요시하는 피자헛 모기업인 YUM(얌) 브랜드의 기업문화였다.

보수적이며 권위적인 지도자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이 대표는 개방적인 사고와 열린 마음, 경험해보지 못한 외식업에 대한 도전정신으로 피자헛에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2008년 3월 취임이후 그는 국내 피자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더 이상 고가피자로만 승부하는 시기는 지났다고 판단, 저가전략의 일환으로 6천원짜리 스마트런치를 내놓으며 ‘피자헛은 비싸다’라는 기존 이미지를 바꾸는데 주력했다. 이에 반대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또 큰일을 냈다. 바로 투스카니 파스타를 론칭하며 주요 매장의 간판을 ‘파스타 헛’으로 교체했다.

피자헛에서도 전문점 못지않은 파스타의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인식을 고객들에게 강하게 심어주기 위해 일종의 충격 마케팅을 실시한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 2~3주간은 매출이 감소하는 등 ‘피자헛이 사라진다’는 오해를 감수해야만 했다고 한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처럼, 결국엔 전체 매출 10% 가량 상승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내며 피자헛에 새 바람을 몰고왔다.

“실패가 있어야 진보할 수 있다”는 그는 더 많은 실패와 고난을 겪어야만 피자헛이, 피자시장이 그리고 국내 외식시장이 점차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 ‘역피라미드’ 조직을 만들자

“피자헛 고객을 상대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저도 아니고, 본사 직원도 아니고, 매장에서 일하는 팀메이트(피자헛에서는 ‘파트타이머’를 ‘팀메이트’라고 부른다)입니다”라고 말하는 이 대표는 피자헛에서는 팀메이트를 한 가족같이, 동료같이 생각한다고 한다.

이러한 동료의식을 바탕으로 2003년에는 직원 출신 첫 가맹점주가 탄생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 우수한 팀메이트에게 장학금을 1인당 최고 200만원(연간 6명)과 30만원(연간 40명)씩 지원하고 있고, 팀메이트의 근무기간과 성과에 따라 승진 및 정규직 선발 등 경력 개발 기회를 제공해 열의를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경영자나 임원진은 위에서 지시하고 명령하는 존재가 아닌 매장의 요구를 수렴할 줄 알고 무조건 도와주려고 하는 마음가짐을 갖춘 존재”라고 말하는 이 대표의 책상 위에는 역피라미드 모양의 RSUC(Right Side Up Company) 기념패가 있다.

이 기념패는 고객이 가장 윗 단계를 차지하고 있고 TM, 매장경영진, 프랜차이즈가 다음 단계, 그 아랫 단계는 RSC 직원, 그 다음은 RSC 경영진, 그리고 가장 아랫단계가 사장으로 돼있다.

RSUC가 뜻하는 ‘역피라미드 조직이 회사를 바로 세운다’라는 마음가짐을 언제나 잊지 않기 위해 이 대표는 이 기념패를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두고 있다.

이 대표는 “이런 경영방침을 강조하다보니 매장에 방문한 직원들이 매장 직원들의 고충을 한쪽 귀로 흘려듣지 않게 됐다”며 “언젠가부터 본사직원들은 재료와 부엌 공간, 도우 반죽 등 효율적인 매장 운영을 위한 방안을 찾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하며 피자헛의 주인은 고객과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직원들(TM, 매장경영진, 프랜차이즈)이라고 말했다.


# 칭찬과 포상으로 ‘함께 일하는 문화’(How We Work Together) 만들어

한국 피자헛에서는 상대방을 칭찬할 수 있는 ‘칭찬카드 나누기’, ‘저 칭찬 받았어요’라는 표시물을 릴레이식으로 돌리며 칭찬하는 ‘칭찬 릴레이’, 팀 별 리더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회사나 팀 업무에 긍정적으로 기여한 직원을 1인 이상 선정해 칭찬하며 상을 전달하는 ‘피자헛 칭찬의 날’ 행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말이자 피자헛 사내의 벽면을 채우고 있는 ‘How We Work Together’란 문구는 ‘함께 일하는 문화’를 나타낸 말로 피자헛이 추구하는 바를 가장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는 “아주 작은 일이라도 서로 칭찬하며 격려하는 ‘칭찬문화’야 말로 모든 직원들이 긍정적이고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든다”며 “칭찬에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며 칭찬문화를 확산시키는 피자헛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표했다.


# 대표이사가 직접 배달을?

‘1588-5588’을 누르고 피자를 시키면 피자헛을 상징하는 빨간색 스쿠터를 타고 빨간색 헬멧에 검은색 점퍼 차림의 40대 후반의 아저씨가 우렁찬 목소리로 “피자 배달왔습니다”하며 배달 해주는 것을 가끔씩 볼 수가 있다. 이 사람이 바로 이승일 대표다.

피자업계 ‘최고’ 브랜드의 ‘최고’ 경영자가 직접 피자 배달에 나선 이유는 뭘까. 이 대표는 취임한 이후 피자헛 매장을 돌아가며 일주일에 이틀씩 이렇게 매장에서 보낸다고 한다.

배달만 하는 게 아니라 서빙부터 주방일까지도 척척 해낸다.

물론 매장의 다른 직원과 같이 피자헛 유니폼을 입은 채 말이다. 이 대표는 외식 비즈니스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 피자헛의 교육프로그램 ‘엑스퍼트 트레이닝’을 통해 현장 경험을 쌓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스케줄을 잡을 때는 매장에 나가는 일정을 가장 먼저 잡는다.

“본사직원을 통해 듣는 매장의 상황과 매장에 직접 나가 매장 직원들과 직접 공감하며 고객의 소리를 듣는 것이 이렇게 큰 차이가 날 줄 몰랐다”고 말하는 이 대표는 요즘 ‘외식업’을 배우는 재미에 하루하루가 즐겁고 설레기까지 하다고 한다.



# 외식 시장에서 필요한 것, ‘고급인재’

국내 외식산업은 그동안 비약적인 외형 성장을 보여 왔지만 이제는 산업을 선진화 시켜야 하는 기로에 서있다.

그러나 문제는 산업 선진화의 주된 역할을 해야 할 고급인재가 없다는데 있다.

이에 이 대표는 “한 기업의 경영자는 무리하게 경영활성화를 창출하겠다는 욕심을 내기보다 외식업의 전반적인 시장의 특성을 이해해 볼 필요성이 있다”며 “우리나라 외식 소비자는 빨리 변화하고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새로운 것에 빨리 적응하고 빨리 식어 새로운 것을 찾는 욕구가 강하다는 것이다.

또 소비자반응이 즉각적이라 신메뉴가 출시된 그 주의 주말에는 성공여부가 바로 나온다는 것이 다른 산업계와 가장 큰 차이라고 한다.

이런 소비자를 응대해야 하는 외식업 종사자들은 고객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고급인력을 통해 단기간 성과의 창출을 너무 기대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들이 내놓는 시너지를 기대해 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 ‘목적의식’으로 탄탄한 피자헛 만들기

위에서 말했듯이 우리나라 외식시장에는 고급인력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고급인력이 외식업계에서 떠나는 경우도 많다.

그 이유 중 하나로 그는 중장기적인 목표 제시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꼽았다.

“CEO의 제일 중요한 ‘덕목’이 뚜렷한 ‘목적의식’을 세우는 것이라면, CEO의 제일 중요한 ‘역할’은 이를 전 직원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피자헛 대표로 취임한 이후 가장 먼저 한 것은 매장·기술 및 인력배치·재정적 지원 등의 부문에 3년간의 목표를 세운 것이다.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기 보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람이 바로 이 대표였다.

“피자헛을 피자 명가로 되살리기 위해서는 ‘몇 %의 매출을 달성하자’라는 목표보다 피자헛이 가지고 있는 유한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된다’는 목표가 우선이었다”며 “내가 없어도 꿋꿋이 1위를 지키는 피자헛이 되도록 신경영전략을 펼쳐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내 외식시장에서 나아가 해외 외식시장까지 새 바람을 불어넣고 싶다’는 이 대표가 앞으로 또 어떠한 ‘매직’을 선보일 지 외식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길보민 기자 gbm@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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