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진미’ 추어탕
가을 진미’ 추어탕
  • 관리자
  • 승인 2006.02.23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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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속에 미꾸라지 박힌 ‘약두부탕’ 별미
“산초가루 넣어야 비린내 없고 제맛”
▶ (주)신천 대표. 음식 칼럼리스트
예부터 춘녀사(春女思) 추남우(秋男憂)라고 한다. 봄에는 여자가 사색하고 가을에는 남자가 우울하다고 했다. 추어탕의 재료인 미꾸라지는 ‘고기어(漁)+가을추(秋)’라 해서 ‘가을고기’란 뜻을 가지며 추어는 여름에 더위에 지친 체력을 보충해주는 음식으로 ‘동의보감’에서는 ‘속을 보하고 설사를 멎게 하며 기를 도와 주고 술을 깨게 하며 당뇨병을 다스리고 위를 따뜻하게 한다’라고 쓰여 있다.

미꾸라지는 가을에 우울한 남자에게 양기를 돋우는데 좋은 음식이다. 추어탕은 남녀노소 및 전국 어디에서나 모두가 즐겨하는 음식이다. 그러나 특유의 맛과 조리방법은 조금씩 달리 하는데 크게 두 가지의 조리방법이 있다. 서울식 혹은 추어탕이라고 하지 않고 추탕이라하는데 남도에서 주로 숙회용으로 쓰는 자잘한 미꾸라지를 골라 깨끗이 씻어 통째로 넣고 끓인다. 국물도 양지 삶은 육수나 사골국에 곱창 삶은 것을 고추기름이 둥둥 떠오르도록 끓여 마치 육개장처럼 보인다. 양지 삶은 국물에 양지살을 뜯어넣고 호박, 마늘, 대파, 생강, 토란줄기, 버섯, 두부 등을 넣고 은은한 불에 하루종일 올려놓고 끓인 진국이기 때문에 미꾸라지의 비린내가 전혀 없어 육개장처럼 얼큰하면서 진한 국물과 함께 미꾸자리의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또한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에서 즐겨먹는 방식으로 해감을 뺀 미꾸라지를 다시 깨끗한 물에 씻어 무쇠솥에 넣고 푹 삶아 나무주걱으로 으깬 다음 뼈를 체로 거르고 순수한 미꾸라지 국물만으로 다시 끓인다. 여기에 얼갈이 배추, 호박잎, 깻잎, 붉은고추 등을 적당히 넣고 끓인 다음 다시 풋고추와 마늘 다진 것을 넣고 막장과 간장으로 간을 한다. 추어탕을 먹을 때는 취향에 따라 풋고추 썬 것 등 다시 양념을 넣는데 무엇보다 산초가루를 조금 넣어야 비린내도 없애고 제맛이 난다. 또한 이조 헌종때 이규경이 지은 ‘오주연문장전산고’는 ‘추부두탕’이라 하여 특이한 요리를 전하고 있는데 미꾸라지를 해감한 후 솥에 두부와 물을 넣고 산 미꾸라지 50~60마리를 함께 넣어 불을 때면 연기를 견디지 못한 미꾸라지가 두부 속으로 파고든다. 열을 가하면 두부 속의 미꾸라지는 약이 바싹 오르면서 죽어간다. 지금도 ‘약두부탕’이라 해서 두부 속에 들어간 미꾸라지에 생강, 풋고추를 넣고 국물을 밀가루 등으로 걸쭉하게 만든 다음 두부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국물과 함께 담아 먹기도 한다.

가을이 오면 어릴 때 미꾸라지를 잡다가 고무신이라도 잊어버리면 어머니께 혼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미꾸라지를 잡아서 붉은 고추와 함께 물을 담가두었다가 해감이 빠진 다음 갖은 채소를 넣어 끓인 추어탕의 맛…. 지금은 그 맛을 만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pjw@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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