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CEO>엉뚱한 상상이 현실이 되다
<앞서가는 CEO>엉뚱한 상상이 현실이 되다
  • 관리자
  • 승인 2009.09.3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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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 푸드시스템(주) 이호경 대표
삼겹살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부분 좋아하는 음식이다. 서민들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 가족끼리 외식을 하거나 직장동료나 친구들끼리 소주한잔을 기울일 때 싸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안성맞춤 메뉴로 각광받고 있는 것. 적당히 물기를 머금은 상추와 깻잎 위에 고기, 장, 마늘, 고추 등을 가득 넣고 푸짐한 쌈을 만들면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든든해지는 기분이다. 이런 삼겹살에 색다른 재미를 부여한 사람이 있다. 상추와 깻잎 대신 쫄깃쫄깃한 떡으로 쌈을 만든 인물, 바로 떡쌈시대 이호경 대표이다.

‘좀 더 차별화된 것이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그의 발걸음은 해를 거듭할수록 창의적인 아이템, 특별한 아이템을 좇으며 ‘몰입’이란 무엇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아니 생각했더라도 정작 실행에 옮기지 못했을 그 아이템을 가지고 치열한 외식 시장에 뛰어든 후 삼겹살 프랜차이즈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고수해 오고 있는 떡쌈시대의 이호경 대표를 만나봤다.
31세 청년, 외식업에 뛰어들다

자동차 회사에서 디자인과 컨설팅 등의 업무를 했던 30대 청년 이호경은 지인과 들른 강남의 한 삼겹살집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그 때 이 대표가 맛본 것은 당시 한창 인기를 끌고 있던 와인숙성삼겹살.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삼겹살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매장 자체도 흔히들 삼겹살집하면 생각하는 후줄근하고 서민적인 분위기와는 영 딴판이었기 때문이다. ‘깔끔한 인테리어의 매장에서 와인에 숙성시킨 삼겹살을 먹는다’. 이러한 사실은 맛있는 것을 찾아다니며 먹을 줄만 알았지 본인 스스로도 외식분야로 뛰어들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이 대표를 외식업으로 이끌게 된 계기가 됐다. ‘매장 콘셉트나 서비스를 차별화하면 성공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 하나 믿고 무모한 도전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 이후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회사에 사표를 던진 이 대표는 전세자금을 빼고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창업자금을 마련했다. 그 후 문을 닫은 채 아무도 운영하지 않고 있던 신촌의 한 매장에서 삼겹살집을 오픈하기에 이르렀다. 1999년 9월의 일이다.

테이블 12개로 시작한 이 대표는 처음부터 차별화된 포인트를 잡았다. 창업 당시에는 젊은 층 사이에서 저가 삼겹살이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 대표는 이 흐름을 좇지 않고 1인분에 6500원 하는 다소 고가의 국내산 삼겹살을 선보였던 것.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3개월 만에 가게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됐다. 그 당시 이 대표는 매실금통삼겹살을 개발하기도 했다. 삼겹살에 금을 입힌 것으로 한 주류회사의 주류제품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해 바로 실행에 옮긴 것이다.

권리금 없이 들어간 매장에서 1년 반 만에 권리금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가게를 키운 이 대표는 신촌에서 종로로 매장을 확장 이전했다. 하지만 신촌에서의 성공을 믿고 종로로 무작정 뛰어들었던 탓인지 사업이 점점 기울었다고. 다른 경쟁자들도 많았을 뿐더러 변화를 하지 않고 옛것만 추구하다보니 트렌드에 뒤처지게 된 것이다.

실패를 하고 다시 예전의 직장으로 돌아간 이 대표, 하지만 직장에 다시 돌아가서도 사업에 대한 이 대표의 열망이 식지는 않았다. 이에 재입사한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외식업으로 복귀, 새로운 시작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떡과 쌈의 재미있는 만남

차별화하지 못해서 성공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한 이 대표는 무엇이 좋을까 생각하던 도중 베트남 요리에서 각종 야채 등을 싸먹는 라이스페이퍼를 보고 색다른 쌈을 만들어 보자고 생각하게 된다. 이때 생각한 것이 떡이다.

떡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던 지라 종로 주변의 떡집이란 떡집은 모두 돌아다니며 배우고 다녔다. 떡을 가지고 쌈을 만들겠다고 하니 주위에서는 ‘실패할 게 뻔 하다’며 만류를 하기에 바빴다고. 실제로 이 대표 스스로도 떡으로 쌈을 만드는 것은 그리 녹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떡을 얇게 펴서 만들어 내야 했기 때문에 달라붙는 것은 예사였던 것.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던 이 대표는 떡의 점도 문제 등 떡으로 쌈을 만들기 위해 걸림돌이 됐던 문제들을 오랜 연구 끝에 하나하나씩 해결하고 여러 번의 테스트를 거쳐 드디어 쌈으로 이용할 수 있는 떡쌈을 개발해냈다.

떡쌈개발을 했을 즈음 이 대표는 ‘석기시대’라는 브랜드를 선보였다. 2003년 7월의 일이다. 정확한 브랜드명은 떡쌈돌김치삼겹 ‘석기시대’였다. 떡쌈과 돌구이판, 김치라는 브랜드의 특징을 집약해놓은 수식어를 사용한 석기시대는 매장 오픈 한 달후부터 손님들이 줄을 서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줄을 서지 않으면 매장에 입장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히트를 치게 됐다. 기존에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떡쌈이 고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브랜드명을 아예 떡쌈시대로 바꿨다.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하자 자신도 떡삼시대를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고 이에 15개 정도의 매장을 전수창업 형식으로 오픈했다.

이러한 가운데 탄탄한 인기를 기반으로 이 대표는 2005년 법인을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가맹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회사명은 프론티어(frontier)의 앞자를 따서 FR푸드시스템으로 정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당시에도 매장 하나만 운영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던 이 대표는 서두르지 않고 처음 계획했던 대로 한걸음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던 것이다.

현재 떡삼시대는 약 1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2007년 5월에는 해외 가맹점 1호인 호주 시드니 이스트우드점을 오픈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적극적인 매장확대보다는 브랜드의 내실을 다지는 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성공의 비결에 대해 물었다. 이 대표는 “무에서 창조되는 유는 없다”며 “유에서 유가 탄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기존에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것을 가지고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똑같은 재료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승패가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별한 아이템은 이슈가 될 수는 있지만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른 것이 필요한데 그것은 바로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브랜드를 론칭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대중음식점에서는 보기 드문 서비스를 해오고 있다고 자신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국내산 저항생제 웰빙포크인 ‘벌침맞은 삼겹살’을 업계에서 유일무이하게 PB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도 떡쌈시대의 또 다른 경쟁력이다. 이 대표는 “PB상품을 출시하는 것이 예상외로 힘들고 까다로운 일이었지만 이를 끝까지 고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외식기업으로 도약할 것

이호경 대표는 지난 8월 또 다른 브랜드를 공개했다. 바로 육류전문점을 표방하는 떡쌈시대爐(로)이다. 브랜드 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떡쌈시대爐는 화로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이다.

기존의 떡쌈은 그대로 가져가되 다양한 부위의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육질이 좋기로 유명한 와규로 갈비꽃살, 등심, 육사시미, 육회 등 네 가지 메뉴를 구성하기도 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떡쌈시대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떡쌈시대爐에는 샐러드바도 마련돼 있어 주부층에서는 이미 인기만점이라고.

떡쌈시대爐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 재미있다. 떡쌈시대가 한창 인기를 끌 때 일본의 한 기업으로부터 일본 진출의 기회를 제의받게 된 이 대표는 이를 계기로 해외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한 번은 미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규가꾸(牛角)’라는 일본음식점에서 일식이 아닌 한식을 메인메뉴로 내세워 장사를 하고 있던 것을 보고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이 업체는 우리 한식당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것과 달리 대부분의 손님이 현지인으로 구성돼 있었기 때문에 이 대표는 자칫하다가는 이들이 왜곡된 한식을 전파할 수 있겠다 싶어 제대로 된 한식을 선보이기 위해 떡쌈시대爐를 선보이게 된 것이다. 해외진출을 목표로 론칭한 브랜드인만큼 국내에서는 직영점 체제로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이 대표는 경기도와 경남 함양군 등의 지자체와 그 지역 특산물을 이용해 메뉴를 만드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이 대표는 “지자체와 협력체제를 구축하면 물량확보도 좀 더 쉬워지고 질 좋은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뿐만 아니라 쌀, 호박 등만을 수출하는 것 보다 이를 이용한 메뉴를 수출하는 것이 더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대표는 제 3브랜드인 다물도 최근 새롭게 선보였다. 다물은 덮밥과 국수를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로 객단가도 저렴하고 무엇보다 밥을 시키면 국수를 주고 국수를 시키면 밥을 준다는 것이 특징이다. 메뉴의 평범함을 뛰어넘기 위해서 서비스에서 또 한 번의 차별화를 이뤄내고 있는 것이다.

분당에 13평 매장으로 오픈한 다물은 1억원 정도의 비교적 적은 자금으로 창업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떡쌈시대爐와 달리 가맹사업을 위주로 사업을 진행해 나갈 방침이다.

이 대표는 다물이 어느 정도 시장에 안착하게 되면 또 다른 브랜드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벌써 사업 아이템은 어느 정도 구상이 끝난 상태다.

이 대표의 궁극적인 목적은 바로 FR푸드시스템을 한식 세계화를 위해 앞장서는 글로벌 외식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해오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자평하는 이 대표, 그는 장풍파랑(長風破浪)이라는 말을 항시 가슴 속에 지니고 있다. ‘바람을 타고 물결을 헤쳐 나간다’는 뜻으로 사업을 하다가 바람(역경)이 불면 이를 잘 활용해 또 다른 기회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마음가짐이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능력을 가진 이호경 대표, 꾸준히 노를 저어 언젠가는 세계의 바다를 멋지게 항해하고 있을 그의 미래를 기대해 본다.

이승현 한승희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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