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자 공포’ 사태 업계 스스로 풀어야
<사설> ‘과자 공포’ 사태 업계 스스로 풀어야
  • 김병조
  • 승인 2006.03.17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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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적인 방어자세에서 벗어나 소비자 니즈에 부응하는 식품안전 및 품질향상 등 근본적인 해결책 모색에 적극성 보여야
지난 8일 KBS ‘추적60분’ 프로그램에서 ‘과자의 공포, 우리 아이가 위험하다’가 방송된 후 가공식품의 안전성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방송된 후 소비자들은 혼란을 겪고 있고, 식약청을 비롯한 관계 기관과 정치권에서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런데 막상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업계는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식품공업협회에서 두 차례의 자문위원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지만 공식적인 입장표명은 하지 않았다. 16일 밤에 방송된 MBC ‘100분토론’에 협회 관계자가 출연해 업계 입장을 대변하고, 조만간 대국민 홍보성 광고를 내 보낼 계획이라는 것이 고작이다.

업계가 적극적인 대응책을 모색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이번 사태의 원인 제공자인 방송사를 상대로 반박 논리를 펴봐야 득이 될 게 없다는 심리와, 문제제기를 할 경우 긁어서 부스럼 내는 꼴이 되지 않겠는가라는 피해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의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대응자세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업계의 이같은 자세는 잘못된 것이다.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대응자세가 필요하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모두가 ‘약’과 ‘독’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심지어 자연 그대로 재배한 유기농 식품조차도 자체적으로 유해성분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있으며, 특히 섭취방법이나 먹는 사람의 체질에 따라서 몸에 이롭지 않은 결과를 낳기도 한다. 하물며 신선식품이 아닌 가공식품이야 두말할 나위가 없다. 따라서 객관성이나 과학적 검증이 결여된 내용으로 업계 에 충격파를 주는 행위는 그 발상지가 언론이든 정부든 강력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업계의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자세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과자가 아토피를 유발한다는 방송 내용이 잘못됐다는 것을 반박하고, 업계는 잘못이 없다는 것을 홍보하는 데만 치중해서는 안 된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업계는 이번 기회에 식품안전 문제에 대한 연구는 물론이고 대국민 홍보 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자세로 그때그때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할 경우 식품업계는 영원히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방법으로는 업계 차원의 ‘식품안전 연구센터(가칭)’ 등을 설치해 정부나 소비자단체보다 훨씬 수준 높게 식품안전 문제에 대한 검사와 연구를 자발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을 권고하고 싶다. 언론이나 시민단체 등에서 문제제기를 할 때마다 업계는 ‘식품공전 등 정부가 정한 기준 규격대로 하고 있는데 뭘 잘못 했나’라는 식의 반응을 보여 온 것이 사실이다. 법대로라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세상은 법감정과는 달리 국민정서로 움직여질 때가 많다.

오늘날 식품과 관련된 국민정서는 국민소득이나 세계 속의 경제적 위상에 걸 맞는 안전과 질을 요구하고 있다. 사회의 변화상이 가장 뒤늦게 반영되는 법과 규칙에만 의존해 있을 것이 아니라 소비자 니즈를 즉각 반영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최근 사회 곳곳에 웰빙과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지만 가공식품 업계만은 그같은 사회 분위기에 둔감해 보였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기업 이익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국민건강을 우선시하는, 그래서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되도록 관념 자체를 바꿔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업계가 투자를 해야 한다. 식품안전이나 품질향상을 위한 연구개발이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되겠지만 업계가 공동으로 부담을 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식품업계의 경우 국내 랭킹 선두권에 있는 업체들이 모두가 제조가공업체일 정도로 가공업체의 규모가 만만치 않다. 설탕을 주력 제품으로 성장한 CJ, 라면과 스낵으로 연간 2조원 가까이 매출을 올리고 있는 농심, 과자나 아이스크림, 탄산음료로 돈을 벌고 있는 롯데 등 모두가 국민건강을 담보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기업들이다. 이제는 국민건강 증진를 위해 기업 이윤을 환원할 때가 됐고, 또 충분히 그럴만한 여유가 있는 기업들이다.

식품업계는 이번 ‘과자공포’ 사태를 계기로 기업과 소비자의 공생 관계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동시에, 이를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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