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맛있는상상 오원자 대표
(주)맛있는상상 오원자 대표
  • 신원철
  • 승인 2010.06.07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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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사업 성공비결? 음식은 시스템, 사람은 열정”
한식세계화가 우리 식품외식산업의 미래로 점쳐지는 요즘 관련 업계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수천년간 표준화된 레시피가 만들어지지 않은 한식의 주먹구구식 조리법을 개선하는 것이다.

특히 한정식은 표준화된 레시피보다 주방장의 손맛을 우선시하는 관행이 있어 레시피 표준화가 어려운 업태로 꼽힌다.

(주)맛있는상상의 오원자 대표는 지난 1998년부터 업소에서 직접 자기만의 된장, 고추장을 직접 담갔고, 2000년에는 체인사업의 안정화를 위해 한정식의 표준 레시피를 개발ㆍ적용해왔다. 이와 함께 된장ㆍ고추장, 소스 등을 제조하는 2곳의 중앙집중식조리시설(CK:Central Kitchen)설립ㆍ운영중이다.

2500평 규모 부지에 장독대만 1천여개. 이곳에서 맛있는상상의 맛의 비결이 태어난다.

30평 규모의 작은 한정식당을 운영하며 일찌감치 표준화된 레시피 개발에 역점을 둔 오원자 대표에게 한식의 시스템화에 대한 생각을 들어왔다.

▲전업주부였다가 1996년 외식업소를 창업해 외식기업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경험 없이 외식업에 뛰어들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제조ㆍ유통사업까지 영역을 확대하게 됐나.
전업주부가 사업에 뛰어드는 사정은 대게 비슷하다. 아이들의 교육비ㆍ불안한 노후 등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또 주부들이 할 수 있는 일도 음식 말고는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다만 내가 운이 좋았던 것은 어려서부터 입맛이 까다로웠다는 점이다. 50대인 우리 세대는 어린 시절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는 문화가 익숙하다. 보통 고추장에 나물 넣고 쓱쓱 비벼서 가족이 함께 수저를 부딪치며 밥을 먹곤 했는데, 난 딱 내가 먹을 것만 깔끔하게 담아주지 않으면 식사를 못했다. 그래서 부모님에게 까다롭다고 많이 혼났다. 그런데 그런 성격이 음식점을 하면서 정갈하고 늘 한결같은 음식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1996년에 경기도 광주 시외에 작은 규모로 한정식당 ‘좋구먼’을 냈는데, 비린내 나는 음식ㆍ화학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을 싫어하는 내 입맛에 맞춰 정갈한 음식을 내놨고 이게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문제는 내가 원하는 된장ㆍ고추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내 손으로 된장ㆍ고추장을 담기 시작했고, 좋구먼 2호점을 내면서부터 된장ㆍ고추장이 많이 필요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입맛에 맞는 식재료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 필요하게 됐다.

그 당시 중앙집중식조리시설을 운영하는 한정식당은 많지 않았다. 게다가 국산으로 좋은 재료만 썼으니 웰빙으로 시대를 앞서간 셈인데, 그런 생각 보다는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을 내놓고픈 욕심 때문이었다.

▲현재 좋구먼을 비롯해 더삼겹, 구주, 우리미, 찌개애감동, 월선네 등 6개 한식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한정식으로는 체인사업이 어렵다는 이가 많은데 비결이 있나.

음식점의 비결은 누가 뭐라고 해도 맛이다. 체인사업을 하면서 가장 역점을 둔 것도 맛이고, 맛있는상상의 브랜드를 말해주는 것도 맛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 좋구먼을 시작한 후로 늘 마음에서 떠나지 않은 것이 우리 된장ㆍ고추장의 진짜 맛이 점점 사라져간다는 것이었는데, 다양한 가공식품ㆍ식재료가 개발되면서 음식점을 경영하기는 훨씬 수월해졌지만 예전 우리 조상들이 즐겨먹던 그 맛은 잊혀지고 있다. 요즘 50대 주부 중에 직접 된장ㆍ고추장을 담글 줄 아는 이가 몇이나 있나.

내가 직접 공장을 운영해서 된장ㆍ고추장을 담으면서 체인사업에서 모두 똑같은 맛을 낼 수 있게 되자 사업확장에 속도가 붙었다.

그러면서 옛 맛을 그대로 살리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고, 또 내 가게를 찾는 고객들도 그 맛을 사랑해준다는 걸 알게 됐다. 또 2000년에는 우리 사회에 웰빙소비가 나타났고, 신토불이 운동도 있었다. 그때 사업운이 잘 맞았던 것 같다.

직접 담가 내놓는 토속음식을 좋아해주는 이가 늘었고, 특히 오랜 직장생활로 바깥 음식에 질린 사람들이 우리 가게의 마니아가 됐다. 음식을 먹고 나면 속이 편하다는 게 가장 큰 인기였는데, 30평 가게 전체가 꽉 차고 다시 비워지기를 하루 8번이나 했다. 하루 매출이 700만원이었고, 주방직원 5명, 홀 직원 5명 등 직원이 10명이었다. 너무 바빠서 음식을 팔면서도 직원들하고 밥 먹을 시간이 없을 정도였다.

재미있는 것은 10시 30분에 가게를 찾아와 바쁜 시간대를 피해주는 고객이 많았다는 점이다. 또 반찬이 떨어지면 고객들이 알아서 주방에서 받아가고, 기다리는 고객이 빨리 식사를 할 수 있게 일찍 자리를 비켜주는 등 우리 가게만의 분위기가 있었다.

외식업소 경영주가 맛에 대한 약속을 지켜주면 고객들은 외식업소에 대해 애정을 가져준다. 그게 한국인의 문화고, 내가 외식사업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모든 사업이 그렇겠지만 외식업은 특히 직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좋은 직원을 가려 뽑는 요령이 있나.

예전부터 사람들이 많이 물어보던 질문이다. 보통 일 잘하는 직원, 좋은 직원을 얻어야 성공한다고 하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나는 능력보다도 성실한 사람,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뽑는다. 그렇다고 내 입맛에 맞는 사람만 뽑는 건 아니다. 그 보다는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바꿔가는 것을 좋아한다. 심지어 의심스런 직원을 내 식으로 바꿔놓기도 한다.

세상에 나하고 꼭 맞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나. 외식사업에서 인력난을 해결하려면 경영주는 사람을 바꿀 줄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서로 생각을 공유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일 문제를 떠나서 세상 살아가는 법, 인생 얘기 등을 깊게 나눈다. 사는 법이 서로 비슷해지면 일을 해도 잘 된다.

의심 먼저 하면 직원이 영원히 못 믿을 사람이 된다. 음식장사하고 같다. 돈 욕심 먼저 부리면 고객들이 귀신같이 알아보는 것처럼 경영주가 의심 먼저 하면 직원은 반드시 비뚤어진다. 반면 직원을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바꿔 놓으면 그 사람은 계속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된다.

믿는 사람들과 일하면 사업이 얼마나 편한가. 내가 믿어주고 그만큼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밀어주는 일, 그게 성공 비결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여러 점포를 열 수 없었을 것이다. 직원들이 사장보다도 더 열심히 해서 놀랄 때도 있다.

점포 하나를 그렇게 잘 해놓으니까 다른 점포를 열 때도 점장들이 본점을 보고 배워간다. 믿어주고 밀어주는 게 우리 맛있는상상의 사람 쓰는 문화다.

▲한정식은 흔히 직영사업을 하는 이는 많은데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려는 이는 많지 않다.

힘들다. 한정식은 경영 마인드가 어느 업태보다도 중요하다. 주인의식이 철저하면 잘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정말 어렵다.

음식점은 정성을 베푸는 사업이다. 직원에게, 손님에게 또 음식에도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 너무 돈 욕심을 부리면 안 되는 게 한정식이다. 작은 차이지만 손님들이 금방 알아본다. 작은 것 무시하고, 베풀 줄 모르는 사람이 운영하면 아무리 자리가 좋아도 망한다. 결국 가맹사업에서도 잘 되려면 좋은 가맹점주와 계약을 맺어야 한다. 시스템, 교육만으로 가맹점주의 품성까지 바꿀 수는 없다.

우리나라 한정식집이 오래 견디지 못하는 원인 중에는 지나치게 주방장에 의존하는 점을 들 수 있다. 잘 되던 한정식집이 주방장이 바뀜과 동시에 맛이 변해서 어려움에 처할 때가 많다. 음식의 표준화를 못 시켰고, 주방장이 하나하나 세심하게 신경을 쓰는 지 여부가 그만큼 맛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좋구먼도 체인사업을 하면서부터는 일부 점주가 자꾸 본점의 원칙을 어기고 자기 마음대로 음식 맛을 바꾸는데, 손님들이 먼저 나서서 왜 본점과 맛이 다르냐고 지적하면 그때서야 점주가 깨닫는다.

음식 맛의 기준이라는 게 참 신기해서 다들 자기 입맛에 맞는 음식이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고 착각을 한다. 그래서 한정식집이 프랜차이즈화가 어렵다.
잘 되는 체인점은 경영 마인드가 있고, 맛의 원칙을 지키는 곳이다. 외식업은 음식솜씨에서 시작하지만 결국은 경영이다.

좋구먼 본가는 10년전 창업할 때나 지금이나 음식 맛이 그대로다. 그래서 하루 300명, 주말 500명의 손님이 찾아오는 것 같다.

▲한정식의 문제는 재료값이 너무 비싼 점이다. 품질을 유지하려면 좋은 재료를 써야 하지만 판매가격은 또 올리기 쉽지 않다. 이런 문제에 대해 해결책이 있나.
식자재 원가 관리가 참 어렵다. 일단 주방에서부터 식재료의 손실률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좋은 재료를 알차게 쓰지 않고는 물가상승에 대처하기 어렵다. 하지만 선진국의 외식기업들을 보면 다들 이 문제를 한번씩은 거쳐 갔다. 우리 외식업계도 원가관리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인데 지금은 과도기로 본다. 분명히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물론 그 해결책 안에는 맛있는상상처럼 직접 농장을 운영하고, 중앙집중식조리시설을 운영해서 품질 대비 가격을 낮추는 것도 포함된다. 이렇게 하면 품질관리도 되고, 가격경쟁력도 강해진다. 앞으로는 이런 외식기업이 더 늘어날 것이다.

또 잔반을 줄여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음식을 파는 입장에서 고객들에게 이 점을 관철시키기가 어려워 시간이 걸린다.

더불어 주방에서는 원가가 비싸지 않으면서도 손님들이 좋아할 메뉴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식재를 구매할 때 대량구매, 계약직거래로 수매단가를 낮추고,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메뉴를 개발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맛있는상상에서는 강원도 양구의 농장과 나물류를 계약재배하고 있다. 그런 식재료 몇가지만 확보해도 식재료 가격 인상의 부담을 더는 데 도움이 된다.

신원철 기자 haca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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