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용F&B 정우용 대표
(주)우용F&B 정우용 대표
  • 신원철
  • 승인 2010.07.3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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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자재 공급능력이 주점의 성패 가른다”
심각한 취업난으로 청년창업이 주목받는 가운데 대학 졸업 후 작은 주점에서 시작해 400여곳 가맹점을 거느린 프랜차이즈 업체의 CEO가 된 이가 있어 화제다.

지짐이, 퍼니퍼니 등의 주점 브랜드를 운영하는 (주)우용F&B의 정우용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대학 졸업 후 사업에 뛰어들어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그의 나이는 이제 39세다. 아직도 사업에서 하고픈 것, 이루고픈 것이 많다는 정우용 대표의 외식업과 사업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들어봤다.

주점, 도매시장서 성공의 길을 찾다

정 대표가 주점 사업에 뛰어들게 된 것은 첫 직장이 적성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후 취직한 IT회사를 6개월만에 뛰쳐나왔을 때 그의 머릿속에는 주점, 고깃집 등에서 아르바이트하던 대학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구직을 단념한 그는 부모님이 대출받은 돈을 밑천삼아 1996년 경희대 앞에 그의 첫번째 주점을 열었다.

시작은 동업이었다. 갓 대학을 졸업한 그였기에 주점 운영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경력 있는 주점 경영자와 공동창업을 했다. 지분을 투자해 함께 차린 가게였지만 정 대표는 자신이 사장이라는 생각을 단 한순간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창업후 꼬박 1년을 쉬지 않고 일하며 주점의 업무를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배웠다.

그가 2년간 주점경영에 대해 배운 많은 것 중에서도 음식에 맞는 식자재를 저렴하게 구하는 방법은 그가 주점 경영자로 우뚝 설 수 있게 된 비결 중 하나다.

정 대표가 주점을 차린 1996년에는 밤 12시 이후로 주점에서 고객을 받을 수 없었는데 정 대표는 매일 영업시간 이후 새벽 2시에 당시 서울 문래동에 있던 청과물도매시장을 찾았다. 다음날 쓸 식자재를 구매하러 다닌 것으로 눈에 띄는 것은 대부분의 주점 경영자가 구매할 음식을 정하고 도매시장을 찾는 반면 정 대표는 그날 가장 신선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과일과 채소를 구매한 점이다.

요즘과 달리 1996년에는 나라경제가 어렵지 않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늘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양이 푸짐하고 또 먹을 만한 음식을 만들자’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매시장을 찾은 첫날엔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책에서 배울 수 없는 현장의 지식들이 쌓여갔다. ‘4구’, ‘3구’처럼 도매시장에서만 쓰이는 용어들을 섭렵하고 나자 비로소 거래에 눈이 떠졌다.

정 대표는 매일 새벽 지방에서 과일과 채소가 들어오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단 한곳의 상점도 빠지지 않고 시장을 돌았는데, 시간이 지나자 시장상인들은 그에게 중도매상들과 같은 값에 과일과 아채를 팔았다.

“처음 주점이라는 걸 경영해보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운도 많이 따랐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지 않는 지하의 볼품없는 가게자리에서도 인근 주점 중에서는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다. 세상에 특별한 성공의 비결이라는 게 없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직접 발로 뛰면서 주점의 모든 부분을 알지 못하면 주점을 운영할 수 없다는 걸 배웠다.”

2년 후 정 대표는 동업한 주점에서 지분을 빼고 경희대 앞을 떠나 서울 영등포로 자리를 옮겨 70평 규모의 ‘스톤타운’이라는 주점을 열었다.
1998년 IMF 환란이 닥치자 많은 주점들이 경영난을 호소했지만 그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됐다. 점포 임대료가 비싸지 않은 곳에서 화려하지 않은 인테리어로도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는 그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창업할 때 스톤타운의 가게자리는 보증금 4천만원, 권리금 5천만원의 1억원이 채 안 되는 점포였다. 경쟁업소들보다 상대적으로 외진 곳에 있어 고객들의 눈에 잘 띄지도 않았고 자금이 모자라 인테리어 공사도 없이 간판만 바꿔 가게를 열었다. 하지만 그가 직접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서빙을 하면서 한달 매출이 6천만원까지 올랐고, 순이익도 최고 3천만원에 달했다.

비결은 신선한 식자재로 푸짐하게 만든 안주, 고객들이 한번 찾으면 잊지 않도록 하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였다.

스톤타운이 오픈한 첫날 정 대표는 1만2천원짜리 안주를 공짜로 고객에게 제공했다. 그리고 다음날은 1천원에 그 다음날은 2천원에 파는 등 하루에 1천원씩 안주의 가격을 올리는 이벤트를 열었다. 12일이 지나자 가게가 고객으로 가득 찼다. 시설은 보잘 것 없었지만 음식의 맛, 가격경쟁력 등을 고객들에게 인정받은 셈이다.

매출이 자리를 잡으면서 정 대표는 바, 고깃집, 호프집 등을 추가로 열었고 몇년 뒤에는 200평 짜리 가게를 4개나 운영하는 외식업 경영주가 됐다.

포장마차로 눈 돌려

이처럼 주점, 고깃집 등 외식업의 경영주로 자립한 그였지만 늘 불안했다고 한다. 외식업계가 경쟁적으로 사업 투자비를 올리면서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정 대표의 가게 인근에 더 화려한 주점, 고깃집들이 앞다퉈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주점, 고깃집만 10여년을 하는 동안 유행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알게 됐다.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고기를 찾는 것 자체는 변하지 않아도 그 안에 유행이 있고 유행을 따르지 못하면 매출이 줄어드는 점은 해결하기 쉽지 않다. 특히 대형 주점, 고깃집을 좋아했지만 2000년이 지나자 대형보다 중소형을 찾는 고객들이 늘었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아야 할 때가 왔다.”

고민이 끊이지 않던 그는 영업시간이 끝난 후 차를 몰고 서울의 강남, 종로, 홍익대학교 앞 등의 유흥가를 돌았다. 그곳에서는 늘 새로운 주점, 외식업소가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 속에서 정 대표는 유행을 타지 않는 주점의 형태를 찾고 또 찾았다.

2004년 직영 1호점을 낸 ‘지짐이’는 그런 그의 고민 속에 태어난 주점 브랜드다. 경쟁이 심한 유흥가를 벗어나 주택가 인근에 가게를 냈고 안주의 가격은 5천원 안팎으로 저렴했다. 보증금과 권리금을 모두 합쳐 1200만원밖에 들지 않는 가구점 자리였지만 그 곳에서 한달에 3천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지짐이의 모델이 된 것은 바로 포장마차. 음식의 맛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고 값이 싸지도 않지만 포장마차를 찾는 고객이 꾸준한 점에 주목한 것이다.

“쪼끼쪼끼, 투다리, 치킨집 등을 제외하면 주택가에서 성공하는 주점이 없었다. 그나마도 밤 10시~11시면 고객이 대부분 집으로 돌아간다. 만약 내가 주택가에서 새벽까지 영업을 할 수 있다면 많지는 않아도 충분한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처음 1달간은 어려움이 많았다. 새벽 이른 시간까지 영업을 했지만 고객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기다렸다. 6개월이 지나자 새벽 4시까지 가게가 고객들로 꽉 찼다. 용기를 얻어 2개의 직영점을 더 열었고 이것이 지짐이가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확장된 계기가 됐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기다림’
선술집 형태의 이른바 ‘퓨전주점’이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요즘 지짐이는 여전히 4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 비결로 정 대표는 ‘기다림의 경영’을 든다. 고객들이 주점의 장점을 알아주기까지 걸리는 시간, 창업자들이 지짐이의 경쟁력을 이해해주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주택가에서 늦은 시간까지 영업하는 것이 지짐이의 경쟁력임에도 이를 가맹점주들에게 이해시키기가 쉽지 않았다. 개업을 하고 한동안은 새벽까지 영업을 해도 고객이 오지 않는다. 하지만 늘 같은 시간에 가게를 열어놓아야 비로소 고객들이 기억하고 찾게 된다. 영업시간이 곧 고객과의 약속인 셈이다. 그런데 매출이 오르지 않으면 가맹점주들은 당장 새벽영업을 중단하기 일쑤다. 심한 경우 고객이 오지 않는다고 인건비를 무리하게 줄이거나, 품질을 떨어뜨리면서까지 저렴한 식자재를 쓰려고 한다. 기다릴 줄 모르는 조급함이 사업을 망치는 지름길인 셈이다.”

주점을 운영하며 깨달은 그의 경영철학은 프랜차이즈 사업에도 적용되고 있다. 수많은 프랜차이즈 본부가 단기간에 많은 가맹점을 모아 수익을 극대화하려 하지만 그래서는 오랜 시간 버티기가 어렵다는 것.

정 대표는 한개 외식 브랜드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적어도 30개의 가맹점이 문을 열 때까지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업초기 30여개의 가맹점이 브랜드의 생명력을 좌우할 수 있어 가맹점주 선별에도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지짐이 가맹점주 중 80여명은 5년간 본부와 동고동락한 장기 가맹계약자들이다. 이들 중에는 한 명의 가맹점주가 4개의 지짐이 매장을 운영하는 이도 있다. 이들 가맹점주들은 지짐이가 400여개의 가맹점을 오픈하기까지 브랜드의 원동력이 돼줬다.

정 대표의 기다리는 경영은 식자재 관리에서도 두드러진다. 매년 뛰는 물가로 메뉴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판매가격을 10개월 뒤 경쟁업소들이 메뉴가격을 모두 올리고 나서야 올린다.

본부와 가맹점의 수익이 줄어들 수 있지만 고객들이 메뉴가격 인상을 납득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것.

지짐이 메뉴의 판매가격을 천천히 올릴 수 있었던 데는 매년 10%씩 직거래 품목을 늘려가는 정책이 큰 힘이 됐다. 경쟁업소보다 품질은 뛰어나고 가격은 저렴한 식자재를 가맹점에 공급하고 그만큼을 판매가격 인하에 쏟아 부은 셈이다. 정대표는 지난해 50%였던 직거래 비율을 최근 60%까지 끌어올렸다.

올해 정 대표는 ‘오늘한점’이라는 고깃집 브랜드를 새로 냈다. 내년 하반기부터 가맹사업을 시작할 계획인 이 브랜드는 식자재 관리의 중요성을 잘 아는 정 대표의 노하우가 집대성된 사업이다.

지리산에 있는 농가와의 직거래로 국내산 생고기를 공급받는데 눈에 띄는 것은 온도별로 3단계의 숙성과정을 거쳐 고기가 고객에게 제공되는 점이다. 1단계는 영상 5℃, 2단계는 영상 2℃, 3단계는 영하 3℃로 각각 하루, 반나절, 당일 쓸 고기 등으로 숙성기간도 세분화했다. 고기의 맛에도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그의 경영철학이 반영됐다.

외식업의 기본은 맛과 가격이라는 정 대표.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기본에 충실하려 하는 그의 외식업에 대한 열정이 어떤 내일을 그려갈 지 기대해본다.

신원철 기자 haca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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