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환의 음식 이야기> 홍탁삼합(洪濁三合)
<박진환의 음식 이야기> 홍탁삼합(洪濁三合)
  • 관리자
  • 승인 2006.04.1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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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의‘홍’자와 탁주(막걸리)의 탁’자를 따서 붙인 이름이 홍탁(洪濁)이다. 톡 쏘는 홍어의 얼얼한 맛을 은근히 휘감아 주는 탁주의 텁텁한 맛이 천생연분이다.

여기에다가 홍어를 제대로 먹을 줄 아는 애주가 들은 2년 이상 묵힌 배추김치에 잘 삭힌 홍어의 살과 등뼈부위를 초고추장에 슬쩍 찍고 비계가 적당히 붙은 삶은 돼지고기를 새우젓에 적셔 큼직하게 보쌈해서 먹는 삼합을 즐긴다.

언뜻 보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세 가지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삭힌 홍어의 싸한 자극적이고 지릿함을 보다듬는 삶은 돼지고기의 부드러운 맛과 여기에다가 짭쪼름한 김치맛이감칠 맛을 더한다. 처음에는 김치 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이어서 삶은 돼지고기의 고소함이 마지막에 가서야 확 쏘는 듯한 홍어의 맛이 입안에 가득 번진다. 이때다 싶어 막걸리를 한 사발 들이키면 순식간에 입안의 복합적인 모든 맛을 평정시킨다. 이게 바로 홍어 요리 중 최고로 치는‘홍탁삼합’이다. 세 가지 발효음식(홍어, 김치, 막걸리)이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만들어 낸다. 발효음식은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지만 한번 맛들이면 중독성이 강한 음식이다.

쫀득쫀득 차지면서 오독오독 씹히는 홍어와 입안에 착착 달라붙는 삶은 돼지고기 그리고 곰삭은 김치의 시원한 맛이 최상의 궁합을 이루어 낸다.
잘 삭힌 홍어는 입에 넣었을 때 톡 쏘는 맛이 강하면서 씹을수록 알싸한 맛이 난다. 또 목과 코를 자극하고 퀴퀴하다 싶을 정도의 향을 풍긴다. 이것은 홍어의 몸속에 삼투압을 조절하기 위해 있는 요소(Carbamide)를 삭히는 과정에서 암모니아(ammonia)로 만들기 때문에 특유의 맛과 향을 지니게 된다.

만만한게‘홍어거시기’란 말이 있다. 홍어의 수컷 생식기는 몸 크기의 삼분의 일 내지 오분의 일에 이를 정도로 툭 튀어나와 있고 가시가 붙어있다. 홍어를 잡았을 때 걸리적거리기도 하고 가시에 손을 다칠 염려도 있고 해서 수놈이 낚시 바늘에 걸려오면 제일 먼저 생식기를 칼로 쳐냈다고 한다.

또 수놈은 암놈에 비해 크기가 작을 뿐 아니라 맛 자체도 암놈은 차지고 부드러우면서 쫀득한 맛인데 비해 수놈은 왠지 퍽퍽한 느낌이고 가시가 억세어 먹기도 힘들다. 그래서 홍어 거시기를 없애고 암놈으로 속여 팔았다고 하는데 홍어거시기를 쓸모 없는 것에 빗대어 유래된 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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