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안 보고 한식조리사 된다?
시험 안 보고 한식조리사 된다?
  • 신원철
  • 승인 2011.06.02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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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청년 일자리 지원정책에 조리사들 반발…국가 자격증 제도 유명무실 우려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한식조리사 등 국가 자격증을 자격시험을 보지 않고도 취득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제86차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발표한 ‘청년 내 일 만들기’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근로자들의 업무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표준지표를 마련하고, 그에 맞춰 정부가 개설하거나 인정한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시험 없이 손쉽게 국가기술자격을 부여하는 ‘과정이수형 자격제도’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이 교육과정의 취지는 일자리를 구한 청년들이 교육ㆍ훈련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있다.
하지만 한식조리사 등 국가자격증 소지자들은 자칫 자격증 제도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

●조리사 업계 “시험 없이 자격증 남발, 자격증 있으나 마나”

(사)한국조리사회중앙회에서는 이번 고용노동부의 과정이수형 자격제도 추진에 대해 국가 자격증 제도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남춘화 (사)한국조리사회중앙회장은 “개설된 지 수십년이 되는 조리사자격증 제도가 아직 관련법에 제대로 된 정의조항조차 마련되지 못한 상황에서 이렇게 시험도 보지 않고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게 하면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중앙회에서는 조리사자격증 제도의 취득요건을 강화하고, 법적인 권한을 늘릴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주장해온 터라 이번 과정이수형 자격제도 도입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점은 그간 조리사자격증이 지나치게 취득이 쉬워 자격증으로서 충분한 변별력이 부족해 자격증 취득요건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외식업계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다 보니 조리사자격증을 따로 외식업체 종사자가 연봉협상 시 큰 이점을 얻지 못해왔다.

대학의 조리학과 관계자들은 “나이, 학력, 조리 실무경력과 무관하게 남발되는 조리기능사 자격증이 현실적으로 조리사를 대표하는 자격이 되기 어려웠다”며 “단기간에 학원교습 등으로 취득할 수 있는 조리원, 관련 대학 졸업생에게 부여하는 조리사, 학사수준의 전문가에게는 조리산업기사 등의 자격을 차등 부여해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식품안전, 위생 등에 대한 눈높이가 날로 높아지는 요즘, 전문성이 강화된 조리사자격증 제도를 기반으로 외식업체의 조리사 의무고용제도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요리학원 수강생 줄어들어 전전긍긍

이처럼 조리사자격증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조리사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요리학원 업계는 과정이수형 자격제도가 시행되면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조리사자격증을 취득 수 있게 돼 당장 수익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H외식창업아카데미 관계자는 “대부분의 요리학원이 자격증 취득과정에 의존해 운영되고 있어 고등학교, 대학교 교육만 받으면 자격증을 취득 수 있게 되면 상당수의 요리학원이 폐업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자격증 과정 외에 다양한 조리교육과정을 운용하고 있는 기업형 요리학원만 살아남아 요리학원 업계에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가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국에 6개 분원을 운영 중인 H외식창업아카데미에서 1년에 배출하는 조리사자격증 준비교육반의 수강생만 2500여명에 달한다. 따라서 당장 정부가 요리학원들에게 마땅한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과정이수형 자격제도 시행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자격증 교육비 국가가 덜어줄 것”

고용노동부가 이처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과정이수형 자격제도를 추진하려는 것은 자격증 취득에 드는 국민의 교육비를 경감시켜주기 위해서다. 그간 국가 자격증과 관련된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해도 자격증을 따려면 별도로 학원 등에서 교육을 받아야 해 이 점을 개선하겠다는 것.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관련 업계 전문가들과 협의체를 구성한 뒤 고등학교, 대학교만 졸업해도 자격증을 취득 수 있도록 현행 전문교육 과정을 전면 개편해 나갈 것”이라며 “올해 안에 직무능력표준에 대한 기준을 만들고 2012년 말 과정이수형 자격제도를 시범운영한 뒤 2013년부터는 시험 없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현재 556개에 이르는 자격증 대부분을 시험 없이 취득 수 있도록 할 방침이어서 국가 자격증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업태 종사자들의 반발이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신원철 기자 haca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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