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2011년 외국인 근로자 고용 정책 진단
<창간특집>2011년 외국인 근로자 고용 정책 진단
  • 신원철
  • 승인 2011.06.10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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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계의 목소리 외면한 정부의 폐쇄적인 탁상행정 ‘뭇매’
서비스업 동포 외국인 근로자 수 3년 새 ‘뚝’…내년 방문취업제 만료, 인력난 쓰나미 온다
외국인 근로자의 외식업체 취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외식업계는 고질적인 인력난으로 한국인 근로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도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의 외식업체 취업을 까다롭게 제한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인력난의 여파로 외식업체에 취업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인 근로자와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은 같거나 아니면 10% 낮은 선 이라고 말한다. 험한 일을 기피하는 풍조로 한국인 구직자들이 3D업종으로 꼽히는 외식업체 취업을 꺼리면서 이들을 대신할 외국인 근로자의 수요가 크게 늘어 임금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것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외국인 근로자를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인건비였지만 지금은 이처럼 사정이 달라졌다. 외식업체에서 내국인 종업원을 구할 수 없어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줄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지난 2003년 도입된 ‘고용허가제’에 따라 2010년 말 기준으로 약 58만6천여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한국에서 취업 중이다. 그중 외식ㆍ서비스업에서 주로 근무하는 중국의 조선족, 러시아 등 구 소련 지역의 고려인 같은 동포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원칙적으로 ‘일반고용허가제’에서는 취업을 금지하고 있다. 필리핀, 태국, 베트남, 스리랑카 등 인력송출 MOU를 맺은 14개 국가에서 중국, 러시아 등 공산권 국가가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특례고용허가제’로 국내 취업이 가능한데 한국 정부가 지정한 까다로운 요건을 만족할 경우 방문취업 비자인 H-2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이 제한돼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에서는 지난해 특례고용허가제로 국내에서 취업한 동포 외국인 근로자는 32만4800여명. 하지만 외식업이 포함된 서비스업에 종사 중인 동포 외국인 근로자의 수는 점진적으로 줄어 2007년 5만3748명이었던 것이 2009년 2만2942명으로 줄었고, 이후 더 줄어 2010년 10월 기준으로 256명에 그쳤다. 3년만에 사실상 국내 취업이 금지된 셈이다.

국내 외식업체 대다수가 동포 외국인 근로자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도 이처럼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동포 외국인 근로자가 적은 것은 정부가 업종별로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에 차등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폐쇄적인 외국인 고용 정책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방문취업 비자인 H-2 비자로 특례고용허가제에 따라 한국에서 취업하는 동포 외국인 근로자 수는 약 30만명으로 제한돼 있다. 정부는 귀국하는 동포 외국인 근로자 수만큼만 매년 동포 외국인들의 국내 취업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제한적인 외국인 고용 정책으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의존도가 날로 높아지는 외식업계는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렇게 제한된 동포 외국인 근로자 중 외식업에서 고용할 수 있는 인원은 거의 없다.

고용노동부의 ‘도입 근로자의 체류자격별ㆍ업종별 배분’을 보면 2008년 13만2천명으로 정점을 찍은 외국인 근로자의 취업 입국 허용 수는 2009년과 2010년 동일하게 3만4천명으로 2008년과 비교해 74.2%가 줄었다. 올해 국내 체류가 가능한 전체 외국인 근로자 수는 4만8천명으로 2009년, 2010년 보다는 늘었지만 여전히 그 수가 지나치게 적다. 게다가 특례고용허가제 등 동포 외국인 근로자가 취업할 수 있는 H-2 비자 항목의 경우 2009년 1만7천명을 기록한 후 2010년과 올해 단 한명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외식업계의 의존도가 높은 동포 외국인 근로자의 추가 입국이 중단된 상태다.

외식업계 인력난 내년부터 더 심해져

더 큰 문제는 국내에 체류 중인 동포 외국인 근로자 수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점이다. 현재 대부분의 중국교포(조선족), 러시아교포(고려인) 근로자들은 국내에 친인척이 없는 무연고 근로자들로 한국어능력 시험을 통과한 뒤 추첨을 통해 H-2 비자를 받아 국내에 입국하고 있다. 이처럼 무연고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제도가 바로 ‘방문취업제’다. 그런데 방문취업제는 기본적으로 동포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자격을 4년10개월로 한정하고 있다.

오는 2012년 1월부터 지난 2007년 3월 방문취업제를 통해 처음 한국에 입국한 동포 외국인 근로자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체류기간이 만료된 근로자들이 출국조치를 당하게 된다. 이주동포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12년에는 1만6천명, 2013년에는 8만9천명, 2014년에는 8만여명, 2015년에는 10만여명의 동포 외국인 근로자가 한국을 떠나야 한다.

이렇게 신규 취업 입국을 금지한 상황에서 기존의 인력들까지 빠져나가게 되면 한국인 근로자를 구하지 못해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해야 하는 외식업체의 인력난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방문취업제가 아니라도 동포 외국인 근로자들이 국내에서 취업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여기서도 외식업이 제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재외동포 기술교육연수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동포 외국인 근로자들은 재외동포기술연수관리단이 지정한 학원에서 9개월간 기계, 공예, 관광자원, 해양, 산업디자인, 금속, 자동차정비, 화공, 냉동, 미용, 제빵, 컴퓨터, 전기, 전자, 조경 등을 포함해 105종의 기술교육업종에 대해 기술연수를 받으면 방문취업 비자(H-2)를 얻게 돼 4년10개월의 국내 체류가 가능해진다. 또 제조업, 농축산업, 간병인 등의 분야에서 특례고용가능확인서를 발급받은 업체에 6개월 이상 근무하게 되면 실질적인 영주권인 재외동포 비자(F-4)비자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기존 방문취업제에서는 허용하고 있던 외식업체 취업과 관련된 요리교육은 105종의 기술교육업종에서 제외됐다. 또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재외동포 기술교육연수제도를 통해 비자를 받고 난 다음에도 동포 외국인 근로자가 지정된 업종 이외 다른 업종에 취업하면 비자 자격을 박탈당한다.
제빵 분야가 외식과 관련해 기술교육업종에 포함돼 있지만 실질적으로 베이커리 업계의 외국인 근로자 수요는 많지 않으며, 동포 외국인 근로자를 필요로 하는 곳은 대부분 서빙업무가 중시되는 칼국수집ㆍ고기집ㆍ보쌈집ㆍ순대국집 등 한식당과 종합분식점 등의 외식업체다.
범법자로 내몰리는 외식업계

이처럼 방문취업제, 재외동포 기술교육연수제도 모두에서 외식업체의 외국인 근로자 고용이 크게 제한됨에 따라 동포 외국인 근로자, 이들을 고용하는 외식업체 경영주가 범법자로 내몰리고 있다.

(사)한국음식업중앙회가 전국 85개소의 무료직업소개소를 운영한 결과 지난해 외식업계에서 고용 중인 인원은 약 250만명이었고, 약 12만명의 인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인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2379명의 동포 외국인 근로자가 서비스업에 종사해 외식업계의 인력 수요보다 턱없이 부족했다.

일부 외식업체 경영주 중에는 한국인 근로자에 버금가는 임금을 주고, 숙식까지 해결해줘 외국인 근로자 잡기에 나서고 있지만, 사업장의 규모가 작고 영세한 경우 체류기간이 지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거나 외식업체 취업이 금지돼 있는 기술연수 과정의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행 출입국관리법 제94조에 의하면 불법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어 외식업체 경영주가 부담이 크다.

게다가 어렵게 구한 동포 외국인 근로자들의 이직도 잦아 외식업체 경영주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H외식기업 관계자는 “동포 외국인 근로자가 장기근속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이 브로커를 통해 한국에 입국하다 보니 비용 부담이 크고 4년10개월이라는 제한된 기간에 최대한 많은 돈을 벌고 고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라며 “동포 외국인 근로자들은 보통 숙식제공을 원하는데다 최근에는 이들끼리 네트워크가 구성돼 정보교류가 활발해 처우가 좋은 외식업체는 사람을 구하기가 쉽고, 경영이 열악한 곳은 더욱 인력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식업계 종사자들은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외식업체에서 근무하는 동포 외국인 근로자의 수가 10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로 체류기간이 끝난 외국인 근로자의 24%가 여전히 국내에서 취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고, 내년까지 약 9만여명의 불법 체류자가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불법체류자 수는 16만8515명에 달했다.

기술교육업종에 요리 분야 포함해야

이처럼 날로 늘고 있는 외식업계의 동포 외국인 근로자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외국인 근로자 고용 정책을 개방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질적인 외국인 근로자 고용 수요에 맞춰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동포 외국인 근로자가 4년10개월간 제한적으로 국내에 체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방문취업제의 보완이 절실하다. 제조, 건설, 농축산업, 어업 분야에서는 장기근속 외국인 근로자에 한해 ‘숙련생산기능인력’으로 인증해 주고 국내 체류 기간을 늘려주고 있다. 따라서 방문취업제도 역시 일시적으로 취업을 허용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장기근속자, 우수인력에 대해서는 재입국을 허용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정식 기술교육을 받고 전문인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재외동포 기술교육연수제도의 기술교육업종에 요리 분야를 포함시켜, 이들이 합법적으로 외식업체에 취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 단기 취업 허가증인 방문취업 비자(H-2) 발급을 거쳐 외식업체 장기근속 시 실질적인 영주권인 재외동포 비자(F-4)를 발급하는 등 단계별 정책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외식업계의 불법 외국인 고용을 막을 수 있고, 체류기간을 보장해줘 동포 외국인 근로자의 잦은 이직도 예방할 수 있어 외식업계 고용 안정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현장 목소리 외면한 ‘탁상행정’

외국인 고용을 지금보다 개방해야 한다는 외식업계의 주장과 달리 정부는 여전히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탁상행정에 머물고 있어 우려가 크다.

법무부 체류관리과 관계자는 “현재 법무부의 외국인 근로자 체류정책은 국민의 일자리 침해를 막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특히 기술직, 전문직이 아닌 외식업체에 근무하는 단순노무로 분류된 일자리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재외동포라 하더라도 재외동포 자격을 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까다로운 외국인 근로자 고용기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동포 외국인 근로자의 추가 입국을 불허하는 것뿐만 아니라 현행 기준으로는 외식업체에서 한국인 근로자 5명을 고용해야 2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외식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현행법상 단순노무직으로 분류돼 있다”면서 “법적으로 단순노무직 분야의 외국인 고용을 자율화하면 한국의 인력시장을 사실상 완전히 개방하는 꼴이 돼 막을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반면 외식업계에서는 외식업을 단순노무직이 아닌 간병인과 같은 전문직으로 인정해주고 외국인 근로자 고용도 좀 더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어서 정부의 외국인 고용 정책에 대한 외식업계의 불만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신원철 기자 haca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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