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6차 산업 현실화 아직 멀다
한국형 6차 산업 현실화 아직 멀다
  • 신원철
  • 승인 2011.07.01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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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FC 본부들, 농장사업 꺼려…문제는 기상이변, 농업 전문가도 ‘몰라’
“밭에서 고객의 식탁까지.” 1차 산업인 농업과 3차 산업인 외식업을 연계해 농산물의 생산부터 가공ㆍ판매까지 아우르는 6차 산업이 주목받고 있지만 국내 여건으로는 실효성을 얻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차 산업은 일본의 이자까야(居酒屋) 외식체인으로 잘 알려진 ‘와타미그룹’이 효시로 꼽힌다. 1998년 시작된 농가 계약재배를 확대해 2001년 ‘와타미 팜’이라는 직영 농장사업을 시작했고, 이곳에서는 40여종의 채소, 낙농제품, 유가공식품, 소스 등을 생산하고 있다.

식품안전이 외식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고객들이 저가격에 고품질 메뉴를 찾는 불황기 소비형태가 나타나면서 외식업체가 직접 농장을 운영해 농산물을 자사 체인외식업체에 공급하고 있는 것.

6차 산업을 통해 외식업체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많다. 그중에서도 복잡한 농산물 유통단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품질이 뛰어난 농산물을 저가격에 확보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고품질 저가격 메뉴를 찾는 소비패턴이 나타나는 한국에서도 6차 산업에 관심을 두는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수년 새 빠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직영농장 운영에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곳이 잇따라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투자금 회수 기간 길어 가맹본부에 부담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이 지적하는 6차 산업의 어려움은 투자비를 회수하는데 지나치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이다. 농지를 확보해 밭을 일구고 일정한 품질ㆍ수량의 농산물을 수확하기까지 많게는 수년의 시간이 걸리다 보니 물가 인상으로 수익성 저하에 시달리는 가맹본부들이 농장사업에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주점 브랜드를 운영하는 한 가맹본부는 지난해부터 올해에 걸쳐 직영 농장사업을 준비해왔지만 최근 사업을 보류키로 했다. 이곳에서는 가맹점주들을 투자자로 영입해 수십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하지만 이상기후로 국내 농업 전반에 걸쳐 수확량이 불안정해지고, 농업 전문가들도 마땅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뒤늦게 농장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내부에 농업 전문가가 없을 경우 농업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해 제대로 된 사업계획을 세우기 어려울 때가 많다. 전문성 확보가 선결 조건인 셈이다.

이 가맹본부 관계자는 “투자금 회수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여러 가맹본부가 공동 투자해 농장을 운영해야 한다”며 “하지만 이때 가맹본부에 따라 필요로 하는 농산물의 품목이 제각각이어서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수확 직후에 농산물을 제때 소비하지 못하면 보관할 창고비용이 발생하다 보니 유통업체에 의뢰해 공급받는 것보다 오히려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가맹점주들이 가맹본부가 공급하는 농산물을 쓰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한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사업이 개별 사업자인 가맹점주들이 브랜드를 통해 모인 형태여서 가맹본부가 일일이 가맹점주를 설득해 농산물 구매에 나서게 해야 한다”며 “애써 농산물을 생산해도 가맹점이 이를 써주지 않으면 고스란히 가맹본부의 적자가 될 수밖에 없어 직영 농장사업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계약재배ㆍ직거래ㆍ공동구매가 해법

직영 농장사업의 대안으로는 지역 농가와의 계약재배ㆍ직거래 확대가 제시된다. 또 모든 품목을 계약재배ㆍ직거래하기보다는 가격 경쟁력을 얻을 수 있는 엽채류 등의 품목을 선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때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필수다. 국내 농가 중에 농산물 생산량ㆍ품질 등이 일정한 곳을 찾기 어려워 지자체가 나서서 농민들을 조직화해 체계적으로 상품성이 안정된 농산물을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 납품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농가 중에는 농산물 가격이 폭락할 때는 가맹본부에 계약을 지킬 것을 요구하면서, 반대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할 때는 계약재배ㆍ직거래를 기피하고 더 비싼 값에 농산물을 팔기를 원하는 사례가 보고되는 등 왜곡된 거래문화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

나아가 거래처를 국내 농가로 한정 지을 것이 아니라 계육, 치즈 등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품목의 경우 해외 산지의 생산자와 직거래를 하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다. 단 이 경우에도 여러 가맹본부가 공동구매 형식으로 참여해야 품질 대비 공급가격이 저렴한 식재료를 확보할 수 있어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의 협업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신원철 기자 haca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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