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 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교수/ 느린손경제 비즈니스 스쿨 원장
정치인이나 행정가들은 입만 열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호언을 한다. 그러나 실업률 통계를 보면 생각만큼 일자리가 생겨나지 않는다. 2012년 3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실업률은 3.7%이고, 청년실업률은 8.3%로 나타났다. 이것은 5년 전인 지난 2007년의 전체 실업률 3.2%, 청년실업률 7.2% 보다 더 나빠진 수치이다.산업구조가 고도화되고 경제성장이 고급 기술제품의 수출 위주로 주도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라면 오히려 실업률은 갈수록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자고로 일자리는 국민의 노동능력과 지식수준, 경험기반 등을 고려해서 만들어가야 한다. 적어도 상당한 수의 국민은 육체 노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추스려야 하는데, 여간해선 그런 일자리가 주변에 많지 않다.
최근 필자는 주변의 부탁으로 서울 인근에 있는 한 봉재공장에 강의를 하러 갔다. 사실 그 정도 규모의 공장에서 외부 전문가를 초빙하여 직원들을 위한 특강을 준비한 것도 특별한 경우지만 놀랍게도 그곳에선 약 150명 가량의 근로자들이 옷을 만들고 있었다. 고급 원단에 기능성이 높은 국내 유명 브랜드의 아웃도어 제품을 만들고 있었다.
값 싼 제품들은 해외에서 만들기도 하지만, 고급제품들은 기술와 공정이 우수한 우리나라에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대량으로 만들기보다 소량의 제품들을 다양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곳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있는 공공기관 출신이라는 한 직원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는 그곳에서 미싱을 수리하는 일을 돕고 배우고 있었다. 국내 유수의 대학을 나왔다는 그 사람은 나에게 이 공장을 세우고 운영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가난해서 많이 배우지 못한 미싱수리공 출신의 경영자라는 것이다.
그 경영자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이 공장 저 공장을 다니며 미싱을 고쳐주는 일을 하다가 점점 공장들이 문을 닫게 되자 할 일 없어지더라는 것이다. 그러나 배운 것이라곤 미싱수리가 전부인 그는 역시 같은 미싱 기능일을 하며 만난 아내와 같이 그럼 우리가 힘이 들더라도 직접 공장을 해보자면서 지하실을 빌려 조그마하게 일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후 가진 고생을 다하며 원가를 맞추고 기술을 개발하여 오늘 이렇게 대기업과 손잡고 최고급 제품을 국내에서 직접 우리 근로자들의 손으로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세계은행 총재가 된 김용 박사는 자신의 좌우명을 ‘무엇이 되려고 하지 말고, 무엇을 하려고 하는 사람이 돼라’고 소개한 것처럼, 자신이 일할거리를 만드는 사람들이 결국 남의 일자리도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최근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했다. 경영자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탕진하거나 빼돌리거나 부실하게 다뤄 예금자들의 피 같고 생명 같은 귀한 돈들을 날려버린 것이다. 저축은행은 주로 가난한 서민들이 이용하는 곳이다. 적은 돈이지만 조금이라도 이자를 더 받으려는 마음도 있고, 으리으리한 금융기관은 왠지 주눅이 들어 마을 가까이 있는 저축은행을 찾기도 한다. 대개는 하루 하루 땀 흘려 일해서 모으고, 안 먹고 안 쓰고 해서 모아온 돈을 맡기는 곳이다. 그런데 그 생떼 같은 돈을 맡은 일부 저축은행들이 파산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번 금융당국에 묻고 싶은 게 있다. 어쩌자고 외환위기 이후 줄 파산을 하여 이미 생명력을 잃은 당시 상호신용금고들을 2000년도에 상호저축은행이란 법으로 격상하여 탈바꿈을 해주고, 버젓이 은행이란 이름을 달아주어 시중은행 같은 이미지를 심어주곤 고객 앞에 다시 나타나게 한 것인가. 또 그렇게 했으면 엄중하고도 빈틈없이 감독을 잘해야 했을 것 아닌가. 이제 와서 퇴출만 시키면 책임을 다한 것인가. 참으로 무책임한 처사라고 하겠다. 금융당국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두 번 다시 서민들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하지말자. 지금 이 시대의 서민들은 가뜩이나 온갖 서러움과 고단함이 목까지 꽉 찬 사람들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도 정직하고 성실하게 묵묵히 땀 흘려 일하는 이 시대의 사업가와 근로자들을 존중하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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