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ood의 꿈, ‘빙그레’가 먼저 웃겠습니다
K-Food의 꿈, ‘빙그레’가 먼저 웃겠습니다
  • 김상우
  • 승인 2013.11.18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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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한 국내 기반과 현지화, 본격적인 해외 시장 개척 발판
빙그레하면 수두룩한 메가 브랜드가 떠오른다. 국내 최초 100% 생우유를 사용해 만든 ‘투게더’와 팥 아이스크림의 효시인 ‘비비빅’과 ‘붕어싸만코’, 멜론 열풍을 불러왔던 ‘메로나’, 국내 커피 아이스크림의 원조 격인 ‘더위 사냥’ 등은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제품이다. 이뿐만 아니라 국내 최초로 떠먹는 요구르트인 ‘요플레’, 가공유의 지존이라 불리는 ‘바나나맛 우유’, 제과류 스테디셀러 3인방인 ‘꽃게랑’, ‘자키자키’, ‘야채타임’ 등도 메가 브랜드로 손색이 없다.

빙그레는 최근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본격적인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중국과 북미, 남미, 유럽 시장 등 어느 한 곳에 편중되지 않은 활발한 진출로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겠단 각오다. 빙그레가 그리고 있는 해외 사업 비전과 함께 각 제품의 해외 성과 등을 집중 조명한다.

● 시련을 겪고 더욱 단단해지다

지난 1967년 대일양행이라는 상호로 출발한 빙그레는 1982년 현재의 사명으로 바꾼 뒤 꾸준한 연구개발과 마케팅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하며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추고 있다.

현재 경기 남양주와 광주, 충남 논산, 경남 김해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경북 경산에는 물류센터를 세우는 등 일찌감치 전국적인 생산망과 물류망을 확보했다. 공장별로는 남양주가 가장 많은 물량을 생산하고, 광주가 스낵류만을, 김해가 부산항과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으로 수출 품목만을 생산하는 개별적 특징이 있다. 또한 공장 모두 해썹(HACCP)과 ISO 9001 인증을 받고 있는 최첨단 생산 시설 구비와 빙그레의 제품 특성상 냉장 및 냉동 유통에 강점을 보인다는 특징이 있다.

현재 빙그레의 사업 분야는 유제품과 아이스크림, 스낵, 음료 등으로 매출 구조는 유제품이 약 50%를 선회하며 아이스크림이 약 40%를 차지한다. 과거에는 라면 사업과 편의점 사업, 만두, 생수, 즉석밥 사업 등 광범위한 사업 영역을 자랑했으나 1992년 한화그룹에서 분리될 당시 부채 비율이 약 4천%가 넘는 경영 악화로 고강도 구조조정을 겪었다.

당시의 구조조정은 세간의 화제가 될 만큼 엄청난 도려내기의 연속이었다. 1997년 썬메리 제과 사업을 삼립식품에 매각한 것을 시작으로, 2002년 편의점 서클 K 사업권 매각, 스낵사업 영업권 위탁, 시장 점유율 약 12%를 선회하는 나쁘지 않았던 라면사업마저 2003년 시장 철수를 단행할 만큼 IMF 외환위기 시기를 전후해 끊임없는 구조조정이 이어졌다. 비주력 사업과 주력 사업을 확실히 구분 짓고 조직 효율성을 극대화한 결과 이제는 높은 채무 비율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현재 대부분의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빙그레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한 후 더 강해졌다는 평가를 내리며 중장기적으로 점진적인 성장이 이어질 것이란 일관된 견해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빙그레는 내수 시장의 한계라는 성장 모멘텀의 부재에 장고를 거듭하면서 그간 큰 비중을 두지 않았던 해외 사업에 시선을 옮기기 시작한다.

● ‘K-Food’ 대표 제품으로

빙그레의 해외 수출 연혁은 지난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첫 수출 품목은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도 친숙한 ‘꽃게랑’. 1990년대 러시아 어선이 부산항을 드나들면서 선원들이 꽃게랑을 접한 이후 단숨에 입소문이 퍼진 것이다. 이후 블라디보스토크를 왕래하는 보따리 장수들에게 물량이 대거 공급되자 본격적으로 수출에 나섰다.

빙그레는 러시아 국토 대부분이 내륙에 자리 잡아 평소 해산물을 쉽게 접하지 못하는 특징이 꽃게랑 인기에 한몫했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는 오징어 스낵과 새우 스낵 등 러시아용 특화 제품까지 생산되고 있다. 현재 러시아 시장과 국내 시장을 합한 스낵류 매출은 약 200억~300억원 수준이며 러시아 시장의 소비가 가장 많다.

요즘 빙그레는 중국발 ‘바나나맛 우유’ 열풍에 빙그레 웃음 짓고 있다. 2008년 첫 수출 당시만 해도 뜨뜻미지근한 반응이었지만 중국 내 한류 열풍과 맞물려 각종 드라마에 바나나맛 우유가 소재로 쓰이자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빙그레는 애초부터 PPL(간접광고)을 전혀 계획하지 않은 상태에서 드라마 소재로 자연스럽게 쓰였다고 하니 빙그레의 브랜드 파워를 여실히 드러낸 대목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중국에서 시판되는 제품이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단지 모양이 아닌 팩 모양이라는 점이다. 수출 초기에는 국내 제품과 동일한 형태였지만 수출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자 멸균 포장팩을 선택해 유통기한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현지 판매가격은 우리나라보다 비싼 1500원 안팎이지만 젊은 층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빙그레는 앞으로 중국 수출용 바나나맛 우유 생산량을 늘리고 중국 현지 유통망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서부 연안 대도시인 상하이, 칭다오, 베이징을 거점으로 내륙으로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올해부터 편의점 판매까지 예정돼 판매는 더욱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어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명동에서는 바나나맛 우유 매출이 압도적인 수준이다.

바나나맛 우유의 중국 수출액은 2011년 약 10억원에 그쳤으나 지난해 10배 늘어난 100억원, 올해는 150억 정도가 예상된다. 지난해 바나나맛 우유 전체 매출액은 빙그레 제품 중 가장 많은 1500억원을 기록했다.

이 외에도 빙그레의 대표 아이스크림인 ‘메로나’는 1995년 미국 하와이 시장에 첫 선을 보인 이후 현재는 3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빙그레는 메로나의 글로벌화를 위해 한국에서 판매되는 메론 맛 외에 딸기, 바나나, 망고, 와플 등 다양한 맛을 개발해 수출하고 있다.

특히 브라질에서는 메로나가 한국보다 비싼 2500~3천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대표 디저트 식품으로 각광받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메로나의 인기에 2008년에는 브라질 국영 TV EBC가 메로나의 맛과 인기 비결을 취재하기도 했다. 메로나의 해외 수출액은 약 230억원 정도로 국내외 합산 매출액은 450억원이다.

빙그레는 메로나의 인기를 바탕으로 최근 브라질 상파울루에 법인을 설립하고 남미 시장의 본격적인 공략에 나섰다. 지금까지 현지에 있는 수입상에 수출 물량을 의존했다면 법인을 통해 수입 업무를 직접 수행하면서 효율성과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조용국 빙그레 홍보팀 부장은 “내부적으로 해외 자체 생산 시스템도 검토 중”이라며 “생산기지가 최종 목표지만 현지 업체를 통한 OEM(주문자 상표 부착)도 하나의 대안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로나는 최근 북미와 남미뿐만 아니라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에도 진출하며 수출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동남아에서는 메로나 외에도 ‘붕어싸만코’가 큰 인기를 끌고 있어 올해에는 수출액이 400억원으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빙그레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전체 매출의 6.3%에 해당하는 500억원이다. 전문가들은 빙그레의 해외 매출이 꾸준하게 늘어나게 돼 올해 약 800억원, 오는 2014년 1100억원대의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 신규 사업? 핵심 사업이 우선

이처럼 빙그레의 해외 시장 선전을 두고 많은 이들은 제품의 품질력과 현지화라는 두 가지 전략이 잘 어우러진 결과라고 평한다. 즉 마케팅에 전적으로 의존한 무리한 해외 진출보다 철저한 시장조사를 거친 점진적인 진출, 소비자들의 니즈를 바탕으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는 등 품질력에 우선한 전략이 원동력이라는 얘기다.

또한 장수 브랜드를 여럿 보유하고 있는 만큼 각 브랜드의 업그레이드에도 능하다. 젊은 층에게 노후화됐다는 이미지를 주지 않기 위해 상품 디자인의 변신은 물론 다양한 프로모션과 이벤트를 실시하면서 최신 트렌드에 뒤지지 않고 있다.

한편으론 좋은 성과가 뒤따라오며 신성장동력 모색 차원에서 신사업을 시도해볼만 하지만 빙그레는 명확한 선을 긋고 있다. 2011년 냉장두유인 ‘내콩두유’, 지난해 프리미엄 냉장주스 ‘따옴’, 올해 이너뷰티 시장을 노린 ‘자몽 먹은 콜라겐’, ‘레몬 먹은 비타민’ 등을 선보일 정도로 모두 다 기존 영역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빙그레는 과거의 경험을 자산으로 핵심 역량에 집중하는 것이 더 가치 있다는 판단이다. 중국에서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오리온이 초코파이 신화를 창출하면서 국내 식품업체 중 사상 첫 해외 매출 1조원 달성이란 쾌거를 이뤄낸 것처럼, 주력 사업의 집중으로도 얼마든지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전문가들은 빙그레가 중국시장을 비롯한 해외시장 확장에 성공하면서 오리온의 성장세를 재연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비용구조와 사업구조 측면에서 빙그레의 성장 속도가 더 빠를 수 있다는 견해까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오리온은 해외매출 비중이 6%에서 15%까지 확대되던 2005년과 2007년 사이 주가 수익비율이 10배에서 20배까지 급등했고 해외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됐던 2008년부터 15배에서 25배로 불어났다”며 “빙그레 역시 곧 해외매출 비중이 두 자릿수로 올라설 것이며 현지 생산설비 투자가 당분간 필요 없는데다 해외 매출 수익성이 상당해 오리온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 세간을 뜨겁게 달궜던 웅진식품 인수전에서 빙그레가 중도 포기한 것도 주목해볼만한 사실이다. 빙그레는 웅진식품 인수전이 당초 적정가로 판단했던 500~600억원을 뛰어 넘어 1천억원이 예측되는 과열 양상으로 치닫자 이렇게 무리한 인수는 되레 독이 된다고 생각했다.

조 부장은 “빙그레가 음료군을 가지고 있어 웅진식품을 인수하게 될 경우 상당한 시너지가 난다고 봤다”며 “그러나 무리한 금액으로 인수를 추진할 경우 시작부터 밑지고 들어가는 상황이라 빙그레의 경영 방침과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눈앞의 이익을 좇기보다 멀리 내다보는 지속 가능한 경영을 이루는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나라 식품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덧붙였다.
김상우 기자 ksw@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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