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뷔페 열풍을 보며
한식뷔페 열풍을 보며
  • 관리자
  • 승인 2015.02.09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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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한식을 좋아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국내 외식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외식을 할 때 어떤 음식을 선택하는지에 대해 조사한 많은 결과들을 보면 한식이 당연히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인다. 한식의 선호도는 젊은 층이나 중년 이후의 세대를 불문하고 가장 높다.

그러나 한 때, 더 정확히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 외식소비자들은 외국에서 도입된 외식 브랜드에 열광하던 때가 있었다. 치킨과 햄버거, 피자, 파스타, 스테이크에 홀렸으며, 콜라와 아이스크림에 혀가 길들여졌었다.

경험해보지 않은 외국음식은 그 자체가 이국의 문화 아이콘으로 미지에 대한 동경심을 자극한다. 우리의 청소년들이 외국의 패스트푸드에 입맛을 들이고, 젊은이들이 패밀리레스토랑의 다양한 단품 메뉴들을 섭렵하며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를 떠올렸을 것이다.

외국 외식 브랜드를 이용하며 심리적으로 이국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심을 채워오던 국내 외식소비자들에게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경제위기를 겪은 후부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의 거품이 걷히고 입맛의 중독현상에서 깨어나기 시작하면서 우리 음식에 대한 향수가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서든지, 우리 음식의 가치에 대한 뒤늦은 지각에서든지 소비자들의 우리 음식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외국생활이나 해외여행을 통해 외국음식을 경험한 사람이 많아져서 외국음식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이 시들해졌을 수 있고, 때마침 한류의 확산과 함께 불기 시작한 한식 열풍이 우리 음식의 가치인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측해 볼 수도 있다.

한국인의 밥상은 외국인의 밥상에 비해 반찬이 많다. 밥을 기본으로 하고 반찬으로는 채소를 이용한 김치와 나물류, 장류, 생선이나 육류, 가금류를 이용한 고기음식, 국과 찌개 등의 음식이 함께 차려진다. 이러한 밥상은 지리적인 영향으로 계절에 따라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고, 그러한 식재료들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조리기술을 발달시켜 온 덕분이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지금처럼 식재료가 풍부하지 않고 반상(班常)의 구분이 분명했던 조선시대에는 상차림에서 음식의 가짓수가 일반 민가와 궁중이 달랐다. 12첩 반상은 왕의 음식에서만 가능했던 것이다. 음식이 제공되는 방법도 서양처럼 순서에 따라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한 상에 차려내는 방식으로 발달해왔다.

미국을 비롯한 서양 사람들은 그동안 익숙했던 서양음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음식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왔다. 육식 위주의 식생활이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표준화된 음식의 소비생활에서 벗어나 건강을 고려하고 음식소비의 즐거움을 회복하며, 다음 세대에까지 좋은 환경을 물려주려는 데 도움이 되는 식생활에까지 눈을 돌렸다. 그리하여 소박하나 영양이 균형 있는 음식, 식재료의 획득에서부터 조리하여 먹는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는 음식, 나아가 공동체의 삶에 도움이 되는 음식의 소비를 추구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규모가 큰 외식기업들이 100여 가지의 음식이 한꺼번에 제공되는 한식뷔페 시장을 빠르게 개척해 나가는 현상은 우리나라 외식소비자들의 욕구 변화를 잘 파악해서 여기에 맞는 사업영역을 발굴해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를 가진 소비자들에게 한 끼의 식사라도 반찬의 구색을 제대로 갖추어 식사할 수 있게 하고, 친환경적으로 생산된 양질의 계절 식재료를 사용해 현장에서 조리해 주는 음식을 제공하는 전략이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외식소비 트렌드에 동참할 수 없는 많은 개별 한식당이나 타 업종의 레스토랑은 어떠한 돌파구를 모색해야 할까?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있을 수 있겠으나, 뷔페음식의 다양성에 대응해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성은 메뉴의 단순화로부터 출발한다. 그 레스토랑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의 품질을 높이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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