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메치니코프 꿈꾸는 김치유산균 박사
한국의 메치니코프 꿈꾸는 김치유산균 박사
  • 김상우 기자
  • 승인 2015.04.13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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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파워]김봉준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발효식품센터 박사

“국내 유산균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서구에서 들어온 유산균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있습니다. 정작 한국인에게 가장 잘 맞는 토종 유산균은 전무한 실정이죠. 한국 유산균 시장이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 고유의 유산균 개발이 꼭 필요했습니다.”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발효식품센터의 김봉준(43) 박사는 우리만의 김치유산균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동시에 그 효과를 상품화시키는데 성공했다. 지난 200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한 이래 김치유산균에만 매진한 그는 장 기능 개선과 같은 유산균의 기초 효과에서 더 나가 피부 가려움 개선(아토피 등)까지 볼 수 있는 김치유산균 연구에 매달렸다.

그러나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은 과제다 보니 회사 내부의 반대가 심했다. 회사 내에선 상품화 가능성이 희박하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건강기능식품으로 허가받기가 어렵다는 관측이었다. 회사의 이러한 방침에 전폭적인 지원이 미미했지만 김 박사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집에서 담근 김장김치부터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서 판매하는 제품까지 각종 김치를 총동원해 연구개발에 매진했다. 그렇게 2년 동안 김치유산균에 목매던 결과 당시 아토피를 앓고 있던 3살짜리 아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아들이 아토피로 밤잠을 설치며 긁어대는 통에 급한 나머지 동물실험 단계에 들어간 몇몇 유산균을 먹였어요. 몇 번의 시도를 해도 전혀 호전되지 않아 제가 무슨 연구를 하고 있는지 자괴감까지 들 정도였죠. 그러던 중 동물실험에서 133번째로 분리한 유산균인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 CJLP133(이하 CJLP133)’이 아토피를 개선시켜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계속 먹여봤는데 놀랍게도 열흘 만에 아토피 증상이 호전됐습니다. 꾸준히 먹인 결과 3개월 후에는 아토피가 깨끗하게 나았죠.”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본격적인 임상실험에 들어갔다. 임상실험은 보통 치료약과 병행하지만 김 박사는 김치유산균만으로 실험에 들어가길 고집했다. 결국 임상실험에서도 훌륭한 결과를 받아냈고 2013년 ‘바이오 피부유산균 CJLP133’이 탄생하기에 이른다. 이 제품은 아토피뿐만 아니라 알레르기성 질환, 자가면역질환 등에 대한 예방과 개선 등 특허를 받았다.

제품이 시장에 나오자 반응은 상상 이상이었다. 지난해 6월부터 월 매출 10억 원대 브랜드로 성장했고 올해 2월 누적매출 2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월 매출 30억 원대 브랜드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회사 역시 이 제품을 500억 원대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30조 원 규모의 글로벌 유산균 시장의 선봉장으로 내세운다는 청사진이다.

김 박사는 소위 대박을 터뜨렸지만 아직도 김치유산균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라 강조한다. 아토피 피부염이 심한 소아들을 대상으로 효과검증을 위한 심화연구에 들어갔다. 또 다른 신규 기능성이 기대되는 후보 균들도 100여 개쯤 된다. 더욱이 김치유산균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김치 세계화에 앞장서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CJLP133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발효유, 분유 등 유제품과 이유식 등 어린이 전용 식품 소재로 광범위하게 적용되길 바라고 있어요. 더 나아가 의약품 수준에 버금가는 의료식품으로 발전시켜 아토피로 고통받는 전 세계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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