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밀 가격이 최근 5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 22일 기준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 따르면 국제 소맥 3월 인도분 가격은 1부셸(27.2kg) 당 475.5센트로 마감했다. 지난해 초와 비교했을 때 20.0% 하락(581.25센트)한 수준이다.
특히 글로벌 곡물파동으로 소맥가격이 치솟았던 2011~2012년과 비교하면 38~41%나 하락했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 가격 하락 추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밀가루 가격은 변화가 없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제분업계는 국제 시세에 맞춰 밀가루 가격을 조정했다. 국제 소맥시세가 폭등하던 2008년 4월 평균 16%의 가격을 인상한 제분업계는 7월 소맥시세가 고점대비 26% 가량 낮아지자 평균 13%의 가격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2009년 9월에는 9.3%, 2010년 1월에는 7% 등의 추가 가격인하에 나섰다.
제분업계는 가격인하 환경이 조성됨에도 밀가루 가격을 유지하는 까닭에 대해 가격 인상 당시 국제 소맥가격 인상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데다 국내 경기침체로 밀가루 소비가 급감한 영향이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제분업체들이 밀가루 가격 인하에 나서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실적악화가 결정적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본업인 밀가루 사업이 아닌 신사업의 영향이 크다. 실제 대한제분은 디비에스(반려동물서비스), 보나비(커피·베이커리 전문점), 심층수 등에 뛰어들었다 손실 규모가 불어났다. 동아원은 이희상 회장 일가의 개인적 관심에 따른 슈퍼카, 와인, 패션사업에 손을 덴 것이 회사를 위기로 몰고 갔다.
제분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제 소맥시세가 고점대비 30~40% 가량 낮은 수준이나 엘리뇨, 라니냐 등 글로벌 기상이변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언제 다시 급등세로 돌아설지 예단하기 어렵다”며 “사업다각화 실패에 따른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밀가루 가격 인하는 고려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