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에 앉은 지 3~4분이 지나도 우리 쪽에 눈길을 주는 직원이 없었다. 직원들을 향해 아무리 여러 번 손짓 발짓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시그널을 보내도 봐 주는 사람이 없었다.
슬그머니 울화가 치밀 때 쯤 한 두 테이블 건너편에서 뭔가 열심히 체크하며 다가오는 매니저처럼 보이는 직원이 있어 ‘여기요!’ 큰 소리를 날렸다. 짐짓 놀란 듯 그 직원이 반응을 보였다. ‘잠깐만요!’. 하지만 그 뿐이었다. 직원이 곧 오려니 지레 짐작하고 메뉴판을 돌려보는 순간 그는 우리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결국 그날 우리는 그 식당에서의 식사를 포기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와 다른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곳은 사뭇 달랐다. 이미 몇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일행도 기다리기로 하고 서 있는데 곧 한 직원이 나와 더운 물 한 잔씩 나눠주고 대기 예상시간을 일러 줬다.
일행 모두 스마트폰 손장난을 하고 있는데 아까 그 직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오랫동안 기다리셨습니다. 식탁 치우고 정리하느라 시간이 조금 더 걸렸습니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이제 모시겠습니다.”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자 식탁 담당 직원의 서비스가 시작됐다.
그는 맨 먼저 음료주문부터 유도하는데 리필 아이템을 추천하는 등 유익하고 자연스러운게 밉상이 아니었다. 주류와 일반 음료의 정보를 자세히 일러주는 건 매출증가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음식문화의 업그레이드에도 기여한다는 사실을 토대로 한 자신감 넘치는 설명이었다.
그 다음 그날의 스페셜 메뉴 차례. 메뉴별 사용 레시피 정보를 감칠맛 나게 일러주더니 음식의 양이 넘치지 않고 비용이 부담되지 않도록 일러주며 주문을 받는 게 아닌가. 그의 조언에 따라 5명인 우리 일행은 스페셜 메뉴 2개에 단품메뉴 3개를 주문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주문을 마친 우리는 음식이 나오기 전 와인과 막걸리로 건배하고 입맛을 돋우었다. 건배와 가벼운 이야기가 다 끝날 즈음 음식이 차려졌다.
우선 밥이 아주 좋았다. 밥 알갱이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듯 탱탱했다. 그 식감은 마치 어릴 적 할머니가 술 빚을 때 쪄놓은 술밥 같았으니 내가 생각했던 최고의 밥맛이 아닌가. 한식의 기본은 밥이라는 사실을 그 식당은 이미 확실하게 알고 있는 듯 밥에 쏟은 열정의 흔적이 역력했다. 상차림에 끼워넣기 식으로 아무 생각 없이 밥그릇을 툭 내놓는 적잖은 식당들에게 맛보여주고 싶을 만큼 훌륭했다.
식사 중 직원들의 태도 역시 본받을 만 했다. 밑반찬 추가 등 손님의 요구사항에 민감한 반응으로 감사의 뜻을 표하며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은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줬다. 고객의 요구사항을 뒷전에 밀어 놓는 것 같은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는 서비스 원칙을 완전 숙지하고 있었다.
직원들 끼리 한데 모여 웅성거리거나 키득거리는 모습도 보이질 않았다. 손님 앞에서 업장 안에서 사내 상사나 간부에게 지나친 공대를 하지 말아야 하며 더 나아가서는 오너나 사장 등 최고위층과 마주치더라도 가벼운 눈인사 외에는 삼가야 한다는 서비스 원칙도 그들은 철저히 지키는 듯 했다.
그 집 서비스의 감동은 마지막 계산대까지 이어졌다. 식사대금 담당자는 신용카드별 특전내용과 포인트와 마일리지 현황을 알려주며 계산에 반영할 건지 여부를 일일이 확인해줬는데 얼마나 고맙던지.
그래서일까 “오늘 행복하셨습니까? 안녕히 가십시오” 라는 직원의 배웅인사가 닭살 돋는 공치사 겉 치례가 아니라 마음에서 울어 나오는 ‘진실 된 인사’로 느껴졌다.
이 엄혹한 불황시대에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따스한 작은 서비스가 그리웠기 때문일까? 작은 서비스와 외식기업 경쟁력의 상관관계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살짝 꿈으로 그려본 환상의 세계다.
최종문 (전)전주대 문화관광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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