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에 대한 외식업계와 농축수산업계의 우려는 지난해 3월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012년 8월 입법예고한 김영란법이 2년 7개월만에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1년 6개월의 유보기간을 거쳐 오는 9월 시행된다. 국민권익위가 법시행령안을 발표한 이후 지난 9일까지 1년 2개월 동안 업계는 물론 국회와 정부에서 김영란법 적용 기준 완화를 둘러싼 논의를 벌여왔지만 원안을 바꾸지 못했다.
국회는 본회의 표결 후 하루만인 지난해 3월 4일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여 ‘졸속입법’이란 비난을 자초했다.
당시 여야는 △전문직은 제외한 민간 부문 내에서의 형평성 위배 △모호한 부정청탁 기준 △수사권 남용 가능성 △배우자 신고 의무의 위헌 가능성 △직무와 무관하게 금액 기준으로 청탁과 뇌물 수수 여부를 판단하도록 한 조항 등을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국민권익위는 지난해 6월 외식·축산·농민·화훼 단체 등이 참가한 가운데 김영란법 시행령 마련에 대한 업계의 의견을 듣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외식·축산단체 관계자들은 법이 어려움에 처해있는 산업을 더 수렁으로 몰아갈 수 있다며 공직자에게 허용되는 금품 수준을 현행보다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민상헌 ㈔한국외식업중앙회 서울시협의회 회장은 “음식 제공을 부패·비리처럼 보는 시각이 있는데 매우 우려스럽다”며 “현행 공직자 훈령규정에는 음식물·선물한도는 3만 원으로 돼 있는데 이는 전혀 현실과 맞지 않은 기준이며 10만 원 선은 돼야 업계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 관계자도 “축산물과 육가공품은 설과 추석 등 명절에 30% 정도가 소비된다”며 “현행 금액 수준이라면 소비가 크게 줄어 농가는 물론 관련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7월 김재원 의원(새누리당)과 축산관련단체협의회·한국농축산연합회는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김영란법 대응 토론회’를 열고 금액기준 상향 등을 요구했다.
신정훈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야당의 일부 의원들도 “김영란법 시행령이 5만 원 이하의 농축산품만 선물로 인정한다면 농업인들의 매출감소가 4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김영란법 시행에 농축산물 예외조항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전국한우협회 등 축산단체는 김영란법이 현행대로 시행될 경우 농축산물 소비가 50% 줄어들면서 유통업체 매출은 4155억 원, 한우농가 총수입은 2268억 원이 감소할 것이라며 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같은 업계와 정치권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해를 넘긴 가운데 국민권익위는 오는 9월 당초대로 김영란법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