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적인 관습으로 오랫동안 내려왔던 집단적인 문화가 지난 10여 년 사이에 철저하게 개인주의적이고 다원화된 문화로 변모해 버린 것 같다. 과거에는 대가족 형태로 여러 세대가 함께 살았지만, 산업화를 거치면서 가족 구성원의 수는 급속도로 줄어들고 생활패턴은 단순화되면서 핵가족의 형태로 바뀌게 됐다. 이러한 시대적인 배경과 함께 사회문화적 변화와 경제소비변화가 가구의 형태를 1인 가구, 즉 혼자 살아 갈 수밖에 없는 생활구조로 자리 잡았다.
과연 1인 가구는 얼마나 될 것인가? 우리나라 1인 가구가 전체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도까지만 해도 23.9%였다. 최근 통계청과 산업연구원이 집계한 올해 국내 1인 가구수는 약 506만 명으로 전체 가구의 26.5%를 차지할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2020년에는 29.6%, 2025년에는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더욱이 1인 가구들의 소비성향은 80.5%로 한 달에 100만 원을 벌면 1인 가구는 약 7만 원 정도를 더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는 ‘싱글톤’, ‘솔로 이코노미’, ‘싱글 슈머’, ‘나홀로족’, ‘혼밥족’이라는 새로운 용어와 신조어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더 나아가 1인 가구의 급속한 확산은 국내 경제생태계를 바꿀 수 있는 핵심적인 소비변수로 작용할 뿐 아니라 새로운 소비 집단으로 주목받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최근 이러한 소비성향을 일컬어 ‘SOLO 소비’라고 한다. 지극히 나를 위한 소비라는 뜻인 Self(자기)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구매를 즐기는 Online, 세일을 이용하거나 간편식을 구매하는 등 저렴한 것을 선호하는 Low price(저가), 그리고 시간제약으로 한 번에 구매하는 One-stop(편리성)의 줄임말이다.
나홀로족들이 선호한다는 가전이나 생활용품에서부터 시작해 혼자 먹는 이른바 혼밥족, 혼술족에 이르기까지 소비패턴들이 다양한 형태로 바뀌어 가고 있는 시대적인 현상을 감안해 볼 때 1인 가구가 늘면 늘수록 자연스럽게 혼자 일하고 혼자서 먹을 수 밖에 없다.
어느 분야보다도 가장 쉽게 목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외식업계다. 언제부터인가 혼자 먹는 혼밥족이나 혼술족이 낯설지 않는 단어가 돼 버렸다. 예전에는 혼자 밥 먹는 사람도 드물었지만 그런 장면을 직접 보는 것도 익숙하지 않았다. 지금은 혼자서 여행하는 것, 영화 보는 것, 쇼핑하는 것, 밥 먹고 술 마시는 것, 커피 마시는 것 등이 대중화된지 오래다.
어쩔 수 없이 혼밥을 선택해야할 만큼 개인적인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은 단순한 식사 의미보다 새로운 외식 문화 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절대적 과정이 아닌가 싶다. 나홀로족을 위한 메뉴 아이템은 물론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편하게 혼자 밥을 먹을 수 있는 1인 전용식당까지 생겨날 정도이다. 식품기업은 물론 외식유통업계에서도 1인 가구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마케팅 방법을 수립해 전략적으로 파고들고 있기도 하다.
주택시장의 변화도 만만치 않다. 소형 오피스텔, 셔어하우스 등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원인은 먼저 젊은 사람들의 결혼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와 개인주의의 확산으로 혼자 사는 것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아졌고, 또한 독거노인의 증가와 높은 이혼율도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혼자 사는 것 자체가 누구의 통제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으나 반면 외로움이나 인관관계 형성에서 사회성이 떨어질 수 있는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집밥이 그리운 사람, 바쁜 일과로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하는 사람, 혼자 밥 먹기가 싫은 싱글족들을 위해 자연스럽게 SNS소셜다이닝이 생겨났다. 함께 식사하면서 공통적인 관심사로 대화를 나누며 인관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나홀로족인 1인 가구는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새로운 트렌드라기보다 미래 사회경제구조를 장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소비주체임을 식품관련 기업들은 발 빠르게 인식해야 한다. 더 나아가 그로 인한 경제적인 파급효과의 영역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김기영 경기대 관광전문대학원 교수/한국관광연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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