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행정학, 그리고 식사 윤리
음식의 행정학, 그리고 식사 윤리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6.06.1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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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훈 한국외식업중앙회 정책경영국장 행정학박사
▲ 신훈 한국외식업중앙회 정책경영국장 행정학박사

점심시간에 직장 동료들과 함께 ‘뭘 먹을까’ 고민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오감을 총동원해 혹시라도 맛깔난 먹을거리를 선택하게 되면, 그날 오후의 일과는 순조롭게 풀려나간다. 음식은 공동체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면서 공동체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맥도날드와 코카콜라가 미국을, 할랄 음식이 이슬람 국가를, 김치가 대한민국을 연상케 하는 것을 봐도 그렇다.

음식을 대하면 본능적으로 눈, 코, 입이 쫄깃해진다. 이성적으로는 종교적 경건성, 밥상머리 교육, 사랑, 농부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정성을 상상한다. 음식에는 생명에 대한 외경심과 행복 추구의 윤리적 정신이 숨어들어 있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범람하는 산업화 시대라고 할지라도, 음식은 ‘협력’과 ‘협치’의 사회적 의미를 내포한다.

이러한 점에서 음식은 행정학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현대 행정은 대체로 ‘거버넌스(governance)’로 정의할 수 있다. 거버넌스는 국정관리, 협치(민관 협치) 등으로 해석된다. 행정이 협치와 협력이라고 할 때, 음식의 철학은 행정과 맞닿은 지점에 있다. 음식을 함께 하며 서로를 풍요롭게 하고, 정(情)을 나누는 것은 행정의 철학과 맥락이 같다. 음식이 인간의 생명과 건강, 환경 등과 연관성을 갖고 있는 것처럼, 음식은 행정의 각 분과와 연계된다.

음식의 정직성과 관련한 ‘농수산물의원산지표시에관한법률’, ‘식품위생법’ 등 법과 행정은 사실 최소한의 규제다. 음식을 만들거나 음식을 판매하는 사람은 법 이전에 음식의 정의(定義)를 유념해야 한다. 식(食)의 본질은 ‘사람(人)을 좋게(良)하는 일’이다. 인간의 건강, 생명과 직결된 음식이 경제 활동의 수단이 될 경우에는 고도의 윤리를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 윤리 규범은 고객과의 신뢰와 직결되며, 신뢰는 그야말로 최고의 마케팅이기 때문이다.

지난 7일, 문화체육관광부는 불합리한 저가 단체관광 근절을 위한 관계부처 합동단속 방침을 발표했다. 중국 전담 여행사의 일탈 행위로 인해 관광시장의 질서가 붕괴되면 우리나라의 이미지와 국익은 크게 손상될 수밖에 없다.

중국인들의 단체관광에서 우리 음식에 대한 만족도는 여타 항목과 비교할 때 최하위를 차지했다. 예컨대, 1만 원의 식대에서 절반 정도가 수수료로 떼어지는 것이 관광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한다면, 그 음식의 질은 당연히 형편없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불합리한 먹이 사슬 속에 음식점이 들어있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음식 정의(food justice)를 생각할 때, 외식 경영인은 비정상적인 거래를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

음식의 행정과 윤리는 식자재의 생산과 유통, 음식 소비의 모든 과정에서 적용된다. 그러나 식사(음식을 먹는 행위) 윤리는 음식의 소비, 또는 소비를 하기 위한 과정에서 적용된다.

식사 예약을 하고 아무런 예고 없이 나타나지 않는 이른 바 ‘노쇼(No-Show)’는 몰지각한 행동의 전형이다. 식사를 주문받는 사람에게 반말 등 모욕적 언사를 하는 것 역시 인간 대 인간의 만남에서 짐승적인 무례다. 대중이 이용하는 식사 장소에서 어린이들이 떠들고 뛰어다니는 것을 보고도 제지하지 않는 부모(맘충이)들의 행위는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심의 극치다. 음식에 생명 존중이 담겨있듯, 식사에는 인간 됨됨이가 깔려 있어야 한다.

최근 식사 윤리 회복을 통한 소비자 의식 개혁 운동이 조선일보와 한국외식업중앙회,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단체, 대기업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모범적인 민관 협치를 지켜보면서 음식과 세상에 대한 예절을 마음속에 새겨 보자. 삶의 행복을 배려와 예절에서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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