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도 식중독이 일어날 수 있다
밀가루도 식중독이 일어날 수 있다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6.08.1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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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장류기술연구회 회장
▲ 신동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장류기술연구회 회장

밀은 5대 곡물 중 하나로 쌀 다음으로 인류의 생명을 유지시키고 있는 중요한 식량자원이다. 우리도 많은 양을 수입해 각종 가공용 식품의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아마도 국민 모두가 어떤 형태로든 매일 밀가루 음식을 접하고 있을 것이다.

밀은 껍질이 두꺼워 그냥 먹는 것이 거북하기 때문에 대부분 분쇄 과정을 거쳐 외피를 제거하고 가루만을 분리해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특정 회사에서 만든 밀가루에 식중독을 일으키는 대장균 오염으로 42명이 감염됐고 11명이 입원하는 사고가 발생했다(FDA, 2016년 6월). 이 회사에서 제조해 미국 21개주에 유통시킨 밀가루에서 같은 오염사태가 발생했다. 원인균은 시가 톡신을 생산할 수 있는 대장균 0121로 밝혀졌다. 이 식중독 균은 용혈성 요독 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다.

밀가루 제분 과정 중에는 가열 등 오염된 식중독 균을 사멸시킬 수 있는 공정이 없다. 일반적으로 원료 밀은 제분 공정에 들어가기 전에 우선 분진과 이물을 제거하고 충격으로 충란을 파괴한 다음, 선별 과정을 거쳐 가습해 다음 공정에서 맥피 분리를 쉽게 한 후 분쇄하기 때문에 한 번 오염된 위해 미생물은 최종 밀가루에도 혼입될 수 있는 가능성은 높다. 문제의 밀가루는 특정지역 농장에서 재배, 생산돼 제분 공장에 공급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밀은 밭에서 재배돼 수확됨으로 흙이나 수확 기계, 동물 그리고 사람에 의해서도 원료 밀이 오염될 수 있다. 오염을 일으킨 대장균은 토양과 동물 변에 존재하고 사람에 의해서도 전파될 수도 있다.

열에 약해 80-90℃에서 단시간에 사멸되기 때문에 밀가루를 반죽 한 후 빵을 만들거나 굽고 끓이고 찌는 과정을 거치면 관련되는 식중독 균은 모두 사멸된다. 문제는 열처리를 거치기 전 밀가루 반죽에는 이들 식중독미생물이 생존해있을 수 있으므로 다른 살균 처리 없이 이 반죽을 직접 먹거나 반죽한 손으로 다른 음식을 조리하는 경우 오염된 균이 교차 감염돼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익히지 않은 반죽은 먹지 말아야 한다.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밀 등 식품의 원료에는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미생물이 존재할 수 있어 이들 위해미생물을 완전히 제거해야 되겠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모든 농산물은 각종 미생물이 존재하는 땅에서 재배, 수확되며 그 후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식중독 미생물이 오염될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동물의 분변에는 각종 대장균이 존재하고 이들이 토양에 오염원이 되면서 농기계나 동물, 사람에게도 전파돼 수확된 곡물에 오염되기 때문이다. 또한 공기 중에도 여러 위해 미생물이 존재해 여러 제분공정에서 밀가루에 오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근본적으로 밀가루는 살균된 식품원료가 아니다. 따라서 여러 미생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단 오염된 미생물이라 하더라도 밀가루에 수분함량이 낮아(13% 내외) 더 이상 증식하지 않고 단지 존재하기 때문에 다음 가공 공정에서 열처리 등 살균 처리가 되면 사멸돼 안전한 제품을 얻을 수 있다.

근래 여러 식품가공용 원료에서 각종 식중독 원인이 되는 미생물이 검출돼 이런 이유로 회수 명령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 생식하는 견과류, 샐러드 등이 대표적인 예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겉절이 김치에서 식중독 미생물 검출로 회수조치가 된 것도 주원료와 부원료의 오염이 원인이었다.

생산제품의 종류에 따라 식품가공용 원료를 어느 시점으로 볼 것이냐는 명확히 규정해야겠지만 이제 우리도 원료의 위생안전규격을 합리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가공용으로 사용하는 원료의 위해 미생물이나 독성화학물질의 기준을 정해 관리함으로써 완제품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사전 예방적 조치가 요구된다.

관리를 통해 양질의 원료를 사용해야 안전하고 우수한 제품의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은 식품가공의 기본이다. 최종제품의 사후 관리가 아닌 원료나 공정에서 사전관리가 안전식품생산에 가장 바람직한 방법임을 밀가루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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