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는 향토음식도 표준화해야 하는가
서울에서는 향토음식도 표준화해야 하는가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6.10.07 17: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맹진 백석예술대학교 외식산업학부 교수
▲ 김맹진 백석예술대학교 외식산업학부 교수

서울과 경기도,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에 우리나라 인구의 49.5%가 살고 있다고 한다.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몰려 있는 현상은 1960년대 이후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동한 인구 덕분이다. 농촌에서 유입된 인구로 서울과 같은 도시는 커지고 인근의 경기도까지 도시화가 이뤄졌다.

도시가 커지자 자연스럽게 환대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음식점이 생기고 여관이 늘었다. 산업화와 도시화는 오늘날 외식사업과 숙박업 발전의 모태가 된 것이다.

도시의 생산현장이나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가능한 대로 식사를 빨리 마치고 일터로 복귀해 업무에 매진해야 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집 밖에서 하는 식사는 허기를 면하기 위한 수준이어서 푸짐한 양이나 저렴한 가격이면 만족해하는 시절이었다. 싼 가격으로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들이 인기가 있었다.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해 온 사람들 중에 음식점을 창업하거나 여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이들은 자기 고향의 음식을 선보였다. 생소한 음식보다는 고향에서 오랫동안 즐겨먹거나 익숙한 음식을 상품화하는 것이 쉬웠을 것이다. 이렇게 선보인 음식들 중에는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널리 알려지는 것도 있었다.

산업현장에서 열심히 일한 결과로 국가경제가 급속히 성장하고 개인의 생활은 넉넉해졌다. 그러나 이들은 떠나온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떨쳐버릴 수 없었을 것이다. 이들이 고향의 음식을 찾아다니며 먹는 것은 향수를 달래거나 오랫동안 타향에서 살고 있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방편에 다름이 아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는 여러 지방의 다양한 음식들이 상품화돼 있다. 지역명을 상호로 내세운 음식점들은 대부분 그 지역의 향토음식을 주요 메뉴로 판매한다.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지역명은 사업주의 고향이 어디임을 내세우는 뜻보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외식소비자의 향수를 자극하기 위함이 아닐지.

향토음식은 본디 그 지역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그 지역에서 풍부하게 생산되는 식재료를 사용해 오랫동안 그 지역의 조리방법으로 그 지역 사람들이 즐겨먹었던 음식이다. 지역의 자연환경과 역사, 문화가 오롯이 배어있는 음식이다. 이런 음식을 상품화하는 것은 우리 음식을 발전시키고 외식문화를 풍부하게 해주는 일임에 틀림없다.

각 지역의 향토음식을 이것저것 바꿔가며 맛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아쉬운 점을 느끼기 시작한 부분이 있다. 계절이 바뀌어도 항상 동일한 식재료를 사용한 음식, 거의 같은 반찬이 나오는 현상에 입맛이 떨어지는 경험을 한 것이다.

음식에 따라 대체사용 가능한 식재료가 다를 것이나 시래기가 나올 때는 시래기를, 머위대가 나올 때는 머위대를, 우거지가 나올 때는 우거지를 사용하면 안 되는 것일까? 계절에 따라 식재료를 달리 사용하게 되는 사유를 고객에게 알리고 이렇게 만들어 먹는 것이 그 지역의 전통이었다고 말해주면 오히려 음식을 먹는 즐거움이 더해지지 않을까?

음식점을 경영하는 데에는 생산성과 수익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경영자는 조리 시스템을 단순화시키고 대량생산 시스템을 갖춘다.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의 방식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결과로 소비자는 언제 가든지 맛과 모양이 일정한 음식을 먹게 되는 것이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향토음식이 상호만 다른 지역명을 내세웠을 뿐, 메뉴와 맛이 서서히 동일화돼 가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외식시장은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기반으로 다양한 시장이 형성된다. 소비자는 끼니마다 다른 식사를 선호한다. 제조업 상품에서 특정의 브랜드를 선호하고 몰입하는 경우와 다르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