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불황으로 인해 20~30대의 소비력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반면 패션과 건강식품에 관심을 갖고 자신만의 소비패턴을 만들어가면서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는 중년 남성들이 꾸준히 늘면서 기업들이 ‘아재’ 잡기에 나섰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트렌드와 소비변화에 둔감했던 40~50대 아재들이 새로운 소비층의 큰 손으로 급부상하면서 소비시장의 패러다임이 달라지고 있다.
올해 초부터 ‘아재파탈’, ‘아재개그’ 등의 단어가 유행하고 40대 중년배우가 영화나 TV브라운관을 점령하다시피하면서 자연스럽게 국민까지도 너나없이 아저씨의 매력을 느끼는가 하면 이들에 대한 농담코드를 받아들이고 공유하고 있다. 사실 잠깐의 바람인줄 알았다. 그런데 ‘아재’의 열풍이 예사롭지 않게 사회?문화적으로 접근을 하고 있는 듯하다.
단어의 의미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원래 아재는 아저씨의 낮춤말이며 자기 주변에서 별 신경을 쓰지 않는 중년 남성들을 지칭하는 부정적인 용어로 통용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엠브레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1.9%는 ‘아재’라는 단어에서 ‘다정하다’, ‘ 안정적이다’, ‘성실하다’와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렸다. 또한 아재의 장점으로는 풍부한 경험과 성실한 생활력을 꼽았다.
아재의 소비열풍이 단순한 문화의 한 소비트렌드로 자리잡아가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실적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홈쇼핑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남성용 의류를 구매한 고객 중 중년 남성의 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14% 이상 증가했다. 실제로 온라인쇼핑몰 11번가 고객 중 40~50대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분기 36%에서 올해 2분기 41%로 늘었다. 특히 브랜드 의류와 잡화 구입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2%나 증가했다. 더 나아가 건강식품은 전년 동기대비 61%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과거와 달리 중년 남성인 아재들이 자신을 꾸미는데 돈을 아끼지 않고 건강한 신체를 직접 관리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NH투자증권은 새 브랜드 ‘맨온더본’을 남성복 시장 공략에 나선 신세계인터내셔널과 함께 올 상반기 남성복 매출이 전년 동기 20% 이상 성장살 수 있는 기업으로 꼽았다.
한편 대표적인 아재 패션으로 여겨지던 아웃도어 업계에서도 아재들을 멋쟁이 신사로 바꿔주는 제품을 출시하며 중년 남성들을 공략하고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는 안정적인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신을 가꾸는 데 아낌없이 투자하는 중년 남성들이 명품소비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재들의 소비는 게임시장에서도 주목할 만큼 큰 손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지금의 40대는 온라인게임 산업의 폭발적인 발전과 성장을 이끈 게임의 1세대라고 할 수 있다.
NH투자증권의 한 연구원은 “일반소비시장에서 뿐만 아니라 모바일게임의 흥행을 주도하는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특히 게임 충성도와 가입자당 매출이 타 연령층 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아재들의 취향을 고려한 모바일게임들이 활발하게 출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 하반기에도 게임시장에서의 아재 트렌드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사료된다.
신한카드사의 카페 결제 건당 금액을 살펴보면 50대는 1만1661원으로 40대 8807원, 30대 7869원, 20대 6782원을 훨씬 앞섰다. 또한 40대 이상 커피 이용 소비층은 전체 이용자 중 53%가 남성이라고 한다.
촌스러움, 썰렁함의 상징이었던 ‘아재’들이 아처럼 소비시장을 장악하면서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미디어시장을 주도하고 패션업계와 건강식품업계까지 접수하고 있다. 아재 전성시대는 단순히 미디어의 힘과 꽃중년 연예인들의 역할 때문만은 아니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중년 남성들의 신체나이가 젊어지게 됐고 과거 20~30대의 생활이 지금의 40~50대 생활과 엇비슷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