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외식상권 초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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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6.12.0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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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시행 2개월, 외식시장 집중 분석-②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시행된지 만 2개월이 지났다. 청탁금지법은 금품수수액의 상한선이 10년 전 물가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각계에서 터져 나왔으나 원안대로 시행되고 있다.

청탁금지법에 따른 외식업계와 농수축산업계의 피해는 당초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청탁금지법 직접 대상자를 약 224만 명, 배우자 포함 400만 명으로 추산했으나 간접 대상자를 따질 경우 사실상 전 국민이 포함된다. 그만큼 법 시행의 파급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삼시세끼 대부분을 외식으로 해결하는 국민이 늘어나면서 ‘누가 밥을 샀느냐’를 두고 지나친 경계를 풀지 못한다. 결국 ‘밥과 술을 파는’ 외식업계는 물론 한우농가 등 농축산업계는 청탁금지법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본지는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식품·외식업계의 지각변동에 대해 지난호에 이어 보도한다.

글·사진=식품외식경제·월간식당 특별취재팀│일러스트=정태권 기자

1  청탁금지법에 울고 웃는 식품·외식업계

식품·유통·편의점업계 가정용 식품 매출 반사이익

김영란법 시행 이후 각계각층의 ‘저녁 있는 삶’이 증가하면서 식품·유통·편의점업계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식품 및 유통업계의 HMR과 신선식품 매출이 늘어나고 편의점의 도시락과 주류, 냉장안주 등의 판매가 크게 증가하는 등 가정 내에서의 식사와 가벼운 술자리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외식업계가 메뉴 가격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때 식품업계는 설문조사를 통해 접근성이 높은 제품 제작에 필요한 자료를 조사·수집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 움직임을 보였다. 그 결과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도시락과 신선식품 등 외식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의 매출이 급증했다.

업계는 “김영란법으로 인해 가정에서 간편식으로 식사를 하거나 직접 만들어 먹기 위해 식재료를 구입하는 수요가 증가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경우 이마트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지난달 초까지 신선식품과 HMR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각각 23.9%, 10.1% 증가했다. 특히 신선식품 중 축산육류 매출이 37.1%로 가장 크게 늘었다. 수산 및 과일 매출도 각각 25.6%, 23.2%가 증가했다. 과자와 맥주의 매출도 각각 14.5%, 15.8%가 뛰었다. 롯데마트 역시 지난달 1일부터 6일까지 신선식품과 가정간편식 매출이 16.0%, 7.6% 올랐다.

편의점업계도 뜻밖의 수혜를 입고 있다. 그 중에서도 도시락과 안주류의 매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CU는 냉장 안주류 매출이 법 시행 전과 비교해 2배 가량 늘었다. 편의점업계는 외부에서의 저녁 술자리 대신 집에서 술을 마시거나 식사를 하면서 관련 매출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CU는 지난 9월 28일부터 지난달 21일까지 냉장 안주 매출이 지난해 동기간 대비 87.1% 늘었다. 해당 기간 직전까지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38.1%로 2배 정도 증가한 것이다. 

술 매출도 전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종류별 매출 증가율은 맥주가 20.4%, 소주가 20.8%다. 점심시간에 주로 판매되던 도시락이 저녁에도 높은 판매량을 보이면서 전달 196.1%였던 매출 신장률은 243.3%까지 올라갔다. CU 측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가장 큰 매출 증가폭이다.

GS25도 같은 기간 냉장 안주류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26.9%에서 올해 92.4%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맥주 매출 증가율도 전년 21.4% 대비 38.7%로 약 2배가 늘어난 수치를 보였다. 도시락의 경우 전년 같은 기간 매출 50.7%에서 올해 173.8%로 크게 늘었다. 세븐일레븐도 같은 기간 냉장 안주류 매출이 41.7%, 맥주 매출은 21.2% 증가했다.

단체급식업계 반사이익 효과 초기만 ‘반짝’

청탁금지법 시행 초기 외식·단체급식업계는 “직장인이 점심을 외식이 아닌 구내식당에서 해결하는 경향이 높아질 것”이라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단체급식 현장 관리자들의 말을 빌리자면 매출은 ‘소폭’ 증가했지만 청탁금지법과 연관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다. 급식업장별로 식수가 정해져 있는 데다, 여건상 외부에서 유입되는 식수도 크지 않아 일시적인 증가세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수의 공공기관 내에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급식업체 관계자는 “요일에 따라, 날씨에 따라, 선호도가 높은 메뉴가 나왔을 때 등 소폭으로 식수가 증가하는 경우의 수는 다양하다”며 “새로운 법 시행에 따른 파장도 수많은 경우의 수 중 하나로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식자재유통 기업들도 “HMR 제품에 대한 식재 공급이 늘고 있다는 점은 청탁금지법에 의한 수요 증가가 요인이라기보다는 1인 가구의 증가 등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따른 트렌드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업계 반사이익 기대와 달리 미미한 변화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객단가가 비교적 저렴한 프랜차이즈 외식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1만~2만 원대 한식 프랜차이즈와 캐주얼 다이닝 브랜드들은 예약 증가를 예상하거나 식사 대신 커피나 차를 마시는 비즈니스 문화의 정착으로 커피전문점 등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수혜와는 거리가 멀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외식장소를 결정할 때 메뉴의 가격만을 보는 것이 아닌 음식점의 콘셉트나 위치, 방문자의 성향 등 종합적인 요소를 고려하는 소비자의 선택속성이 작용한 까닭이다. 반사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이러한 기본적인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기대였다.

커피업계의 경우 청탁금지법 시행 여부와 상관없이 기온이 떨어지는 10월부터 전년과 비슷한 비수기 매출 감소를 보이는 수준이다. 커피나 차 등 음료전문점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3월을 기점으로 매출이 상승하고 7월과 8월 최고치를 찍는다. 이후 10월부터 2월까지 아이스음료 판매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비수기를 겪게 된다.

한 커피전문점 홍보팀 관계자는 “외식업소 중 청탁금지법에 따른 매출 영향을 가장 받지 않는 곳이 커피전문점일 것”이라며 “특별한 수혜도, 큰 타격도 없다”고 밝혔다. 또 “김영란법 시행 이후 여의도, 강남 등 비즈니스 미팅이 잦은 일부 지점에서 2~3% 정도 반짝 매출 상승을 보인 곳이 있지만 청탁금지법 때문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애매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식을 중심으로 1만~2만 원대의 음식을 제공하는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대다수의 법 적용 대상자들이 관련 미팅을 취소하거나 자주 찾던 익숙한 업소를 선택하면서 별 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강남역 2층에서 1만 원대의 메뉴를 선보이고 있는 퓨전요리전문점 대표는 “메뉴 가격을 기준으로 봤을 때 우리 브랜드가 메리트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 것을 사실”이라며 “룸에서 코스 요리를 대접하면서 비싼 술을 주고받아야 접대했다는 인식이 당사자 서로에게 뿌리 깊게 남아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대신 1인당 3만 원 이하의 코스메뉴를 출시하며 직장인 회식고객 유치에 나선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있다. 불고기브라더스는 2인 5만9800원, 3인 8만6900원의 스키야키 불고기 세트와 2인 4만9800원, 3인 7만4800원의 특선 버섯불고기 세트로 직장인의 연말회식 수요까지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한우업계 콧대 꺾인 한우가격… 축산농가 ‘찬바람’

농수축산업계 중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종은 한우업계다. 이들은 법 시행 전부터 농축산물은 예외로 해달라며 격렬하게 반발했으나 정부는 원안을 고수했다. 한우업계의 피해는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전국한우협회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한우 소비 감소로 경락 가격이 10% 중반 정도 하락한 것으로 파악했다.

농협중앙회 축산경제리서치센터가 지난달 3일 발간한 ‘축경포커스’에 따르면 지난 10월 28일 기준 한우 지육(도축한 소의 머리·털·내장 등을 제거한 상태) 도매가격은 1㎏당 1만5845원으로 법 시행을 앞둔 지난 8월 2만 원 안팎을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달 사이에 20% 가까이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 6월 15일 1만5577원 기록 이후 1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농가의 애를 태웠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소의 사육에서 출하까지 대략 2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며“㎏당 10% 내외 하락은 한 마리당 약 100만 원 이상의 손해를 보는 셈으로 농가의 피해가 크다”고 토로했다.

명절선물로 거래되는 한우 선물세트의 매출 감소도 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선물세트로 가장 많이 판매되는 품목은 등심·안심·채끝·국거리·불고기용을 담은 구성으로 가격은 대략 15만~25만 원 선이다. 선물 가액 5만 원을 훨씬 넘는 수준이다.

협회 관계자는 “가격을 낮추라고 하지만 한우 가격을 고려하면 선물로서 가치는 크게 떨어진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협회는 법 시행 전인 지난 추석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했지만 다가오는 내년 설에는 큰 폭의 소비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통상 명절에 약 10만 두를 도축하지만 내년에는 30% 정도 감소가 예상된다. 이에 협회는 농축수산물 제외와 명절기간 한시적 적용 예외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피해 대책을 위해서는 법 적용에 농축수산물 제외 또는 추석과 설날 등 명절 기간의 한시적 적용 예외가 필요하다”며 “피해를 막기 위해 국회와 정부에 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산·임업계 선물용 전복 찾는 발길 ‘뚝’

고급 수산물을 대표하는 전복업계 또한 매출 하락으로 경영이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전복유통협회에 따르면 법 시행 후 매출이 30% 넘게 감소했다. 선물용은 물론 접대비 상한선에 따라 한정식집 등에서 고급 식재 사용을 줄이면서 외식업소의 소비까지 줄어든 탓이다.

특히 다가오는 설 명절 특수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설에도 전년에 비해 약 30%의 소비 감소가 예상된다. 전복업계는 아직은 버티고 있지만 소비 감소가 지속될 경우 업체의 줄도산도 우려하고 있다.

이범성 전복유통협회회장은 “주산지인 완도지역 생산 어민은 아주 심각한 상황”이라며 “지금은 괜찮지만 상황이 계속되면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회장은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정부에 농축수산물 제외를 요구하는 일뿐”이라고 토로했다.

송이버섯과 표고버섯이 주로 선물용으로 거래되는 임산업계는 법 시행에 따른 피해 여부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산 송이버섯은 법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꾸준히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

산림조합중앙회 관계자는 “송이·표고버섯은 명절 선물용으로 수요가 많다”며 “현재 큰 변화는 없지만 다가오는 내년 설 명절을 겪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많던 모임, 회식 어디서 하나

청탁금지법의 직접 제재 대상인 공직자와 언론인, 교육기관 관계자가 몰려있는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서초구 교대역 인근 식당가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썰렁한 분위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연일 이어지던 크고 작은 모임 예약 문의는 뚝 끊어졌다. 과거 북적이던 홀과 룸은 텅 비어있고 빈 테이블을 정리하던 종업원들도 하나 둘 떠나고 있다.

광화문·시청상권 서소문에서 안국동까지 폐업 소식 줄이어

광화문역을 중심으로 위쪽으로는 경복궁역 인근과 아래쪽으로는 시청역 주변 골목, 종로 방면으로는 인사동, 안국동 골목의 외식업소들 상당수는 언론사 관계자 접대와 회식, 비즈니스 미팅 등의 주 무대가 돼 왔다.

이들 업소 대부분은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영향과 향후 대처 방안에 대해 약속이라도 한 듯 “할 말이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경복궁역 서울지방경찰청 인근에 몰려 있는 토속한정식당들도 청탁금지법을 피해가진 못했다.

30년 넘게 경복궁 상권에서 영업 중인 한정식전문점 신안촌의 이금심 대표는 “광화문 상권은 정부 부처가 세종청사로 옮겨 가면서 이미 망가지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 청탁금지법이 쐐기를 박는 것 같다”며 “우리는 그나마 내 집에서 장사를 해 임대료 걱정 없이 그럭저럭 꾸려가겠지만, 점심에 몇 팀 오고 나면 저녁에는 예약조차 없는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특히 남도한정식이나 한정식은 식재료가 매우 중요한데 가격에 맞추자니 한상차림으로 내기에는 찬이 형편없고, 단품메뉴 밖에 선보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전통 식문화인 한상차림 자체가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곳 상권은 최근 주말마다 열리는 최순실 게이트 집회로 인해 고객 발길이 아예 차단된 상황이다. 세종문화회관과 서울광장 사이 세종대로 주변에 밀집한 일식당, 중식당, 횟집 등 업소들도 하나둘 ‘3만 원’ 메뉴를 내놓는 추세다.

C신문사 뒷골목 참치전문점 입구의 ‘2만9천 원 김영란 정식’ 안내판은 11월 중순 기자가 방문했던 날 처음 세운 것이다.

L 중식당을 운영하는 Y 대표는 “3만 원이란 금액이 너무 낮기 때문에 상한 금액이 올라가길 기대하고 있다. 더 문제인 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관련이 없는 사람들조차 아예 오지 않는 것”이라며 “고객 수는 물론 객단가도 줄어 매출이 20~30% 이상 감소했다”고 토로했다.

또 “현재 부분적으로 메뉴를 조정했지만 연말까지 분위기를 지켜보다가 메뉴와 콘셉트를 전반적으로 바꿀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사동과 안국동 한정식집 골목 분위기도 차갑기는 마찬가지다. 1만 원대에 부담 없이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업소만이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높은 담벼락의 차림표가 아직 그대로 남아 있는 한 한정식집은 얼마 전 영업을 접었다.

여의도상권 국회·금융기관·경제단체 떨고 있나?

국회의사당과 금융기관, 전경련회관, 방송국 등 주요 기관이 몰려 있는 여의도에도 청탁금지법의 쓰나미가 덮쳤다. 특히 국회의원들의 모임 장소로 이용되던 한정식집과 일식집, 고급 소고기 전문점의 타격이 컸다.

여의도 상권은 크게 금융기관 본사와 금융감독원, KBS 별관을 중심으로 하는 동여의도와 국회의사당과 KBS 본관을 중심으로 하는 서여의도로 나뉜다. 지하철역을 기준으로 했을 때 동여의도 외식상권은 5호선 여의도역 5번 출구에서 최장 600m 반경, 도보로는 10분 내 거리에 외식업소가 밀집해 있다.

서여의도 외식상권은 9호선 국회의사당역 1번 출구에서 최장 500m 반경, 도보로는 8분이 못 미쳐 상권이 끝나는 소규모 지역 밀착형 상권이다. 두 곳 모두 점심?저녁 직장인을 타깃으로 하는 전형적 오피스 상권으로 유동인구가 끊기는 주말에는 영업을 안 하는 곳도 많다.

접대와 모임, 회식고객이 매출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여의도 식당가 특성상 모임이나 접대가 줄어들면 막대한 지장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 일식집 대표는 “모임이나 회식이 없으면 여의도는 끝”이라며 “내년에 한 번 더 여의도에 와 보라. 이대로라면 많은 곳들이 사라지고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외식업소는 단체 또는 모임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대형매장이 많아 체감 피해도가 더욱 큰 실정이다. 100석, 200석 대규모의 매장일수록 객수감소에 따른 매출하락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대형 매장의 경우 매물로 내놓아도 좀처럼 계약 성사가 안 돼 쉽게 폐업을 결정하기도 힘들다는 것이 일대 업주들의 의견이다.

동여의도의 2~3층 규모 중식당은 최근 객수 감소에 따라 3층은 아예 불을 꺼두고 있었다. 서여의도의 양대창 전문점은 저녁 6시 30분~8시 1시간 30분 가량 고객이 한 팀도 없었다. 평일임을 감안하더라도 심각한 수준이다. 동여의도에서 인기 있는 고깃집으로 소문났던 미원빌딩의 주신정은 최근 문을 닫았다. 근처 한 일식집은 폐업해 기물을 빼고 있었다.

청탁금지법의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상권인 만큼 업주들의 김영란법에 대한 아쉬움과 불만의 목소리도 컸다. 대부분 “취지는 좋으나 10년 전 물가를 반영한 3만 원은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반응이다.

한 한정식집 관계자는 “이 지역 음식점은 주 5일, 월 20일 장사하는 곳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일매출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오늘 도매시장에서 쪽파 한 단에 1만1천 원 하더라. 시장물가를 반영하지 않은 법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대역 상권 원·검찰·법무법인 몸 사리기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대검찰청, 서울고등검찰청,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 법조기관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법무법인이 몰려 있는 교대역 상권 외식업소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법원과 검찰 관계자들의 접대와 회식이 잦았던 고급 음식점들은 급격한 매출 감소에 대대적인 리뉴얼을 준비하거나 업종변경까지 생각 중이다. 교대역 상권은 크게 서울교육대학교가 위치한 교대사거리 상권과 법원과 검찰청, 법무법인이 형성돼 있는 법조타운 상권 그리고 카톨릭대학교 성모병원과 국립중앙도서관 인근의 서래마을 상권 3곳으로 나뉜다.

중심상권은 서초 법조타운이다. 법원과 검찰청 앞 교대역 10, 11번 출구 인근에는 직장인을 겨냥한 음식점이 주를 이룬다. 유동인구 대부분이 법조타운 종사자와 방문객이고,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가 많아 단가가 높은 음식점들이 다수 분포한다.

맞은편 8, 9번 출구는 법조타운과 연계된 오피스 상권과 먹자골목이 형성돼 있어 주로 회식이나 모임을 하는 저녁상권이다. 교대역과 서초역 사이의 한 일식전문점은 청탁금지법 영향으로 매출이 90% 이상 줄고 점심 예약은 절반 이하, 저녁 예약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곳 직원은 “검찰과 법원 관계자들의 저녁 회식이 거의 사라졌다”며 “이달에는 직원도 10명에서 5명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이곳 대표는 업종 변경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고등법원 앞 다른 일식집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매출은 1/4로 줄었고 저녁 손님은 평소의 1/10 수준이다. 회덮밥과 탕류 등 3만 원 이하의 점심메뉴를 추가했지만 소용이 없다. 이곳은 접대나 회식고객 대신 동창모임이나 친목모임, 가족 단위 고객 위주로 메뉴를 재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우전문점은 객단가가 반으로 줄었다. 서래마을 입구에 위치한 ‘서래본점’에 따르면 점심 손님들이 주로 찾는 메뉴가 4만1천 원짜리 한우 구이에서 2만2천 원짜리 한우 불고기로 바뀌었고 법원이나 검찰청, 인근 성모병원 회식은 15~20% 정도 눈에 띄게 줄었다.

고급 음식점의 매출이 줄면서 반사이익을 기대했던 중·저가 음식점들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반응이다. 탐라도야지 대표는 “한우 고깃집이나 고급 식당을 찾던 손님들이 우리처럼 중·저가 식당으로 많이 옮겨 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며 “오히려 김영란법 시행 이전보다 매출이 7% 정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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