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익 비에나시(Loic Bienassis) 유럽 음식역사 및 문화연구소 연구원<사진>은 지난달 24일 소펙사 코리아 주최로 열린 ‘한국·프랑스 식문화 비교 세미나’에 참석해 미쉐린 가이드의 역사와 활동 의미 등에 대해 소개했다.
하지만 그리 길지 않게 주어진 시간에 통역까지 거치는 바람에 해 비에나시 연구원은 충분한 발표를 못했다. 그는 이날 세미나에서 좀 더 학술적이고 외국인이 잘 알지 못하는 프랑스 식문화에 대해 설명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아쉬웠다.
“한국인을 비롯한 많은 외국인들이 프랑스 식문화에 대해 가스트로노미(미식·미식 추구)로 알고 있지만 대중적이고 지역의 특색있는 음식도 많이 있습니다. 한식에 궁중음식만 있지 않은 것처럼 말이죠. 이는 프랑스 음식 문화가 궁중에서 많이 발달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는 음식은 역사와 문화가 결합된 대표적인 분야라고 강조했다. 이는 그의 연구 활동의 결과이다.
비에나시 연구원은 프랑스 뚜르대 부설격으로 설립된 유럽 음식역사 및 문화연구소에서 프랑스 음식의 역사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원래 역사 전공자로 프랑스 17세기 역사가 전공 분야다.
최근에는 음식문화를 어떻게 문화유산으로 전환시킬지에 대해 관심을 쏟고 있다. 프랑스 식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에도 참여했다.
비에나시 연구원이 관심을 갖는 17세기는 루이14세가 절대군주로 군림하며 화려한 궁중문화, 특히 음식문화를 크게 발달시킨 시기이다. 루이14세는 절대 권위를 표현하고 싶어 복잡한 식사예절(에티켓)과 많은 음식을 발달시켰다. 하지만 프랑스대혁명 이후 궁중요리사는 거리로 나왔고 화려한 궁중요리도 시민에게 퍼졌다.
이때부터 레스토랑이 크게 늘고 프랑스의 가스트로노미 문화도 더 발전하게 되면서 오늘날 중식, 태국음식과 함께 세계 3대 요리로 꼽히게 된 배경이 됐다. 그는 “프랑스 식문화는 왕정문화에 기반을 두고 발전해 비싸고 어렵다는 이미지가 강하다”며 “서민적인 음식도 많고 지역의 특색있는 요리도 많기 때문에 이점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비에나시 연구원은 한식 세계화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다채로운 한식의 이미지가 정작 ‘고기굽는 문화’로 단순하게 고정돼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김장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에 등재돼 알고 있습니다. 물론 김치도요. 하지만 한식은 ‘고기굽는 문화’로 고정 돼 있고 이게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식과 일식이 더 유명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는 최근 한식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고 최근 한국 정부의 노력도 성과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의 노력이 있었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특히 제가 관심있는 한식분야가 있었는데 자료가 한글로만 돼 있어 참고할 수가 없어 아쉬웠습니다. 앞으로 한국과 프랑스의 더 많은 교류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세계적으로 외국 식문화에 대한 호기심도 높아져 한식도 더 많이 알려질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