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치즈 ‘자연·가격’ 앞세워 국내시장 질주
유럽 치즈 ‘자연·가격’ 앞세워 국내시장 질주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7.04.03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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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액 규모 미국산 제쳐… 수입산 점유율 84% 국산 고전

국내 치즈 시장에서 유럽산(EU)이 미국산을 제치고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EU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점유율을 더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달 14일 발표한 ‘한·미 FTA 발효 5년, 농축산물 교역 변화와 과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치즈 수입액 규모에서 EU(1억7290만 달러)는 미국(1억6863만 달러)을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EU가 치즈 수입액에서 미국을 앞선 경우는 최근 10년 동안 처음이다. 그 동안에는 미국이 금액과 수입량 모두 줄곧 앞서왔다. 특히 지난 2014년은 미국(3억131만 달러)이 EU(1억626만 달러)보다 약 3배나 많았다.

EU산 단가 하락으로 업체 선호

하지만 2014년 이후 계속 줄더니 불과 2년 만에 전세가 역전됐다. 미국산 수입금액은 2015년 2억5074만 달러, 지난해 1억6863만 달러로 줄었다. 반면 EU산은 같은 기간 1억4860만 달러에서 1억7290만 달러로 증가했다.

이같이 EU산 수입이 증가한 이유는 한·EU FTA 등으로 인한 단가 하락이 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2014년 미국·EU 각각 4.7, 6.7달러였던 수입 단가는 2015년 4.6달러로 같아졌고 지난해 4.2, 3.9달러로 역전됐다. 뉴질랜드 제품도 단가도 지난해 3.3달러로 내려갔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미국산 치즈에 대한 관세율 인하 등에도 불구하고 수입단가가 더 낮은 EU와 뉴질랜드로 수입선이 전환돼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 EU 치즈가 프리미엄·친환경 이미지가 강해 국내 소비자가 더 선호한다는 분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자료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연간 치즈 소비량은 2012년 2㎏에서 지난해 2.8㎏로 증가했다. 하지만 자연치즈는 1.5㎏에서 2.1㎏으로 늘어난 반면 가공치즈는 0.5㎏에서 0.7㎏으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산 치즈는 친환경적이고 자연산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반면 미국산은 가공치즈라는 인식이 많다”며 “이같은 품질력에 한·EU FTA로 수입 가격이 내려간 점도 한몫했다”고 밝혔다.

유럽 치즈, 국내 시장 공략 박차

EU는 국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U와 프랑스 국립낙농협의회(CNIEL)는 지난 2015년부터 ‘유럽 치즈 홍보 캠페인’을 소펙사 코리아 주관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행사는 유럽산 치즈의 이미지 제고와 판매 촉진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강연과 시식행사, 레시피 개발·보급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 한국과 일본, 호주, 중동 등에서 ‘BON VOYAGE(즐거운 여행)’라는 주제 아래 이미지 제고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소펙사 관계자는 “다양한 유럽산 치즈를 맛보면서 마치 여행하는 것과 같이 해당 국가의 미식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취지”라며 “고품질의 유럽산 치즈들이 이제 전 세계의 모든 소비자들을 향해 각 로컬 시장으로 여행한다는 뜻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산 맥 못 추자  정부·업계 소비 촉진 나서

반면 외국산 치즈 공세에 국산은 맥을 못 추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수입량은 123만9천t(자연 112만7900t, 가공 11만1100t)으로 2010년(67만7400t) 대비 83%나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수입산의 점유율도 69%에서 84%로 껑충 뛰었다.

수입산이 시장을 크게 넓혀가자 낙농·유업계는 국산 치즈 이용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농촌진흥청은 와인과 샐러드, 간식용으로 잘 어울리는 국산 자연치즈를 소개하며 소비 촉진에 나섰다.

충북낙농업협동조합은 치즈 가공장에 체험관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치즈 제조 과정을 직접 보고 만들어 보면서 치즈 등 유제품에 대한 친근감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낙농진흥회는 ‘우리 우유로 만든 우리치즈 교실’을 열어 소비 늘리기에 나섰다.

국내 유업체들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소비자가 숙성치즈보다 스트링치즈 등 비숙성치즈를 선호하는 점을 감안해 국산 원유로 만든 스트링 치즈를 생산하고 있다. 또 구워먹는 식문화에 익숙한 점에 착안해 서울우유와 임실치즈농협, 동원F&B 등은 구워 먹는 치즈를 내놓았다.

낙농업계 관계자는 “치즈 등 유제품의 국산화를 서두르지 않으면 낙농산업이 지속적으로 위축될 것”이라며 “가공제품용 원유에 대해 쿼터제를 도입, 그 물량에 대한 국내외 원유 가격 차이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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