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맛은 인식보다 느낌이 우선이다
음식의 맛은 인식보다 느낌이 우선이다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7.08.0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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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진 백석예술대학교 외식산업학부 교수

맛있는 음식을 찾아 도시의 이곳저곳을 누비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노마드족(nomads)이 그들이다. 이들 도시의 유목민들은 마치 유목민들이 가축을 몰고 풀을 찾아 초원을 누비는 것처럼 한 끼의 식사라도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우리나라 외식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음식은 한식이다. 한식을 좋아하는 현상은 대학생이나 나이든 사람들이나 차이가 없다. 음식을 고를 때 가장 중요시하는 요소는 맛이다. 더 이상 가격과 양이 중요 고려사항 1순위가 아니다. 이렇게 된 데는 경제적 여유와 건강을 중시하는 라이프 스타일, 익숙한 음식문화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맛있는 음식이란 무엇이고 왜 맛이 있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소문난 맛집들이란 대개 오랜 세월 동안 한두 가지 음식을 만드는데 집착해 온 집이거나, 대를 물려 내려온 역사가 오래된 집이다. 바로 장인이 음식을 만드는 집이다.

음식 장인이 만드는 음식은 왜 맛이 있을까? 우선 비법을 들 수 있겠다. 오랜 세월 특정한 음식을 만들어온 축적된 경험이나 대를 이은 조리법으로 만드는 음식이기 때문에 다른 음식점보다는 더 맛이 있을 것이다.

다음은 그들이 사용하는 식재료이다. 손수 담근 간장이나 된장, 고추장 같은 장류와 자신만의 비법으로 만든 양념, 정성을 들여 끓인 육수만을 사용한다. 소금은 간수가 빠진 묵은 천일염만을 사용하며 어느 해안가 젓갈집에 주문해서 사용하는 잘 익은 젓갈을 사용하기도 한다. 손수 담근 김치와 다양한 식재료로 만든 밑반찬, 갓지어낸 고슬고슬한 밥도 한몫을 거든다. 

맛있는 음식점은 크게 두 가지 요소, 즉 조리비법과 좋은 식재료의 사용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흔히 “재료가 좋으면 음식이 맛있다”고들 말한다. 품질 좋은 제철 식재료를 넉넉히 넣고 조리하면 음식은 맛있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여기에 오랜 경험과 비법을 가진 장인 조리사의 손길과 정성이 더해진다면 음식의 맛은 좋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기분이 좋아진다. 음식의 맛은 주로 입과 혀를 통해 느낀다. 단맛, 신맛, 짠맛, 쓴맛이 혀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이러한 맛이 조화롭게 어울렸을 때 맛이 좋다고 느낀다. 여기에 매운맛이나 감칠맛이 더해지기도 한다. 사실 매운 것은 맛이 아니라 통각(痛覺)의 일종으로 고통스러운 감각이다.

음식은 혀로 느끼는 미각 외에도 코로 맡는 냄새, 촉각으로 느끼는 온도와 씹는 느낌, 눈으로 보는 모양과 배열, 보글거리는 소리 등 오감을 통해 느낀다. 음식의 맛은 그야말로 감각의 종합을 통해 느낀다. 이러한 느낌이 뇌로 전달돼 맛이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분별하게 되고, 특정의 음식 또는 특정한 음식점의 음식에 대한 맛이 있는지 여부를 인식하게 된다.

가령 유홍준[나의 문화유산답사기(남도답사일번지)의 저자, 전 문화재 청장]이 그의 책에 특정지역의 음식이 맛있다고 써놓으면 이후 사람들은 그 지역의 음식을 맛있다고 인식하게 될 것이다’라는 가설을 세운 후 이를 증명하기 위해 연구하면 과연 이 가설은 지지될 수 있을까? 유홍준 이전부터 그 음식이 맛있다고 느낀 사람들과 유홍준의 저서를 읽지 않고도 맛있다고 느낀 사람들, 혹은 유홍준의 저서를 읽고도 맛없다고 느낀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음식의 맛은 인식보다 느낌이 우선이다. 맛의 좋고 나쁨에 대한 판단은 뇌보다 혀를 비롯한 감각기관의 느낌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검증되지 않은 개인의 왜곡된 인식의 표출보다 맛의 본질에 대해 우선적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음식은 이제 단지 먹을거리로서의 기능을 떠나 온 국민을 즐겁게 하는 연예 오락의 소재가 되고 있다. 많은 영상매체는 먹방, 쿡방을 통해 음식을 만들고 함께 먹고 담론을 즐기는 재미를 제공한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 유랑하는 도시의 유목민들에게 즐거움과 수긍할 수 있는 타당한 정보의 제공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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