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문 전주대 객원교수·전 전주대 문화관광대학장
‘곡성소리 가득한 외식업계’가(식외경 2017. 7. 24.일자 종합 3면 머리기사) 조금이나마 곡소리 줄기는커녕 ‘외식업계 초유의 위기, 갈수록 내리막길’ 인데다가 ‘외식업 경영주들 대다수가 정말 죽을 맛’이라니(식외경 2017. 8. 7.일자 1면 머리기사, 15면 사설) 진짜 걱정이다.
최저임금 7530원에 ‘哭소리’와 ‘죽을 맛’이라면 ‘그 놈보다 더 쎈 놈’인 근로시간 52시간으로 줄이기가 확정된다면 외식업계에서 ‘무슨 소리’에 ‘어떤 맛’이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의 또 다른 스타일의 ‘갑질 근절’ 또는 ‘발본색원’을 명분으로 한 공정거래위원회와 지자체, 그리고 경찰청의 몸 풀기가 예사롭지 않으니 외식업 위기의 끝은 도대체 어디쯤인가.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어느 장군부부의 ‘갑질’을 특정인의 일시적 일탈행위보다는 관행적 구조적 적폐 차원으로 인식한 듯 ‘갑질 문화’라는 낯선 용어까지 구사하며 전수조사를 언급했고 국무총리는 전 부처의 전수조사와 발본색원 지시로 화답했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 갑질 논란도 ‘군 갑질’ 관련 정부의 방침과 일정 부분 관련 있어 보인다. 갑질 혐의 기업 오너 사건은 회사 압수수색과 형사입건을 거쳐 회장 퇴진으로 이어졌다. 또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를 대상으로 한 원가공개보고서 제출 압박에 공정위원장까지 나섰다는 사실 때문이다.
원래 ‘-질’은 ‘-노릇’ 이나 ‘-짓’의 뜻으로 사람의 행위를 묘사하는 명사형 접미어이므로 그 용례는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필자 서가의 ‘우리말 갈래사전’(박용수)에서 파악된 것 만해도 150개가 넘는다. 그 중에는 가령 군것질, 달음박질, 돌팔매질, 뜀박질, 모래찜질, 물장구질, 부채질, 삯바느질, 숨바꼭질 등 아련한 추억속의 어휘들도 적잖다.
그 밖에 염치나 체면 없이 재물을 마구 긁어 들이는 짓인 ‘걸태질’, 남녀상열지사의 관련어인 ‘감탕질’과 ‘말롱질’, 그리고 사람의 됨됨이나 물건의 무게를 헤아리는 ‘드레질’ 따위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
하지만 갑질은 앞의 우리말 갈래사전과 ‘새 국어 대사전’(신기철, 신용철), ‘에센스 국어사전’(이희승) 등 권위 있는 사전과 최신 인터넷 사전에도 수록돼 있지 않다. 따라서 그 뜻을 가령 계약을 ‘갑을관계’로 보는 오랜 관행에서 찾아본다면 갑질은 공급자인 ‘갑’이 수급자인 ‘을’에 대한 터무니없는 횡포라는 뜻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요즘의 갑질은 사회적 강자의 약자에 대한 횡포를 뜻하는 시대어로 진화됐다. 그런데 -질은 가령 ‘봉창질’(물건을 남몰래 모아서 감추는 짓) 등처럼 어감부터 천박, 후줄근해서 거부감이나 혐오감을 주기 쉬운 말들이 적지 않다. 갑질도 예외가 아니다. 갑질의 경우 그 부정적 낙인효과는 장난이 아니다. 갑질 딱지 한 장이면 천하의 인격자라도 고약한 품성의 인격파탄자로 찍히기 일쑤다.
이번에 문제된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 몇몇 오너들의 갑질은 업계 또는 오너의 환경적 구조적 비리 또는 불법차원의 갑질이라기보다는 개인의 사람 됨됨이에서 비롯된 일시적 일탈로 인한 ‘오너리스크’의 한 예로 보아 그야말로 극소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실제로 대다수 프랜차이즈 외식기업의 창업자들은 오직 ‘성실 근면과 열정’을 자본으로 투자해서 오랜 ‘꿈’을 이룩한 입지전적 인물들이다.
창업으로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냈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게다가 그들 중 상당수가 크고 작은 사회적 공익적 봉사에 참여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옥에도 티가 있듯 그들 가운데 혹 갑질 혐의를 받는 사람이 있다면 외식업계 관계자들과 종사자들은 그들에게 마치 밸이 꼬인 뺑덕어멈처럼 눈 흘기고 야죽거리며 헐뜯어서는 안 된다. 불문곡직 타박이나 떼 지어 뭇 매질은 더욱 자제해야 옳다.
지금은 엄중한 국가안보위기와 외식업계 최대 위기 돌파에 힘을 모을 때다. 갑질 논란으로 힘을 뺄 때가 아니다. 더구나 확정판결 전 무죄추정원칙(헌법 제27조 제4항, 형사소송법 제275조의2)을 민주적 기본질서의 하나로 선언한 대한민국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