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업계 최대 축제에 드리운 그림자
프랜차이즈 업계 최대 축제에 드리운 그림자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7.09.0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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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시장 침체에 공정위 압박 정책 겹쳐… 그래도 창업 희망 1순위 자리매김

프랜차이즈산업의 축제로 자리매김해온 한국프랜차이즈산업박람회를 앞둔 9월 업계 분위기가 차갑게 식어있다. 올해 잇따라 터진 갑을 논란과 새 정부의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강도 높은 정책이 맞물리면서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의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여기다 지속적인 경기침체와 청탁금지법 시행 등에 따른 외식업계의 매출 하락이 겹치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하지만 외식업은 아직 창업 희망 1위 업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외식 프랜차이즈의 위기를 환골탈태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가 운영하는 푸드트럭은 앞으로 서울시내 국·공유지에서는 자리를 펼 수 없다. 이뿐만 아니다. 서울시의 ‘서울밤도깨비야시장’ 등 공공기관이 주관하는 행사에도 참가할 수 없다. 서울시의회에서 지난 6일 통과된 ‘서울특별시 음식판매자동차 영업장소 지정 및 관리 등에 관한 조례 개정안’이 오는 10월 시행되면서 벌어질 일이다.

프랜차이즈 업체의 푸드트럭 영업 제한은 최근 외식 프랜차이즈가 처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 푸드트럭까지 영업 제한

올해 프랜차이즈 업계는 사상 최악의 국면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프랜차이즈 업계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 지난해부터 반복된 ‘갑질 논란’이 올해 더욱 심화됐고 사회적 여론도 싸늘해졌다. 여기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하면서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공언한 뒤 ‘갑의 눈물’도 흐르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은 14일부터 16일까지 열리는 ‘제41회 한국프랜차이즈산업박람회’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지난 상반기 제39회 박람회 당시에도 평년 대비 참가업체와 참관객이 줄었으나 부스 판매는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박람회는 참가업체가 크게 줄면서 막판까지 빈자리를 채우는데 급급해야 했다.

외식프랜차이즈 업계는 김 위원장 체제의 공정위가 오는 10월까지 ‘상생혁신안’을 마련하라는 통보에 잔뜩 움츠러들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지난 7월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은 수용하겠다. 다만 업계가 자체적으로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도록 3개월이나 5개월 동안 실태조사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바로 이튿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을 발표하며 가맹점주의 고통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그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의 원활한 정보 공개를 첫 번째 핵심 과제로 꼽았다.

정보공개 강화의 주요 사항은 △필수물품 의무기재사항 확대 △리베이트 관련 사항 정보공개 △특수관계인 관련 사항 정보공개 △외식업종 필수물품 마진 공개 등이다. 가맹점주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가맹점주 협상력 제고 사항으로는 △가맹금 조정 가능한 거래환경 조성 △가맹점사업자단체 법적 지위 강화 △판촉행사 가맹점주 사전 동의 의무화 △보복조치 금지제도 마련 등이다. 또 가맹점주 피해방지수단 확대 대책으로 △오너리스크 등에 의한 배상책임 도입 △가맹본부의 즉시해지사유 축소 △영업시간 단축 허용요건 완화 △인테리어 비용 분담절차 간소화 △허위과장정보제공행위 가이드라인 마련 △신고포상금 제도 도입 등을 제시했다.

10월 국정감사에 프랜차이즈 오너 줄 소환

▲ 지난 7월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프랜차이즈산업인과 간담회에서박기영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회장(왼쪽)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양측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제공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로서는 당장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 수두룩한 내용이다.

이에 같은 달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프랜차이즈산업인과 간담회에서 박기영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회장은 자정노력을 전제로 오는 10월까지 실태조사를 연기해 줄 것을 다시 요청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업계가 10월까지 자구안을 마련하되 실태조사는 연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공정위가 지적한 50개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는 부랴부랴 실태조사 결과를 제출한 뒤 후속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이같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달 10일 서울 서초동 협회 회관에서 ‘프랜차이즈 혁신위원회’를 발족하고 혁신방안을 밝혔다.

이날 최영홍 프랜차이즈산업 혁신위원회 위원장(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앞으로 매주 공정위의 ‘가맹사업 불공정관행근절대책’ 6대 과제와 33개 가맹사업법 개정안 등에 대한 논의를 거쳐 오는 10월말까지 ‘상생혁신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업계의 이같은 상생혁신안을 받아들여 옥죄고 있는 고삐를 풀어 줄지는 미지수다. 업계 일각에서는 오히려 오는 10월 12일부터 31일까지 열릴 예정인 국정감사에서 프랜차이즈 이슈가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계와 산업계에서는 국정감사에서 프랜차이즈 오너들이 줄 소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벌써부터 출석 대상이 될 프랜차이즈 오너로 미스터피자, 피자에땅, 피자헛 전 대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오너는 지난해부터 갑질 논란의 주역으로 등장하며 프랜차이즈 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MP그룹 미스터피자의 정우현 전 대표는 가맹점에 치즈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오너 일가 등이 소유한 중간납품업체를 끼워 넣어 이른바 ‘치즈 통행세’를 받아 논란이 됐다.

피자에땅 공재기 공동대표는 가맹점주들에게 광고비 부담을 떠넘기고 물품구입을 강요한 후 집단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가맹점주협의회 회장과 부회장 등 가맹점주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가맹계약을 해지했다는 혐의로 검찰 공정거래조세조사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

피자헛도 국감 출석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피자헛의 경우 지난 2003년부터 가맹계약서에 없는 어드민피(Administration Fee·구매·마케팅·영업 지원 명목으로 받는 가맹금) 명목으로 가맹점주들로부터 매출액의 0.8%, 연간 20~30억 원을 일방적으로 징수하다 2015년 5월 점주들로부터 반환 소송을 당했다.

여기다 최근 보복출점 의혹을 사고 있는 ‘신선설농탕’ 역시 증인 출석 명단에 거론되고 있다. 신선설농탕은 직영점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매장 매도를 거부하는 가맹점들에 대해 ‘보복출점’을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오너 중심 기업체질 바꾸고 환골탈태해야

국정감사에서 이들 외식 프랜차이즈 관계자를 줄 소환할 경우 업계 이미지와 경영여건은 더 추락할 수밖에 없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는 이같은 상황에서 최대한 자세를 낮추는 게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당초 업계는 정상적인 영업 광고까지 취소하면서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TV에서 프랜차이즈 CF가 사라지기도 했다.

중견 외식 프랜차이즈 A사 관계자는 “올해 업계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위기를 맞고 있다”며 “가급적 외부 노출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따라 정상적인 마케팅까지 진행하지 않고 있어 매출 추락을 지켜만 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의 위기를 부른 공정위의 압박이 원칙적으로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공정위는 선진 프랜차이즈산업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로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이같은 정책에 흔들리는 이유는 그동안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의 기형적인 구조 때문이란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서울 소재 대학 외식경영학과 B교수는 “공정위에서 주장하는 로열티 체제 도입과 투명한 가맹사업을 당장 받아들이기엔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의 체질이 허약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번 기회에 오너 중심의 기업 체질을 바꾸고 선진적인 경영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지속적인 외식산업 성장을 이끄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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