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 연간매출 108조 원 누가 나눠가져갔나?’
‘외식업 연간매출 108조 원 누가 나눠가져갔나?’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7.09.1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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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 성장 그늘 아래 길거리 나앉는 경영주 속출

절반이 창업 쉬운 한식 음식점업, 인건비도 못 건져
언제 터질지 모르는 비은행권 대출 폭탄도 큰 부담

“재작년 100조 원을 넘어섰다는 외식산업의 연간 총매출은 도대체 누가 나눠가져간 걸까요?”

지난 2015년 서울 강동구에서 약 66㎡(20평)의 분식집을 차렸다가 1년이 안돼 폐업한 김모씨(39)의 말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발표한  '2017년도 식품산업 주요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외식산업 매출은 약 108조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4년 약 84조 원에 비해 크게 늘어난 매출이다.

하지만 외식업계 종사자 대부분은 이같은 성장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전체 외식사업장 가운데 87%가 종사자 5인 미만의 영세규모다. 여기다 인구 78명당 외식업소 1곳의 비율로 과당경쟁이 불가피하다.

잘 나가는 외식업소 1곳에서 하루 500명의 고객을 받는다면 인근 업소 대부분은 하루 종일 파리를 날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외식업소 대부분을 차지하는 곳에서 1년을 못넘기고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하게 된다. 이들 영세업소 경영주들에게 매출 108조 원은 그림의 떡인 셈이다.

전체 66만여 개의 외식업소를 업종별로 보면 지나치게 한식 음식점업(30만4005개)에 편중돼 있다. 골목식당 규모의 한식 음식점은 별다른 조리기술 없이 차릴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정식 등을 내세운 영세 한식 음식점은 수시로 폐업 위기에 몰린다.

커피숍 등 비알콜 음료점업(5만9656개), 분식·김밥전문점(4만3719개), 치킨전문점(3만2600개) 등도 ‘쉽게 차려 쉽게 망하는’ 업종이란 낙인이 찍혀 있다. 이들 업종은 큰 자본 없이 차릴 수 있기 때문에 퇴직자와 취업하지 못한 청년층을 창업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중 커피숍은 시장이 양극화되면서 대다수 경영주들이 골목의 1인 매장을 내고 있다. 이들 영세 커피숍은 끊임없는 가격경쟁에 내몰리면서 이렇다 할 수익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미 프랜차이즈화된 분식·김밥전문점과 치킨전문점도 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익성을 보이면서 창업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외식산업의 총매출 증가는 이들 영세 창업자의 끊임없는 시장 진입에서 비롯된 결과로 보인다. 폐업한 사업체 이상이 창업에 나서면서 외형 매출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종사자들의 소득수준은 다른 업종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6월 발표한 '임금근로일자리별 소득(보수) 분포 분석'에 따르면 숙박·음식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평균소득은 173만 원에 그쳤다. 전체 근로자 평균소득 월 329만 원에 비해 156만 원이나 적은 금액이다.

이는 종사자뿐만 아니라 경영주의 소득도 마찬가지다. 영세한 외식업소는 경영주 수익이 연간 1천만 원에도 못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족 구성원이 총동원돼 1인 인건비 정도의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영난과 생활고가 겹치면서 금융 신용도가 낮아져 비은행권 대출에 매달리게 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비은행금융기관 산업대출 중 숙박·음식점업 대출잔액은 12조485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더 위험한 신호는 2분기 연속 30%대 증가세를 기록 중이라는 점이다. 시중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영세 자영업자들의 대출심사를 강화하면서 비은행권으로 대출이 쏠리기 때문에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비은행권 대출 증가는 영세 외식업 경영주들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으로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고리 대출을 받는 이유는 수천만 원에 불과한 창업자금이나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결국 창업 진입 문턱이 낮은 외식업의 특성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등은 이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외식업을 현행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며 정부를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기존 영업자와 창업희망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만약 외식업 창업을 규제할 경우 양적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연간 총매출이 감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제라도 진입장벽 높이기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B외식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이대로 방치할 경우 연간 총매출 200조 원이 되더라도 평생 모은 재산을 다 잃고 빈민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며 “당장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관련 통계는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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