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채용, 보완점 찾아야
블라인드 채용, 보완점 찾아야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7.10.2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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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정규 전주대 한식조리학과 교수장수식품클러스터사업단장

신정규 전주대 한식조리학과 교수
장수식품클러스터사업단장

며칠 전 공공기관의 요청으로 계약직 직원 채용면접 면접관으로 참여했다. 면접 장소에 예정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서류를 받아 검토하면서 이전 서류와는 확연히 차이가 있는 내용에 당혹스러움과 함께 걱정이 몰려왔다. 

‘블라인드 채용’, 지난 정부부터 논의가 시작돼 현 정부 들어 올 하반기 공공부분부터 시작된 능력위주의 채용 시스템이라는 블라인드 채용이었다. 우선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나이, 성별, 사진(사진은 이전에도 없는 경우가 있었다)이 없었다. 

그리고 역시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력, 전공, 외국어 성적도 기재가 돼 있지 않았다. 제출서류로 늘 첨부돼 있었던 졸업증명서나 성적증명서 역시 없었다. 그동안 있었던 기간별 경력이나 자격사항과 같은 부분도 없었다. 

제출 서류에 기재돼 있는 것은 이름, 현주소, 현재 지원한 부분과 관련이 있는 과거 직장 경력과 본인이 수행했던 업무정도였고 기관에서 미리 제시된 질문 3가지 정도에 작성한 자기소개서가 전부였다.

그리고 면접 전 면접관에게 전달된 주의사항에는 학교와 출신 지역을 묻지 말고, 업무와 관련된 질문만을 할 것이라는 단서 조항이 있었다. 어찌되었던 제공된 서류를 검토 후 면접이 시작됐다.

일반적으로 묻게 되는 질문인 본인 소개와 지원동기에 대한 공통 질문 후, 서류에 기재된 현 업무와의 관련된 이전 경력, 본인이 현 업무에 대해 어떠한 능력이 있는지를 이야기하도록 하면서 발표 자세(인상, 말하는 태도 등) 등을 살펴보고 지원자가 언급한 과거 업무와 관련 추가적인 질문과 업무에 대한 파악 정도, 향후 업무에 임하게 될 자세 등의 질문과 함께 몇 가지 질문 후 면접을 마쳤다. 

블라인드 채용이 시행된 이유는 과거 많은 채용과정에서 능력보다는 학연, 지연 및 기타 업무와 관련되지 않은 배경이 작용해 공정하지 못한 채용이 이루어졌다는 데에 있다. 블라인드 채용이 시작된 것이 이번 연도 하반기부터이니 장단점을 언급하기에는 시간과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블라인드 채용에서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다. 직장 생활에 있어서 능력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또 다른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성실성이다. 

사실 성실성을 평가하기 위한 잣대도 명확하지는 않다. 하지만 대체로 고등학교는 출결이나 활동사항, 대학교에서는 수강과목, 성적과 개인활동이 성실성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블라인드 채용에서는 지원자가 그동안 노력해 왔던 이러한 요소들은 모두 배제가 된 업무 능력만을 평가하고 있다. 

또 문제점은 모든 분야에 있어서 블라인드 채용의 적용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일반 행정업무의 경우 어느 기준으로 능력을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 능력을 파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면접시간 등은 오히려 면접관의 주관적 판단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블라인드 채용이 실시되면서 합격자들의 이직율이 낮아졌고, 합격자들의 배경이 다양해졌고, 불필요한 지원자가 줄어들었다는 등의 장점들이 언론을 통해서 이야기 되고 있다. 필자도 과거 대기업에 취업할 때 새로운 채용 방식으로 합격을 했었고 그 채용방식의 장점으로 이직율이 낮아졌고, 업무 적응력, 회사에 대한 애사심 등이 올라갔다고 했으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이에 대한 언급은 사라졌었다. 결국 채용은 단순히 채용 제도나 방식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 막 시작된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 장단점을 논하기에는 이른 면이 있다. 하지만 최소한 지원자들이 사회에 진출하기 위해, 하고 싶은 일을 하기위해 짧게는 1~2년, 길게는 십여 년 이상을 준비해 왔던 그동안의 노력과 성실성을 평가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며 제한된 정보 제공으로 실질적 외모와 말하기 능력이나 논술 실력 등에 의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보완책도 함께 고민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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