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9일 내년부터 시행될 최저임금인상으로 인해 타격을 받을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근로자 1인당 월 최대 13만 원을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 시행 계획안’을 확정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일자리 안정자금 시행계획안’은 3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300만 명에게 1년 간 2조9708억 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지원대상은 고용보험에 가입한 30인 미만 사업장을 원칙으로 하되 내년 최저임금 월 190만 원 미만인 근로자가 대상으로 월 최대 13만 원까지 시간당 최저임금(7530원) 부족분을 지원한다.
정부는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사업’은 한시적이 원칙이지만 내년 한 해로 그치지는 않을 것이며 내년 상반기 중 집행 사안과 보완 할 점, 우리 경제와 재정 여건 등을 살펴보고 제도가 잘 정착되도록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의 지원이 끊기면 고스란히 기업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급여라는 것이 한번 오르면 내려가기 힘든 것이기에 결국 기업이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소식품·외식기업 위한 일자리 대책 실효성 의문
전문가들조차 민간 기업의 인건비를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며 내년 이후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자칫하다가는 혼선만을 가져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제시한 ‘일자리 안정자금 시행 계획안’은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의 줄도산을 잠시 연장시키는 효과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일자리가 크게 감소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달 초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가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핵심 이슈, 어떻게 풀 것 인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추계세미나에서 ‘2006~2014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데이터’로 추정한 결과 내년도 최저임금이 16.4% 오르면 27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여성, 고령층 등 일자리 소외계층의 고용감소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부의 인건비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고용보험에 가입되어야 하는데 소상공인업체나 중소기업의 경우 4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업체들이 수없이 많다. 특히 중소식품기업이나 외식기업에 종사하는 직원들의 경우 4대 보험 가입을 기피하는 신용불량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의 경우 4대 보험으로 인해 지출되는 금액조차 부담돼 가입을 기피하거나 설령 4대 보험에 가입하고 싶어도 가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정부가 확정 발표한 ‘일자리 안정자금 시행 계획안’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영세상인과 종업원들에게는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다.
체계적이고도 거시적인 대책 마련해야
정부의 이번 조치는 최저임금을 가파르게 올려놓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줄도산은 물론이고 일자리마저 크게 감소할 수 있다는 여론과 후유증을 막기 위한 임시방책이라는 느낌이 든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소외계층의 삶을 좀 더 윤택하게 해 주겠다는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경제학적으로는 노동 수요 탄력성에 따라 고용을 축소시킨다”는 경제학자들의 주장에 정부 정책 관계자들은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내수경기 침체로 인해 설자리조차 잃어버리고 있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그리고 중소기업을 살릴 수 있는 체계적이고도 거시적인 대책을 위해 심사숙고하는 정부의 대책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