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수 혜전대학교 호텔조리외식계열 외래교수
30여 년 전, 어릴 때 만 해도 당시에는 동네에 공터가 많았다. 그 공터에 정기적으로 서커스 공연이나 차력사 같은 호기심을 끄는 사람들과 함께 동물들을 데리고 약을 팔러 다니는 약장수들이 있었다.
“애들은 가라~~”로 시작되는…. 또한 뱀 장수는 뱀 쇼를 보여주고 남성 정력뿐 아니라 소화를 돕고 신경통에 좋은 만병통치약이라고 떠들어대며 사람들을 홀리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게 된다.
그들의 공연은 그 곳에 모여든 사람들에게 일상의 힘겨움을 잊게 해주고 즐거움으로 기분을 들뜨게 하는 쇼로 매일 똑같던 어느 저녁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이벤트였다.
최근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한 점포. 가족, 친구뿐만 아니라 커플의 데이트 코스에도 빼놓을 수 없는 핫플레이스가 있다. 전시, 휴식은 물론 체험과 쇼핑까지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한번 들어가면 온종일 머물러도 좋은 곳이 있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마을을 잔잔하게 지키던 익선동에 변화의 바람이 불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에서 가장 매력적인 골목 중 하나인 익선동은 1920년대 서민을 위한 한옥마을로 개발되었다. 현재는 한옥을 개조한 빈티지한 분위기가 풍기는 레스토랑, 카페, 펍, 공방, 게스트하우스가 자리 잡으면서 현대와 전통이 공존하는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거북이슈퍼를 비롯해 향수 공방 겸 홍차 카페로 본인의 취향에 맞게 향수, 디퓨저, 캔들을 제작해 주는 곳도 있고 옛 경양식집을 그대로 재현한 집, 프랑스 가정식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 대청마루에 앉아 조각케이크와 커피, 맥주, 와인을 마시며 여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다양한 콘셉트로 익선동만의 문화를 만들어낸다. 한옥이라는 틀에 추억을 입히면서 익선동만의 스토리를 가진 콘텐츠와 콘셉트로 매력적인 동네가 됐다.
좋은 콘셉트는 소비자의 속마음을 끄집어내어 그 브랜드에 공감하고 애정을 느끼게 만든다. 복잡한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과 같은 때일수록 한 단어로 기억할 수 있는 콘셉트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 될 것이다.
과연 마케팅을 잘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 새로운 제품이 등장했을 때 소비자가 필요하게 느끼게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인지도 없는 브랜드가 주목을 받으려면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야 한다. 심리적으로 가까워져야 관심을 갖게 되고 그 브랜드를 기억하기 위해서는 달라야 한다.
다르다는 것은 그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을 가진다는 것이고 수많은 브랜드와 제품들 사이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콘셉트(concept)’이다. 콘셉트는 소비자와 브랜드를 연결해주는 연결고리이며 성공한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그들만의 콘셉트가 있다는 것이다.
마케팅에서의 콘셉트는 다른 제품이 아닌 바로 이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를 소비자에게 제시하여 구매동기를 자극하는 것이며 반드시 이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이유는 이 제품에는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차별화된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많은 기업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제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다르게 만들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마케팅 콘셉트를 통한 고유한 브랜드 이미지 구축인 것이다.
마케팅의 궁극적 목적은 고객만족이며 고객을 만족시킨다는 것은 그들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을 만족시킬 뿐만 아니라 그들의 불편함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해 줄 때 비로소 소비자-브랜드 관계(customer-brand relationship: CBP)가 강하게 형성되며 이러한 관계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콘셉트다.
왠지 좋은 기분을 불어넣어주는 것 같은 살아 움직이는 예술작품을 보건데 다양한 콘셉트로 속속 등장하는 속에서 세대와 성별을 뛰어넘어 사랑받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다. 왠지 마음이 처지는 날, 익선동 골목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전환이 될 수 있다.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