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이 노로바이러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5일 21명의 노로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한 강원도 평창군 소재 호렙오대산청소년수련원에서 7일에도 39명의 추가 감염자가 나왔다.
또 오대산청소년수련원에서 교육을 받던 보안요원 3명이 추가 감염됐으며 경찰, 기자단, 스키점프 운영요원 등 1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7일에만 54명, 총 86명이 노로바이러스에 걸린 것이다.
이번 노로바이러스는 평창과 강릉, 정선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보건 당국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검사한 대상은 호렙오대산청소년수련원에 머문 평창동계올림픽 민간 안전요원과 강릉시에서 순찰 업무를 하던 경찰, 프레스센터 기자단 등 1천여 명으로 알려졌다. 이 중 검사 결과가 나온 것은 일부에 불과해 확진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
보건 당국은 감염 경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역학 조사를 진행했지만 감염자들에게 나온 바이러스 유전자형이 달랐고 동선과 섭취한 음식도 겹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노로바이러스가 위생이 불량한 단체급식소에서 빈번하게 발생되는 점을 감안하면 단체급식이 원인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실제 호렙오대산청소년수련원은 과거 수차례 위생 불량으로 적발된 곳이다. 직영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곳은 법정의무교육인 식품위생교육을 이수하지도 않아 2016년과 지난해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또한 2009년 식재료 보관시설 및 조리실 등의 위생 불량과 2014년 방충망 미비 등 시설 기준을 위반했다.
특히 해당 수련원은 위생과 노후시설 문제로 조직위의 공식숙소 선정 심사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조직위는 단체 수용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민간보안업체에 이곳을 소개하고 숙박도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 당국이 노로바이러스에 만전을 기해야 함을 알고도 수수방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11월 평창동계올림픽 우려 1위로 노로바이러스를 꼽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림픽 개최지 일대의 숙소와 음식점의 노로바이러스 방역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고가 터진 보안요원과 경찰 숙소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로부터 통보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단 한 번도 사전 점검에 나서지 않았다.
이밖에 지난달 말에는 평창동계올림픽 케이터링 서비스 부문 공식후원사인 신세계푸드의 부실 급식 논란이 점화됐다. 네티즌들은 신세계푸드가 제공한 급식이 ‘저질 급식’에 ‘바가지 요금’이라며 성토하고 나섰다.
부실 급식 논란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평창동계올림픽 국제방송센터인 IBC센터 내 신세계푸드가 제공하는 카페테리아 메뉴 사진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이 메뉴는 1만1300원의 가격이나 오렌지 주스 1개와 일회용 그릇에 담긴 굽지 않은 식빵 두 조각, 스크램블 에그와 베이컨 3줄이 전부였다.
IBC센터는 원활한 올림픽 중계를 위한 건물로 전 세계 60여개 방송국에서 1만여 명의 방송 관계자들이 입주해 평창동계올림픽 영상을 전 세계로 송출하는 곳이다. 신세계푸드는 이곳 급식을 담당하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급식 개선을 요구할 정도로 거세게 항의했고 신세계푸드는 메뉴 가격을 최대 50%가량 할인 판매했다. 신세계푸드 논란 이후 현대그린푸드와 이씨엠디 등 나머지 업체들까지 홍역을 앓았다.
신세계푸드 측은 “기존 제공하던 토스트의 양은 2배, 커피는 무상제공, 빵이나 샐러드류 등 일부 품목에 대해선 최대 50% 인하해 운영하고 있다”며 “이는 조직위와 협의해 결정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한편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은 최근 5년 동안 매년 평균 50건(1238명)이 발생하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는 11월 7건(181명), 12월 12건(238명), 1월 8건(147명), 2월 5건(80명)까지 발생 빈도가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는 유치원·어린이집 등에서 면역력이 낮은 유아를 중심으로 노로바이러스 감염이 증가했다.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식중독은 바이러스에 오염된 지하수, 해수 등이 채소, 과일류, 패류, 해조류 등 오염된 식재와 물로 많이 감염된다. 단체급식이 집단 발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