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중심에 선 음식
정치의 중심에 선 음식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8.05.1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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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컬럼] 백석예술대학교 외식산업학부 교수 김맹진

지난달 말에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판문점선언을 통해 북한은 비핵화와 전쟁 종결의지를 밝혔다. 앞으로 있을 남·북·미 등의 회담을 통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가 논의되고, 이에 상응하는 정치·경제·안보 등의 협력방안이 협의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가슴에는 이 땅에 전쟁의 위험이 없는 평화체제와 민족의 미래 번영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을 것이다. 남북 두 지도자의 일거수일투족이 생중계되는 현장을 지켜보면서 어느 때보다 그러한 기대의 실현 가능성을 높게 느낄 수 있었다.

이번 회담에서는 정치적인 문제의 해결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높은 호기심을 일으키는 분야가 있었다. 바로 정상회담의 식탁에 오르는 음식이었다. 회담이 시작되기 며칠 전 청와대는 정상회담의 메뉴를 발표했다.

그동안 남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온 분들과 관련된 음식을 중심으로 메뉴를 구성했음을 알 수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고향인 신안의 민어를 재료로 한 편수,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 남해산 쌀로 지은 밥과 문재인 대통령의 고향에서 나는 달고기가 포함됐다.

이 외에도 소떼를 몰고 방북했던 정주영 회장의 서산 한우구이, 작곡가 윤이상의 남해 문어요리, 김정은의 추억이 어린 스위스 음식 뢰스티를 재해석한 감자요리, DMZ산 나물이 들어간 비빔밥도 올랐다. 문배주와 면천두견주가 만찬주로 사용되고 디저트로는 망고무스가 올랐다.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냉면으로 말문을 여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어렵사리 멀리서 평양냉면을 가져왔으니 대통령께서 편한 마음으로 좀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남의 집에 방문할 때 정성을 들여 준비한 음식을 이바지로 들고 가는 옛 풍습이 떠올랐다.

음식은 인류가 발전시켜 온 대표적인 문화다. 특정한 음식은 그 민족 혹은 국가의 문화적 심벌이다. 미식학자 Brillat-Savarin(브리야사바랭)이 남긴 ‘You are what you eat’이라는 문구를 떠올렸다. 음식은 먹는 사람의 정체성을 나타낸다는 철학적 의미가 들어있다.

남북의 두 정상은 식탁위에 놓인 음식으로 만찬장의 화제를 이어갔을 것이다. 정치적 스토리가 듬뿍 담긴 음식으로 식사를 하며 새삼 서로의 정체성이 다르지 않음을 느꼈을 것이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음식을 먹는 같은 민족으로서 지향하는 미래의 비전도 다르지 않음을 확인했을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은 엄청난 냉면 마케팅 효과를 냈다. 오래된 평양냉면집 골목을 가득 채운 인파가 이를 증명한다. 시원한 국물에 말은 평양냉면 한 그릇은 요즘 같은 더운 날씨에 더욱 당긴다. 올 겨울에는 개성의 만두를 맛보고 평양 옥류관에 들러 본가 평양냉면 한 그릇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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