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최종문 우양재단 이사장·(전)전주대 문화관광대학장
눈 위에 서리가 내렸는지(설상가상雪上加霜) 눈 위에 눈이 더 쌓였기 때문인지(설상가설雪上加雪) 외식업을 포함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이번 겨울은 유난히 을씨년스럽다. 아니 을씨년스러움을 넘어 그냥 엄동설한(嚴冬雪寒)이라고 함이 옳을는지도 모른다.
기온이 평년보다 낮아서 그런 게 아니다. 엄살도 물론 아니다. 유례없는 불경기로 몸살 앓고 있던 외식업 자영업자?소상공인들에게 소름 돋는 첫 추위를 안겨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의 칼바람이 불어 닥쳤다. 올 1월 1일부로 10.9%의 인상률로 매긴 8350원의 최저임금이 서리처럼 내렸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근로자들이 실제 일을 한 174시간(8시간×5일×4.35주)만 근로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 내렸다.
그러나 정부는 토요일(노사 간 약정주휴)과 일요일(법정주휴)분을 모두 근로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윽박지르더니 여론의 강력반발을 선심 쓰듯 어르고 달래며 약정휴일인 토요일분의 임금과 근로시간은 제외하고 계산했다. 국무회의 의결 후 강행하겠다니 그야말로 설상가상, 설상가설, 엎친 데 덮친 격이 아닐 수 없다.
실제 고용노동부 개정안대로 계산하면 시급 33% 인상효과로 나타난다는 조사결과가 있을 뿐더러 근로자단체를 제외한 거의 모든 경제주체들의 한결같은 비판과 반발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심지어 국민에 대한 약속이행을 앞세운 명분론뿐만이 아니다. 기업의 추가부담이 없다는 생뚱맞은 억지주장이 나올 만큼 너무나 당당한 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포함한 법적 자구행위를 검토하고 있다.
필자의 개인적 견해도 일반여론과 다르지 않다. 대법원 판결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경제와 고용부진의 동반 위기국면을 해소하기는커녕 악화시키리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 모두 ‘코드 인사’에 의한 ‘코드 정책’만을 앞세워 어느 실세 청와대 수석의 말마따나 ‘여기저기서 두들겨 맞겠지만 맞으며 가겠다는’ 식으로 거침없이 전개되는 독선적 정부 리더십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 결코 가볍다 할 수 없다.
그러면 지금 당장 어떻게 해야 하나? 무엇보다도 먼저 국정 핵심 리더십의 패러다임 전환이 매우 시급하다. 보다 큰 틀에서 리더십의 핵심가치를 이념이나 이상, 또는 명분 중심에서 현실중심, 실질 중심으로 신속 이동해야 한다. 서로 다른 가치, 서로 다른 캐릭터의 화학적 블렌딩, 또는 물리학적 융합으로 리더십 시너지효과를 시도하잔 뜻이다. 이른바 진영논리에 치우친 코드인사, 코드정책 대신 탕평(蕩平)정신을 앞세워야한단 뜻도 포함돼 있다.
이 ‘풍진(風塵)세상’, 남북으로 나뉜 조그만 땅 덩어리가 이제는 정부와 기업, 특히 정부와 외식업 자영업자?소상공인들로 나뉘져 갈등하는 것은 엄청난 국력소모가 아닐 수 없다.
생존전략으로서의 통합과 네트워크 구축에 온 힘을 기울여도 쉽지 않은 세상인데 이리 갈라지고 저리 찢어지는 우리 모습은 가뭄 만난 논바닥처럼 황량하다. 코드까지 가세하니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비록 자신과 코드가 다르더라도 그 존재가치와 방식을 존중하고 인정하되, 절묘한 하모니와 앙상블을 이뤄 내지 못하는 우리 모습이 유난히 왜소하고 애처롭게 느껴진다.
코드가 다른 사람들끼리 한데 모여 엮어내는 멋지고 아름다우며 신명나는 다이내믹한 시너지 세상, 그 아름답고 멋진 신세계는 과연 언제쯤 이 땅에 펼쳐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