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0일부터 시범 실시되고 있는 제로페이는 서울시가 신용카드 수수료를 0(제로)로 만들어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완화시켜 주겠다는 목표를 갖고 만든 결제시스템이다.
서울시는 제로페이 서비스를 시작하기 수개월 전부터 대대적인 홍보를 하는 등 의욕적으로 시작했지만 20여일이 지난 지금 결과는 너무도 초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과 은행관계자 등 담당자들이 시험 삼아 사용해 본 첫날 210건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고작 93건 이었다고 한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신용카드 등 지난해 2분기 일일 평균 간편 결제건수 362만7000건(1174.2억 원)과는 비교조차 할 수도 없겠지만 제로페이 결과는 초라함을 넘어 처참한 지경이다. 서울시 공무원의 권유로 제로페이 가맹점으로 등록했지만 20여일간 단 한 건도 결제하지 않은 점포가 대부분이다. 또, 서울시가 제로페이를 권장하기 위해 만든 제로페이존에서조차 결제가 안 되는 경우가 있어 불신을 키우고 있다. 서울시가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완화시켜 주겠다는 강한 의지로 시작한 제로페이의 의미는 환영하지만 현재로서는 자리매김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결제 복잡, 시간 오래 소요돼… 실용성 의문
서울시가 제로페이를 실시한다고 할 때 대다수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제로페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조건이 있지만 결코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제로페이가 결제수단으로 자리매김하기위해서는 첫째, 타 결제방법에 비해 단순하고 빨라야 한다. 현재 결제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신용카드는 절차가 매우 간단하고 습관화되어 있어 누구나 익숙하다. 그러나 제로페이 결제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단계도 복잡하다. 휴대폰을 열어 은행 앱을 연동해 QR코드를 촬영하고 고객 스스로 가격을 입력하고 때로는 점포 측에 영수증을 보여줘야 하는 등 번거롭기도 하다. 일부 오피스가 외식업소에서는 고객이 한꺼번에 몰리는 점심시간에 제로페이를 사용할 경우 결제시간이 오래 걸려 영업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둘째는 신용카드에 비해 혜택이 없다. 현재 신용카드를 사용할 시 가격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젊은 소비자들의 경우 패밀리레스토랑 등 기업형 외식업체를 이용하는 가장 큰 원인은 할인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일리지 적립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매력이 있다. 그러나 제로페이의 경우 사용자가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사용액에 대해 40%의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을 뿐이다. 물론 최근 신용카드수수료율 인하로 인해 소비자에게 주었던 각종 혜택이 축소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신용카드사용으로 인한 혜택은 만만치 않은 유혹이다.
금융권 간단결제 시스템에 비해 혜택 적고 낙후
셋째는 가맹점수가 많지 않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신용카드의 경우는 어느 곳에서든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제로페이는 가맹점 수도 적을 뿐 아니라 현재로서는 가맹점포임에도 제로페이로 결제가 되지 않는 점포가 많다. 향후 서울시는 소비자가 제로페이 가맹점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제로페이 지도’를 선보이겠다고 하지만 과연 소비자가 제로페이 지도를 보고 점포를 찾아 갈지도 의문이다.
더욱이 신한, BC카드 등 일부 금융권에서 최근 휴대폰으로 간단히 QR코드만 찍으면 되는 QR결제를 실시하고 있어 제로페이의 입지는 더 위축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제로페이에 대해 낙관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시범실시 이후 초라한 제로페이의 성과를 두고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정식출범까지 노력을 지속하면 충분히 성공이 가능하다”는 박원순 시장의 의지를 믿어 보고 싶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자칫하다가는 세금만 먹어 삼키는 애물단지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