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업계의 애플이라 불리 우는 블루보틀 국내 1호점이 지난 3일 서울 성수동에 오픈했다. 이미 예견된 일이기는 하지만 오픈도 하기 전에 매장 앞은 대기고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픈 당일인 3일 0시부터 줄서기를 시작해 점포 문을 여는 8시에는 300여명의 고객이 줄을 섰으며 온 종일 대기고객이 이어졌다. 적게는 2시간에서 길게는 5시간까지 기다려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고 한다.
오픈 당일 12시경 인스타그램에는 #블루보틀 해시태그를 걸고 올라온 게시물이 14만5000개가 넘어섰다니 그 열기를 짐작케 한다. 블루보틀은 지난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시작된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브랜드이다.
블루보틀 매장에는 그 흔한 와이파이도, 콘센트도 없다. 국내 커피전문점이 자랑하듯 내 세우는 멋진 인테리어는 물론 안락한 의자 등 편의시설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고객을 위한 편의성보다 오직 커피의 맛으로 승부한다는 것이 블루보틀의 경영철학이다.
유기농, 공정무역으로 생산된 원두만을 구해 소규모 로스팅 하고 24시간 내에 판매하는 것을 사업모델로 했었다. 이후 이런 방식으로는 수익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 로스팅 한 후 3일 이내 소진을 지향한다.
또한 세상에서 가장 좋은 맛의 커피 제공을 위해 손님이 커피를 주문하면 원두를 갈아 핸드드립방식으로 커피를 내리는 한편 커피 온도에 민감하다. 또 커피를 내릴 때 고객과 눈을 마주치고 이름을 직접 불러주는 등 손님을 대하는 특별하고 섬세한 서비스를 자랑한다.
스페셜티 커피시장 성장에 파급력 커 블루보틀의 한국 진출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미국과 일본 70여개 블루보틀 매장마다 한국 관광객이 유독 많았던 것도 한국 진출을 앞당기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일본 동경의 블루보틀 오모테산도점의 경우 주말이면 고객의 60~70%가 한국인으로 가득 차있다.
이미 본란을 통해 지적한 바 있지만(본보 1010호/2018년 3월 5일 사설 참조) 블루보틀의 한국 상륙으로 국내 스페셜티 커피업계는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커피시장에서 가장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가 스페셜티 커피시장이다.
2~3년 전부터 국내 커피시장은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의 확장과 함께 테라로사 등 많은 스페셜티 커피전문점이 각축을 벌여 왔다. 이런 와중에 블루보틀의 국내 상륙은 스페셜티 커피시장에 대한 고객의 관심을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충분한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로 모니터(2018년 기준)에 따르면 국내 커피시장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하는 한편 1인당 커피소비량은 이스라엘에 이어 2위를 기록할 만큼 커피소비가 급등하고 있다.
지난 2017년 국내 커피시장 규모는 11조7397억5000만 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 ‘고객 편의 VS 커피 맛’ 승부의 결과는? 블루보틀이 국내 스페셜티 커피전문점의 고속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국내 커피전문점 대다수가 고객을 위한 편의성으로 제2의 공간을 만들어 주며 고객 대다수 역시 카공족이나 비즈니스의 장으로 고착화된 한국의 정서를 넘어설 수 있을지 궁금하다.
순수 국내 브랜드인 할리스가 초장기 고객의 편의성을 외면하고 매장에 와이파이나 콘센트 등을 설치하지 않았다 크게 고전했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블루보틀이 내세우는 경영철학처럼 순전히 커피의 맛으로 만 승부해 향후 3개월 혹은 6개월 이후에도 오픈 시처럼 대기고객이 줄을 이을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