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식품과 미생물
발효식품과 미생물
  •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 승인 2020.02.0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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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화 |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지금으로부터 약 35억 년 전 이 지구상에 출현한 최초의 생명체는 미생물이다. 관련 학자들은 이 작은 생명체가 진화하면서 수많은 다른 동식물체로 변이해 나갔다고 주장한다. 유전인자분석으로 계통도까지 만들어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생명체가 어떻게 처음 만들어졌는지는 아직도 비밀의 장막에 가려 있지만 미생물이 자연에 존재하는 유·무기질을 활용해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와 구성성분을 얻었고 최초의 생물학적 작용은 발효라는 기능으로 지금까지 그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발효란 라틴어의 ‘끓다’에서 유래했다. 막걸리가 발효할 때 보글보글 거품이 오르는 모습이 흡사 끓는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다. 발효는 미생물에 의해서 유기물이 분해되거나 혹은 다른 물질로 변화되는 생물학적 현상을 말하는데 부패와는 사촌 간이다. 인간 기준으로 유익하면 발효라 구분하고 그렇지 않을 때 부패라 한다. 청국장은 우리에게는 좋은 발효식품으로 즐기나 생소한 외국인에게는 콩이 부패했다고 꺼릴 것이다.

우리나라는 발효식품 천국이다. 농축수산물 원료를 이용해 발효시키고 발효한 제품은 오랫동안 우리 식단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발효식품은 김치와 간장, 된장, 고추장, 청국장 등이 포함된 장류이고 여기에 젓갈과 식초는 우리 식생활에서 뺄 수 없는 친근한 발효식품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주류도 발효를 통해 얻는 알코올성 기호 음료이며 그 종류도 다양하다. 

우리나라 발효식품은 주로 자연에서 생산되는 곡류나 채소류를 기본소재로 사용하고 서양의 경우 밀, 옥수수, 과실류, 육류를 이용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식탁을 풍요롭게 하고 있다. 서양인의 주식인 빵은 효모를 이용한 대표적인 밀가루 발효 제품이며 햄, 소시지, 요구르트 등도 모두 미생물의 힘을 빌려 맛과 향이 우수한 식품이다.

이처럼 태초부터 생명을 유지해 온 미생물에 의해서 만들어진 수많은 발효식품은 우리 인간에게 실로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힘을 줬다. 세계적으로 5000종 이상의 발효식품이 만들어졌고 지역 전통 특산품 혹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명품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발효식품은 많은 사람의 입맛을 돋울 뿐만 아니라 각종 영양소의 공급원으로 인간 건강 유지에 큰 공을 세우고 있다.

발효식품은 몇 가지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첫째는 소화하기 어려운 식품소재를 미생물이 분해해 흡수하기 쉬운 형태로 만들어 영양원으로 쉽게 활용할 수 있게 한다.

둘째는 인간 생리 활동에 꼭 필요한 미량원소인 비타민 등을 새롭게 만들어 공급하면서 향과 맛을 좋게 변화시켜 발효식품의 가치를 향상시킨다.

셋째는 발효를 일으키는 미생물 자체의 역할이다. 발효에 필수인 미생물은 식품에 따라 다르나 주로 젖산균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우리 장류에 이용되는 곰팡이나 고초균 등이 그 다음을 잇고 있다.

젖산균은 우리 김치 발효에 깊이 관여하고 우유를 소재로 이용하는 요구르트, 치즈 등에도 없어서는 안 된다. 젓갈류는 단일 균보다는 호염성의 많은 균이 관여하고 있다. 알코올성 음료는 주로 효모 류가 주된 역할을 한다. 이들 미생물이 우리 장에 들어가서 다양하고 좋은 작용을 많이 한다는 것이 근래 자세히 밝혀지고 있다. 이들이 프로바이오틱이란 이름으로 소비자와 친숙해졌지만 미생물들은 주로 발효식품에서 유래한 경우가 많다. 우유 발효 제품이 주 대상이 되고 있으며 근래에는 김치에서도 좋은 프로바오틱이 확인되고 있다.

우리는 각종 발효식품을 그대로 먹고 있다. 김치나 고추장, 젓갈 등의 발효 관여 미생물은 살아있는 상태로 섭취하고 있다. 이들 생존하는 미생물이 우리 장내에 들어가 활동하면서 장내 미생물 구성을 유익한 환경으로 만든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정내 미생물의 종류가 우리 신체 건강과 정신영역까지 영향을 미치고, 비만 체질 형성에도 관여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한국인의 수명이 세계 상위권에 드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각종 발효식품을 매일 먹는 것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학술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며 이를 근거로 한식의 우수함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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