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타계(2020. 2. 19)는 국가적 인물의 손실일 뿐 아니라 식품, 외식, 관광 호텔, 유통 등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계 전체의 손실이다.
신 명예회장은 우리 역사와 세계사적인 대 사건 ‘한강의 기적’을 이끈 이병철(삼성), 정주영(현대차), 최종현(SK), 구인회(LG), 박두병(두산), 김종희(한화), 조중훈(한진, KAL), 박태준(포스코), 김우중(대우) 등 재계 1세대 창업자 겸 전문경영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게다가 존재감 제로의 식품 외식, 호텔 관광 등 서비스 산업계의 기본 틀을 세우고 과감한 투자와 일본식 경영기법으로 재계 5위 도약은 물론 독립적 존재가치를 확실하게 각인했다.
그는 1984년 일본 도쿄에서 ㈜롯데를 창업해 종합제과업체로 키웠고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인 1967년 귀국해 롯데제과를 세웠다. 이어서 유통·관광·석유화학 분야로 사업을 넓혀 단기간에 재계 5위의 지위를 획득했다.
세계대전 후 대중적 소비심리회복의 아이콘으로 꼽히던 롯데 껌을 대표 상품으로 한 롯데제과를 오늘날의 모습으로 발전시킨 원동력은 그의 풍부한 인문학적 상상력과 동물적 추진력으로 꼽힌다.
경부고속도로 건설비에 버금가는 금액을 전액 현금으로 지은 롯데호텔(1973)을 시작으로 잠실벌판 실내 테마파크인 롯데월드(1984)를 거쳐 123층짜리 초대형 복합 쇼핑몰 롯데월드타워(2010)에 이르기까지 신 명예회장은 사내외 많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관광 입국’ 신념으로 사업을 밀어붙였다.
더욱이 타워의 심장부인 8~9층에는 베를린 필하모니나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도쿄 산토리홀 등의 설계를 참조한 빈야드(Vineyard 객석이 무대를 에워싸는 형태) 설계에 산토리홀과 도쿄 예술극장, 로스앤젤레스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파리 필아르모니 드 파리 콘서트홀 등 세계 유수의 콘서트홀 음향 설계를 담당한 일본의 나가타 어쿠스틱스의 음향 설계, 무대 뒤편으로 파이프 5000여 개와 스톱 68개를 갖춘 파이프오르간을 설치한 세계 일류 수준의 콘서트홀을 개관했다.
현재 롯데그룹은 90여 개의 계열사, 100조 원대 매출의 국내 5대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하필이면 당시의 시대 상황이 기업과 기업인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반기업 정서’ 시대였고 국가기간산업이 아닌 서비스 산업부문이라는 이유로 세제 금융 등 정책 지원에서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던 시절이어서 그의 공적이 더욱 빛나지 않을까 한다.
그 크기는 신 명예회장 개인과 롯데 그룹에 대한 필자의 인식에 꺼림칙하게 박혀있는 부정적 이미지를 압도할 만큼 크다. 그 약간의 부정적 인식은 업종이 자본재의 창출이 아닌 단순 소비재의 생산 유통이라는 점 외에 소공동 롯데호텔과 롯데 백화점을 지으면서 그 자리에 있던 대표적 근대건축물인 옛 반도호텔과 국립 중앙도서관 건물을 철거해버렸다는 사실을 뿌리로 한다.
이 내용은 필자가 전주대학교 교수 재직 시 우리나라 대학 중 최초로 개설한 ‘이병철과 정주영의 기업가 정신 & 리더십’ 담당 교수로 행한 5년간(2009~2014)의 강의에서 참고자료로 살짝 소개한 신격호 회장과 롯데그룹 이야기에 반드시 포함되곤 했다.
흔히들 우리나라를 ‘기업하기 가장 어려운 나라’로 꼽곤 한다. 기업의 창업자나 대표이사직의 전문 경영자들은 부지불식간에 범법자나 전과자 타이틀을 훈장처럼 달고 다녀야 한다.
롯데도 최근 한일 경제 갈등 직후 신격호 명예회장의 일본 이름이 시게미츠 타케오(重光武雄)라는 사실과 롯데에 ‘일본기업’ 딱지가 붙어 불매운동의 타깃이 됐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신 명예회장은 일본에서 번 돈의 2.5배를 한국에 투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