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달 앱 시장 점유율(55.7%)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가 배달 수수료 체계 개편을 발표하고 시행에 들어간 지 10일 만에 경영진이 직접 사과하고 철회했다.
배민은 그동안 ‘울트라 콜’이라는 광고방식으로 정액제(월8만8000원)를 받아 오던 요금체계를 지난 1일부터 주문이 성사될 때마다 주문액의 5.8%의 수수료를 받는 정율제로 변경해 시행에 들어갔었다. 그러나 가뜩이나 코로나 사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식업경영주들의 거센 반발과 소비자들 심지어는 정치권까지 강한 비판에 나서고 공공 배달 앱 개발 등 대안 찾기에 몰입하자 10일 만에 경영진이 직접 나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변경된 요금체계를 철회했다.
배달 수요 폭발적 증가 따른 이익증대 꼼수 비판
배민측은 배달 수수료 체계를 정액제에서 정율제로 변경하면서 “자금력 있는 외식업체가 여러 개의 울트라 콜을 배달 앱 화면에 중복으로 노출해 주문을 독점하는 기존의 폐단을 차단하는 한편 월 배달 매출 150만 원 이하의 영세 자영업 점포는 수수료 감소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월 배달 매출 150만 원을 기록하는 영세 점포의 경우는 향후 생존이 불가능한 점포이다. 이런 매출이라면 곧 폐업할 수밖에 없는 곳들이다. 반면 대다수 점포는 몇 배 혹은 몇십 배의 수수료 인상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월 2000만 원 배달 매출이 일어나는 점포의 경우 정율제인 배달 수수료(5.8%)로 변경하면 매월 116만 원을 지불하게 된다. 월정액 8만8000원의 약 13배가 되는 엄청난 비용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배달 수요는 물론 배민에 가입하려는 점포들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배달 수수료 체계를 변경해 엄청난 이익을 얻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배민이 창업 초기 소비자들의 가슴 설레게 했던 ‘우리가 어떤 민족이냐’던 광고문구가 부끄럽다며 소비자들이 지적한 대로 이제 배달의민족은 ‘배달은 민족’이며 ‘배신의 민족’이고 ‘게르만 민족’이라는 과격한 표현도 서슴지 않고 있다.
배달시장 사실상 독과점… 언제든지 바뀔 수 있어
배민의 수수료 체계 변경을 비롯한 횡포 가능성은 이미 지난해 12월 ㈜우아한형제가 독일의 베달 앱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될 당시부터 우려된 것이다. 배민을 인수하기 전 딜리버리히어로는 이미 국내 배달 앱 시장의 2위, 3위 업체인 요기요(33.5%)와 배달통(10.8%)을 인수한 기업이다.
따라서 배민을 인수할 경우 국내 배달시장을 거의 석권해 사실상 독과점 기업으로 국내 배달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었다. 배민은 이번 배달 수수료 체계 변경을 일단 철회했지만 향후 어떤 방법으로든지 개편할 것으로 보인다.
우아한형제 측은 이번 사과문에서 “외식업주들의 고충을 세심히 배려하지 못하고 새 요금제를 도입하면서 많은 분께 혼란과 부담을 끼쳐드려 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기술적 역량을 총동원해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이전 방식으로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사회적 책임의 무게감을 다시 한번 느끼며 앞으로 주요 정책의 변화는 입점 업주들과 상시로 소통해 결정하겠으며 이를 위해 업주들과 소통 기구인 협의체 마련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외식업주들과 배민은 운명공동체”라고도 했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모든 분들께 응원받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린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라이더들의 배달 수수료는 1000~1500원가량 낮춘 사실이 알려졌다.
배민은 외식업주들만 운명공동체이고 라이더들은 운명공동체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우아한형제 측이 발표한 사과문에 실은 내용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