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의 선대(先代)를 이은 기업가정신 I
이건희 회장의 선대(先代)를 이은 기업가정신 I
  • 최종문 우양재단 이사장
  • 승인 2020.11.0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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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문 우양재단 이사장, (전)전주대 교수

또 한 명의 지도자를 잃었다. 이건희 회장의 서거, 매우 안타깝고 애통하다. 전주대 교수 시절 필자의 직접 설계로 정년 퇴임 후까지 6년간 강의, 9000여 학생들이 수강한 ‘이병철과 정주영의 기업가정신’에 후계자 이건희, 정몽구 회장도 포함됐기 때문일까 그 애통함이 각별하다. 

호암 이병철 회장(호암으로 표기)의 사람 알아보는 안목은 탁월했다. 그리고 사람 골라 쓰는 능력은 단연 압권,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었다. 이 같은 호암의 타고난 자질은 ‘사람이 사업의 원동력이고 세상의 중심이므로 사람 키우는 일을 백년지계로 삼아야 한다’는 소신과 함께 인재제일주의의 기본 밑천이 됐다.

삼성에 붙여진 ‘인재 사관학교’ 또는 ‘CEO 사관학교’ 타이틀은 인재제일주의의 값진 성과요 세상이 달아준 훈장이다. ‘내 일생 80%는 인재를 모아 교육하는 시간이었다’는 호암의 고백이 의문스럽거나 뜨악하지 않고 곧이곧대로 들리는 이유다. 

1938년 3월 대구시 서문시장 근처 수동 소재 250평 규모의 점포에서 자본금 3만 원으로 창업한 ‘삼성상회’의 지배인으로 호암은 자신의 와세다 대학 친구를 기용하고 은행의 거액 융자 등 중요문제를 제외한 인감 관리와 어음 발행 등 경상 업무 전권을 맡기는 파격적 위임으로 주변을 놀라게 했다.

호암의 평생 신조이자 충무공 이순신 장군도 즐겨 인용했던 ‘명심보감’ 성심 편의 교훈 ‘의인막용疑人莫用 용인물의用人勿疑, 의심하면 쓰지 말고 썼으면 의심하지 말라)’의 실제 적용사례 제1호인 셈이다. (이병철, ‘호암자전’ 67쪽 2014. 나남). 호암 인사 철학의 하이라이트는 후계자로 장자 우선주의 관행을 무시하고 장시간에 걸친 엄중하고 까다로운 검증 절차를 거쳐 3남 이건희 회장을 선택해서 세상을 또다시 놀라게 한 사실일 것이다.

호암의 뒤를 이은 이건희 회장은 선대부터 소중하게 지켜온 신념이자 핵심가치인 삼성의 ‘인재 제일’, ‘변화 선도’, ‘최고지향’, ‘정도경영’, ‘상생 추구’ 등 성공 DNA 다섯 가지로 이룩한 호암의 ‘1등 기업 삼성’의 기업가정신을 한 차원 높은 ‘초일류 기업 삼성’의 기업가정신으로 진화시켰다.

그는 인재전략 사장단 회의(2002. 6. 5 삼성 인력개발원)에서 50여 사장들에게 21세기는 한 명의 천재가 10만~20만 명의 직원을 먹여 살리는 인재경쟁 시대, 지적 창조력의 시대임을 역설했다.

그해 하반기 회의에서는 “나부터 업무의 50% 이상을 핵심인력 확보와 양성에 쏟으리라”고 다짐하며 “사장단의 인사평가 100점 중 40점은 핵심인력 확보율과 양성률에 둘 것”을 선언했다(이경식, 이건희 생애와 리더십, 366-367쪽, 2010).

2005년 신년사에서는 “베끼는 CEO는 필요 없으니 패스트 팔로워 Fast Follower 전략 대신 퍼스트 무버 First Mover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병완, 이건희 27법칙 194-195쪽, 2012).

이 같은 ‘이건희 효과’ 때문일까? 그 무렵 언론에서는 ‘삼성출신 133명 연 47조 원 매출 올리고’ (2011. 2. 6 동아일보), 관리의 삼성 ‘재무통 CEO 수두룩’(2012. 4. 16 한국경제), ‘몇 년 쉬어도 OK, 금융계도 삼성출신 CEO 영입 붐’(2012.  6. 5 동아일보) 등 삼성 인재 기사가 속출했는데 10여년이 지난 2019년도 여전했다.

‘지난 4일 기준 국내 500대 기업 대표이사 657명 중 이력이 공개된 566명의 현황을 조사한 결과 143명(25.3%)이 외부 영입인데 그중 삼성그룹 계열사 출신이 23명(16.0%)으로 가장 많아 이왕 외부에서 찾을 거라면 삼성 출신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신아일보 2019. 1. 9)는 등의 보도가 잇따르거니와 선대보다 한 단계 진화한 이건희 스타일 인재 제일주의의 참모습이리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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