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김치공정 시비에 대처해야 하는 이유
중국의 김치공정 시비에 대처해야 하는 이유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21.01.1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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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의 김치종주국 논쟁이 지난달 일단락 됐나 싶었는데 문화체육관광부의 경솔한 행동이 또다시 김치종주국 논란을 일으키는 빌미를 주었다. 

지난해 7월 15일 문체부가 제정한 훈령인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지침(영어·중국어·일본어)’ 제10조 ‘음식명’에서 중국어 관련 조항 중 4항은 ‘중국에서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음식명의 관용적인 표기를 그대로 인정한다’고 규정했다. 그 예시로 김치를 파오차이(泡菜), 김치찌개를 파오차이탕(泡菜湯)이라 표기한 것이다. 

이미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김치의 영어 번역은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kimchi’로 쓰라고 지침을 정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체부가 김치를 파오차이(泡菜)로 번역한 것은 신중치 못한 처사임에 틀림없다. 

지난 9일 구독자 1400여만 명을 거느린 중국 유명 유투버 리쯔치(李子柒)는 한국의 김치 담그는 과정과 담근 김치를 이용해 김치찌개를 끓이고, 물김치를 담그는 등 한국식 김치요리법을 그대로 재현해 음식을 만들면서 ‘중국 전통요리’(#Chinesse Cuisine), 중국음식 (#Chinesse Food)이라고 해시태그를 달아 영상에 올렸다.

마치 영상에 나오는 음식이 모두 중국의 전통음식인 것처럼 소개한 것이다. 이 영상은 업로드 하루 만에 조회 수 213만 회, ‘좋아요’ 약 14만 개를 기록했다. 지난 3일에는 장쥔유엔 주재 중국대사가 온라인을 통해 김치담그는 모습을 공개해 또 다시 김치 기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 유명 유튜버 김치를 중국 전통요리로 둔갑
지난해 11월 중국 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가 파오차이의 제조법을 ISO표준에 맞춰 제정했다고 보도하며 ‘파오차이가 ISO 인가 획득으로 김치 종주국인 한국이 굴욕을 당했고 한국 언론매체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전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김치에 관한 식품규격은 지난 2001년 국제연합(UN) 국제식량농업기구(FAO) 산하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이미 국제 표준으로 정해진 바 있다. 중국의 파오차이는 만드는 방법부터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우리의 김치는 여러 양념(마늘, 파, 생강, 고춧가루, 젓갈 등)에 버무려 발효시키는 젖산 발효음식이지만 중국의 파오차이는 소금에 절인 채소를 바로 발효시키거나 끓인 뒤 발효시키는 초산 발효로 피클과 유사하다.

환구시보 보도 이후 국제식품규격위원회는 물론 영국의 공영방송 BBC 등 세계 유수 언론들이 중국 환구시보가 보도한 김치 국제표준 관련 기사는 오보(faise report)라고 보도하며 김치종주국 논쟁이 일단락된 바 있다. 

문체부 훈령이 오히려 김치종주국 발목 잡은 꼴
이미 우리 정부는 한국음식명 외국어 표기의 일원화 및 표준화를 1987년부터 시작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당시 주무부처인 교통부가 한국음식명의 외국어 표기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감안, 전문가들을 통해 정리한 바 있다.

이후 1993년 교통부 관광국이 당시 문화체육부로 흡수되면서 또다시 한국음식 외국어 표기명을 정리했었다. 
2008년 MB정부가 들어서면서는 주무부처가 현 농림축산식품부로 바뀌었고, 2012년 이후 본격적으로 한국음식명 외국어 표기를 정리하고 2~3년마다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해오고 있다.

이런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체부의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빚어진 김치종주국 논란은 우리 정부가 전통문화를 유지 계승하는 대처가 너무 안일했음을 입증해 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오히려 민간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가 나서서 문체부의 훈령을 바로 잡아 달라고 관계부처에 요청했다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문화공정시비는 김치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한복과 판소리, 아리랑 등을 비롯해 꾸준히 문화공정 논란을 일으키고 있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논란의 소지가 많다. 정부의 신중하고도 치밀한 그리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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