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절실한 막말·불통 리더십 리셋팅
시급, 절실한 막말·불통 리더십 리셋팅
  • 최종문 우양재단 이사장
  • 승인 2021.02.2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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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문 우양재단 이사장, (전)전주대 교수

백성들의 심신이 편하지 않다. 고달프고 답답하다. 개점 휴업을 넘어 폐업단계에 이른 자영 업자·소상공인들의 애처로운 비명, 일자리 감소와 집값 폭등으로 인한 청년들의 허탈감과 상실감,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의 누적 때문이리라. 하지만 정치판과 고위 공직자들은 다르다. 완전 딴판이다. 치고받기 말싸움으로 ‘듣보잡’급 난장판이 쉴새 없이 전개된다.

지위의 고하, 직책의 경중에 상관없이 생떼, 잡아떼기와 뒤집어씌우기 뿐 아니라 곧 들통날 거짓말을 공식 발표하는 후안무치한 사람들의 압도적 파워가 판세를 휘어잡는 희한한 세상이다. 이처럼 사람들의 입은 고성능마이크가 필요할 만큼 성(盛)하되, 귀는 값비싼 보청기가 완판될 만큼 쇠(衰)하는 현실을 라마르크(J.B.Lamarck1744-1829, 프랑스)의 ‘용불용설(用不用說, Theory of Use and Disuse)’, 또는 조금 더 부풀려서 ‘나쁜 화폐(惡貨)는 좋은 화폐(良貨)를 몰아낸다’는 그레샴(Thomas Gresham1519-1579,영국)의 ‘그레샴 법칙’의 실제 사례로 꼽아도 별 무리가 없다. 우리 조상들 대대로 바람직한 인재의 네 가지 필요충분조건으로 ‘신언서판(身言書判)’을 꼽을 만큼 말의 중요성을 중시했지만 막말, 거짓말까지 포함하는 게 아닌데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이쯤에서 황희(黃喜, 1363-1452), 이원익(李元翼, 1547-1634)과 함께 조선왕조 명재상으로 꼽히는 이항복(李恒福, 1556-1618)의 일화 한 토막을 살펴본다. 이항복의 퇴근길 지엄한 정승이 타고 가는 말 앞을 불쑥 가로질러 가는 한 여인을 정승의 수행원이 밀쳐내어 땅에 넘어뜨리는 불상사가 생겼다. 이항복은 귀가 후 수행원의 잘못을 자신의 수치로 치부하며 호되게 꾸짖었다. 그런데 사단은 그다음. 문제의 여인이 정승의 집 앞 언덕에 올라가더니 정승의 집을 향해 발악하듯 욕설을 퍼붓는 게 아닌가. 

‘머리가 허연 늙은이(頭白老物)가 종들을 놓아 행패하여 길가는 아녀자를 넘어지게 했으니 네가 정승으로서 국가를 위해 한 일이 무엇이길래 이런 위세를 부리느냐? 네 죄는 귀양을 갈 만하다!’ 마침 정승과 자리를 함께한 손님이 정승에게 물었다. ‘저 여자가 욕설을 마구 퍼붓는데 누구에게 하는 겁니까?’ ‘집안에 머리 허연 늙은이가 내가 아니고 누구이겠소?’ ‘왜 내쫓지 않고 내버려 두지요?’ ‘내가 먼저 잘못을 저질러 그 여인이 성내고 욕설을 하는 것이니 실컷 욕해서 분을 삭이고 가게 함이 마땅하오’ (성낙훈, 민병수 ‘한국명인 언행선’, 진명문화사. 1974)

이항복은 절대 왕권 시대의 세도가였지만 피해 여인의 관점과 패러다임으로 바라보고 생각했다. 잘못을 저지른 수행원과 자신을 동일 선상의 존재로 인식하며 피해 여인의 비방과 욕설을 감수했다, 이항복은 피해자의 기분과 정서까지도 모두 수용할만한 웅숭깊은 도량, 그리고 요즘 세상의 21세기형 스마트경청의 법도까지 지니고 있었던 셈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자상은 자기중심 생각의 일방적 관철에 주력하는 ‘설득적 방법Persuasive Method’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막말이나 거짓말을 마구 쏟아놓는 사람은 더욱 아니다. 적극적 경청법 Active Listening이나 공감적 경청법 Empathic Method (스티븐 코비, 7가지 습관)에 능해서 이항복의 경우처럼 자기 수하 사람의 잘못을 자신의 것으로 치환할 수 있어야 참 지도자라는 이야기다. 이 글의 제목을 ‘시급, 절실한 막말·불통 리더십의 리셋팅Resetting’으로 정한 이유이자 논리적 근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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