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김치 반덤핑제소 나설 것”
“중국산 김치 반덤핑제소 나설 것”
  • 박현군 기자
  • 승인 2021.03.25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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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은 인천김치절임협동조합 이사장, ㈔대한민국김치협회 부회장
김치은 인천김치절임협동조합 이사장은 중국산 김치의 저가공세에 중국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있음을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반덤핑 제소에 나섰다. 사진=박현군 기자 foodnews@
김치은 인천김치절임협동조합 이사장은 중국산 김치의 저가공세에 중국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있음을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반덤핑 제소에 나섰다. 사진=박현군 기자 foodnews@

김치는 대한민국의 고유한 음식문화이자 전통식품이지만 국내 외식시장은 저가 공세를 앞세운 중국산 김치에 점령당한 지 오래다. 이와 관련 김치업계는 중국산 김치의 저가 공세를 시장이 아닌 중국 정부의 지원 아래 펼치는 조직적 덤핑행위로 규정하고 반덤핑 제소에 나서고 있다. 본지는 중국산 저가 김치 대응에 앞장서고 있는 김치은 인천김치절임협동조합 이사장을 만나 중국산 김치의 반덤핑 제소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중국산 김치의 저가 공세에 문제를 제기한 이유는.
=저가 공세를 앞세워 국내 B2B 시장을 휩쓴 중국산 김치 문제는 중소 김치업계의 최대 현안이다. 중소 김치업계들은 중국산 김치의 저가 공세에 많은 타격을 받고 있으며 현재 국내 외식업계 70%가 중국산 김치를 밑반찬으로 제공하는 실정이다. 나는 지난 30여 년간 김치 사업을 진행하면서 중국산 김치의 저가 공세를 피부로 느껴왔다. 또한 대한민국 김치협회 부회장과 중소기업중앙회 이사로서 중국산 김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고민과 다각적인 연구를 하게 됐다. 사실상 중국산 김치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해소하지 않고는 국내 김치산업의 발전은 어렵다.

△중국산 김치를 반덤핑 문제로 대응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중국산 김치의 저가 공세가 중국 업체들의 정당한 경쟁으로 이뤄진 것이라면 중국 등 해외수출을 희망하는 입장에서 아마도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중국 김치의 저가 공세는 민간업자들의 자체 경쟁력이라기 보다 사실상 중국 정부의 보조금에 기초한 수출전략이다.

현재 중국 김치생산업체들은 대체로 자국 정부에 볶음김치를 1t당 3500달러의 가격에 수출한 것으로 신고한 후 우리나라에는 생김치를 1t당 450달러에서 600달러에 수출한다. 이 가격은 중국에서 배추·무·고춧가루 등을 개별로 수입할 때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중국 정부의 수출 보조금 정책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원물을 수출할 때에는 수출 금액의 3%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지급한다. 그러나 미생물 멸균 등 합리적인 이유로 가열하는 등 한번의 인위적인 공정을 거친 제품에 대해서는 보조금이 20%로 오른다. 중국 업체들은 중국정부로부터 1t당 700달러의 보조금을 받고 있는 셈이다. 즉 중국 김치업체가 한국에 김치를 수출할 경우 자국 정부로부터 생산비용과 최소한의 마진까지 보전받을 수 있다. 한국에서 받는 수출 대금은 사실상 보너스인 셈이다. 

△중국산 김치의 수입 단가에 문제가 있는 것을 인지하게 된 계기는.
=중국의 김치 및 배추 등 시세를 몰랐다면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2008년 중국에 김치를 수출했던 경험이 있는데 당시 시장 조사 등을 위해 중국의 사천성과 산동성 등에서 직접 김치와 배추 등 재료들을 구입해 봤다. 먼저 공장에서 김치 10kg을 9위안~10위안에 구입했다. 이는 2008년 당시 환율을 기준으로 원화로는 1만7000원, 미국 달러로는 9달러였다. 이를 환산하면 중국 내에서 평균 김치 가격은 1t당 900달러였다. 

또 중국 정부에 정상적으로 신고해서 수입한 김치 판매업자와 만난 적이 있는데 자신이 정상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최소 가격이 1t당 800달러이며 그 이하 가격으로는 오히려 손해라는 말을 들었다. 또 한번은 산동성의 농산물 판매업자로부터 배추를 수입해 본 적이 있다. 당시 물류비, 수출입 통관비, 보관비 등으로 1t당 900달러의 비용이 들었다. 

또 중국에서 수입한 재료만으로 김치를 생산해 봤다. 배추와 양파가 국내보다 비쌌다. 김치에 들어가는 재료들 하나하나를 합쳐서 수입해 봤더니 오히려 국산 식재료들을 구매한 비용보다 더 많이 들어갔다. 이는 수입 통관을 감안해서다. 김치는 배추를 절여 갖은 채소와 양념으로 버무려서 만드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 구매한 채소 가격보다 더 비싼데도 불구하고 완성된 김치가 오히려 국산보다 저렴하다면 이는 비정상적인 가격구조로 볼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중국산 김치 가격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중국의 김치업체들은 어떻게 해서든 한국에 김치를 팔기만 하면 정부로부터 생산비용과 최소한의 마진을 보전받은 구조이다. 조금 더 과장하자면 공짜로라도 팔기만 하면 손해는 보지 않는 상황이라는 걸 알았다. 반면 국내 김치업체가 중국에 수출할 때는 40%의 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즉 국내 김치 생산업체들은 중국의 민간 김치업체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정부와 싸우고 있던 것이다.

△중국산 김치에 대해 어떤 조치를 진행하고 있는가.
=먼저 지난해부터 정부 당국자들에게 중국산 김치 가격 체계의 부당성을 알리는 작업에 주력했다. 중국산 김치의 가격경쟁력에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들어갔다는 점을 알리고 중국산 김치에 대해 변동관세를 적용하거나 중국 정부에 제출한 수출면장을 통관 첨부서류에 포함시켜 줄 것을 건의했다.

이에 정부도 지난해 중국 김치 가격에 대해 조사를 준비했지만 코로나19 발생으로 정부의 모든 역량이 방역에 집중되면서 뒤로 미뤄진 상태다. 또한 지난해부터 김치협회를 중심으로 국내 김치업계들이 힘을 모으고 중소기업중앙회의 지원을 받아 중국을 상대로 WTO에 반덤핑 제소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도 중국산 수입김치의 가격 결정구조 등을 면밀히 조사해 문제가 확인되면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히 중국 김치의 수입가격은 이미 시장의 상식을 넘어선 것이다. 그러므로 국내 업계 보호와 건전한 자유시장 경쟁체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나서야 한다.

△중국산 김치의 저가 구조가 외식업계에게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
=피상적으로만 보면 중국산 김치의 저가구조가 외식업계의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정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먼저 중국산 김치와 국산 김치의 가격 차이에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다. 물론 국산 김치가 중국산 수입김치보다 가격이 비싸다. 그러나 2배~3배 정도(즉 200%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은 CJ제일제당·풀무원 등 대기업의 B2C 제품과 비교했을 때다. 외식업계에 납품하는 국산 김치는 중소 김치생산 업체들이 납품하는 것들이다. 국내 중소김치업체들의 가격과 중국산 제품의 가격 차이는 30% 밖에 나지 않는다. 물론 30%의 가격차이도 크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중국산 수입 김치는 국산 김치에 비해 물이 35% 정도 많다. 즉 김치 1kg을 구매할 경우 중국산 김치는 수분을 제외하면 650kg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중국산 김치와 국내 중소 김치업체들이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또 국내 외식업체들 중 고급 레스토랑들과 김치찌개·김치찜 등 김치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메뉴를 파는 곳은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지 않는다. 직접 김치를 담그거나 국내업체로부터 구매한다. 즉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는 외식업계는 대부분 김치를 밑반찬으로 제공하고 있는데 이런 곳에서는 전체 원가에서 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렇게 높지 않다. 

또 김치를 밑반찬으로 제공하는 식당들의 사용실태를 살펴보면 국산 김치를 사용하는 식당들은 손님들에게 김치를 제공할 때 먹을 만큼만 제공하고 버리는 양을 줄이도록 노력한다. 반면 중국산 김치의 경우 버려지는 양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식당이 중국산 김치보다 조금 비싼 국산 김치를 구매한 후 철저하게 관리한다면 오히려 비용 절감과 고객신뢰 확보라는 측면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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